날씨가 튀김에 미치는 영향
인도네시아는 튀긴 음식이 정말 많다.
그리고 튀김이 정말 맛있다.
인도네시아에선 튀김을 좋아한다. 닭도 튀기고 바나나도 튀긴다. 싱콩(카사바)도 튀기고 달걀도 튀긴다. 템페는 기본이고 어딜 가나 튀김 파는 곳이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점심 저녁을 때마다 챙겨 먹지 않고 이렇게 튀김으로 식사를 때우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튀김이 맛있는 이유는 팜유때문인 것 같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라면과 과자를 튀기는 기름이 바로 팜유이다. (라면이 그래서 맛있나?^^;;) 인도네시아에 처음 왔을 때는 팜유를 집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팜유를 가정용으로 사용하지 않으니, 낯설기도 했고 언젠가 팜유가 몸에 좋지 않다는 정보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팜유를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그러기에는 옥수수유나 콩유가 너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다. ㅠㅠ 그래서 팜유에 대해 찾아보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팜유가 좋지 않다는 의견과 팜유가 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팜유가 좋지 않다는 의견은 대충 이러하다. 몸에도 좋지 않고 팜농장이 산림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환경문제의 근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 의견은 또한 이러하다. 미국의 옥수수오일 수출이 중요한데, 인도네시아의 팜유가 꽤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팜유의 유통을 막기 위해 이러한 논리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팜유가 다른 기름에 비해 특별히 몸에 좋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산림 파괴와 환경문제를 논하는 것은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방식이라는 것이다.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인도네시아에 사는 사람으로서... 팜유 라인에 서기로 했다. �
우리가 팜유를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한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사용되는 팜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렇게 팜유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튀김은 팜유로 튀겨야 맛있다^^
팜유의 단점은 팜유는 차가운 온도에 굳어버린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한국에 유통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겨울에 라면을 먹으면 국물 위에 기름이 굳어버리는 것처럼 팜유는 온도에 약하다. 그래서 팜유로 나물을 볶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된다. 나물을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면 적어도 콩유나 옥수수유로 볶아야 한다.
하지만 팜유는 저렴하고 맛있다. 2L에 3-4천 원 정도 하다 보니 한국에 비하면 기름값이 꽤 저렴하다. 게다가 팜유는 튀김에 아주 적합해서 튀김을 하면 그 맛이 일품이다. 라면이 맛있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튀김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한 가지 더 놀랐던 것은 튀김을 한 번에 튀겨놓고 먹는다는 것이다. 튀김이란 자고로 튀겨서 막 먹어야 맛있는 것이거늘... 왜 이렇게 한 번에 튀겨놓고 먹는 걸까? 특히나 치킨 같은 경우는 낮에 튀겨놓고 먹는다면 고기가 질기게 되는데도 현지 식당에 가면 대부분 그렇게 먹는다. 이렇게 먹는 것이 익숙한 듯, 사람들은 조금은 질겨진 치킨을 잘게 찢어서 먹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튀김은 바로 튀겨야 맛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일 텐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예외일까??
의아했지만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그 생활방식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인도네시아는 덥다. 그런데도 놀랐던 것은 아직 냉장고가 없는 곳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냉장고가 없으면 어떻게 살지?? 아침에 장 봐와서 그날 먹으면 된다. ^^;; 한국은 가을에만 추수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더운 나라이니 1년 내내 과일과 야채가 풍부하고 심으면 나는 곳이다. 굳이 저장해 놓을 필요가 없다. 문 앞에 고추 심어놓으면 고추가 난다. ㅋㅋ 물론 도시권에서는 대부분 냉장고가 있지만, 시골에서는 전기세 내가며 냉장고를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잘 못 느끼는 것 같다.(아 물론 돈 있으면 이런 게 무슨 상관이랴ㅋㅋ) 게다가 냉장고도 그리 시원하지가 않다. 이상하게도 바로 잡은 닭고기를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금방 냄새가 난다. 그래서 닭고기는 무조건 바로 해 먹거나 냉동실에 보관해야 한다. 더운 나라이다 보니 오히려 신선하지 않은 음식은 속일 수가 없다. 바로 티가 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튀김을 위해 생닭을 보관해 놓을 수가 없다. 생닭을 보관해서 튀기는 것보다는 튀긴 닭을 보관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기름에 닿으면 식재료들을 보관하는데 더 유리하다. 그리고 날씨가 더워 그런지, 뜨거운 치킨보다 식혀놓은 치킨을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약간은 질겨져 버린 닭고기를 먹는 것 또한 인도네시아 음식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튀김을 좋아하다 보니 튀김 종류도 정말 많다. 치킨을 빼면 아쉽지만, 하나의 음식이니 일단 제외하고 대표적인 몇 가지만 알아보자면
1) 유부, 두부, 템페튀김 : 인도네시아도 두부를 꽤나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과는 조리법이 좀 다른 편이고, 이렇게 튀긴 두부-유부로 먹거나 유부에 속을 채워 다시 튀기거나, 템페를 튀기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먹는다. 따후이시(tahu isi), 믄도안(mendoan), 템페고랭(tempe goreng), 따후 박소(tahu bakso), 바따고르(batagor) 등등 이름도 다양하다.
2) 달걀튀김: 사실 이 달걀튀김은 한국에 꼭 가져가고 싶은 레시피 중에 하나다. 아주 뜨거운 기름에 아주 적절하게 튀기면 이런 튀긴 오믈렛이 되는데, 온도와 레시피가 딱 맞았을 때 정말 정말 맛있는 바삭한 오믈렛 튀김이 된다. 이건... 정말 맛있다.
3) 해산물튀김: 인도네시아는 해산물도 저렴한 편이어서 오징어, 새우, 생선 튀김 등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그냥 튀김(goreng)을 시키면 해산물을 그 자체로 튀긴 음식이 나오고, 튀김옷 튀김(goreng tepung)을 시키면 오른쪽처럼 한국에서 생각하는 튀김이 나온다. ^^
4) 바나나 튀김: 인도네시아에 와서 가장 이상하게 생각했던 음식 중에 하나이지만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 바나나 튀김. 인도네시아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바나나가 있다. 그중에 튀김에 적합한 바나나가 있는데, 그걸 튀겨 먹으면 정~~ 말 맛있다. 최고다. 뜨거운 과일이라니... 사실 이해가 안 되지만, 그 맛에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다. 정말 맛있다. 특히 짭조름한 치즈와 달달한 초콜릿을 함께 먹으면 새콤 달콤 짭조름의 조화가 예술이다.
인도네시아를 이해하며 먹는 인도네시아의 튀김은 훨씬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