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빈부격차
2025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을쯔음 그 한 달 동안 일 년 치 병원방문을 다 했다.
아들 다리뼈에 금이 가서 병원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이도염에 병원 가고
오랜만에 온 동생이 급성장염에 걸려 병원 가고
일주일째 열이 안 떨어지는 딸 데리고 피검사하러 세 차례.
그게 한 달 새 벌어진 일이라니 놀랄 노자다.
6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병원을 수십 번도 들락날락한 덕에 한 달 동안 몰려온 위기들을 잘 넘겼지만, 병원에 가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첫째 열에 멘탈이 살짝 무너지긴 했다.
좋아? 나빠?
인도네시아의 의료체계는 한국에 비하면 약하다. 솔직히 한국에 비하면 좋은 의료환경이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또 그 환경이 말도 안 되는 건 아니다. 특히나 한국엔 없는 인도네시아 풍토병, 티푸스, 뎅기열, 말라리아 등은 한국보다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더 나은 것도 사실이다.
예방접종
한 간호사 선교사님께 여쭤보니 인도네시아 예방접종도 체계가 너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단지 예방접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민층에서 활발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때가 되면 무료로 예방접종을 맞혀준다. 국제기준에 맞는 예방접종은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의약
우리가 먹는 약은 대부분 영국이나 호주에서 물 건너온 약들이다. 그렇다 보니 가격도 물약 한 병에 만원이 넘어간다. 약의 종류가 다양해서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특별한 점은 무슬림이 많은 이곳의 특장점은 무슬림을 위한 의약품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할랄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의약품들이 할랄 기준에 준하는 실험과 결과를 내는지도 아주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할랄의약 개발에 있어서는 아주 훌륭한 성과들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동생부부가 모처럼 발리에 놀러 왔는데 한국에 돌아가는 날 결국 몸져누웠다. 전날 먹은 삼발이 문제였나 보다.
‘지금 입에 맛있어도 배 아플 수 있으니까 조심히 먹어~’
너무 맛있게 먹기에 인도네시아 배탈 경험자로서 얘기해 줬는데.. 결국 사달이 난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매운맛을 얕보면 안 된다ㅠㅠ
밤새 쏟아 내고 아침엔 괜찮다며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컨디션이 계속 안 좋아져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실로암 병원’으로.. 여행자 보험들 들어져 있었고 한국과 비슷한 의료 환경인 곳을 찾아갔다.
올케: 얼마쯤 나올까요? 환전 좀 해놓으려고요~
나: 우린 동네병원에서 진짜 많이 나와도 3-5만 원정 도니까.. 여긴 10만 원이면 되지 않을까?
응급실에 들어가 수액 맞고 타이레놀과 각종 약 투약시키고.... 다행히 열은 안 나서 티푸스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4시간쯤 링거를 맞고 나니 좀 나아져 무사히 나왔다. 대략 40만 원쯤.. 올케에게 10만 원이면 될 거라고 했는데 40만 원이나 나왔다 ㅋㅋ 대략 내용을 살펴보니 각종 수입약들은 다 처방한 듯하다 :) 주변을 둘러보니 팔다리가 부러진 아이들(아마도 서핑하다가?)부터 다양한 이유로 병원을 찾은 외국인들로 붐빈다. 못 믿을 약들을 처방해 준 것보다는 나으니 정말 다행이지만 40만 원.. 허허 후들후들하다. 보험 들고 와준 올케에게 감사하며..^^ 다행이야 정말..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병원은 동네 병원이다. 나름 동네에서는 응급실도 있는 큰 병원, 외국인은 우리뿐인 병원이다. 워낙에 약한 첫째 때문에 살게 되는 곳 근처에 병원을 꼭 확인하는 편이고, 이곳에 이사할 때도 이 병원이 있어 안심했었다. 선생님들도 친절하시고, 기본적인 검사는 가능한 곳이라 본의 아니게 자주 방문하게 된다.
늘 응급실로 바로 들어가는데, 보통 진료비 5000원 정도에 약값이 추가된다. 피검사비용 8천 원 정도.. 그렇다 보니 보험을 생각 안 하고 크게 부담 없이 병원에 다닐 수 있다. 맨번 몇십 만원씩 나오면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갈 텐데 말이다. 아들내미 다리 부러진 날도 10000원 정도, 딸내미 뎅기열 피검사할 때도 15000원 정도.. 하도 자주 다니다 보니 지난번에 아팠던 건 괜찮은지 물어봐주신다..ㅋ
이마저도 현지 서민들에게는 부담이 돼서 못 가는 경우도 많다.
한 달 새에 아이들 덕분에 병원을 들락날락하다 보니 병원비고 뭐고 간데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아프지 않은 게 최고인지라 제발 낫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2만 원과 40만 원의 차이 안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일단 중요한 건..
아프지 말자! 해외에서 아프면 서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