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을 타나 봐.

by Seulgilawn




지난주 평일 학원을 마칠 때 즈음 5학년인 아들이 메시지로 사진 4장이 덩그러니 왔다. 사진을 훑어보는 중 전화가 와서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하늘색이야!"라는 12살이지만 아직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마침 밥 준비가 다 되어 누릴 새도 없이 뭉클한 마음이 든 찰나 같은 순간을 접어두고 바쁜 저녁식사준비 시간은 배려 없이 돌아갔다.


감성적인 사진을 보내고, 몇 시간 뒤에는 게임 요청하는 이성적인 메시지




낮에 볼 일을 보러 외출하고 조금 피곤한 오후였다. 널브러져 쉬고 싶었지만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듯 한 마음에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통 기억나는 일이 없다. 오후 4시쯤이었다. 첫째 아들은 5시 반쯤 학원에서 수업을 마친다. 갑자기 생각났다. 어제 바쁜 저녁시간 접어둔 마음이 생각났다. 어제 그 사진의 하늘을 오늘은 아이들과 꼭 나가서 봐야 한다. 나는 도시락 용기 두 개를 꺼내어 바쁘게 도시락을 쌌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던 둘째 아이를 데려와서 바삐 챙겼다. 영문도 모르는 아이는 엄마가 또 어디론가 외출을 하려나보다 하고 궁금하지만 자연스레 외출준비를 한다. 도시락 두 개와 물을 넣어가지고 첫째 아이의 학원 앞으로 간다.

평소 귀가 하는 길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아들은 그제야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재영이가 어제 엄마한테 하늘 사진 보내줬잖아. 그 사진을 보고 함께 보러 나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마음에 남았나 봐. 그거 보러 가고 싶어서 엄마가 도시락도 싸왔어!!" 평소 엄마의 즉흥적이고 감성적인걸 아는 아이들이기에 깔깔대고 웃는다. 아빠한테 또 혼날 거라고 알려준다.

그렇게 우리는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노을맛집으로 달려간다




바람이 제법 선선하고 시원했다. 얇은 겉옷을 입으면 살짝 따뜻해지는 날씨이다. 다행히 일몰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구름이 많아 어제의 하늘보다는 못 했다.

노을 지는 시간에 집착하는 나는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색의 하늘빛에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알았다. 어느 순간 해가 저무는 시간에 나무와 건물들과 땅 위의 여러 가지 것들이 그 빛에 의해 달라지는 풍경 때문에 그토록 아름답고 신비로워진다는 걸 깨달았다. 노을뿐만 아니라 노을 덕분에 달라지는 풍경, 그 풍경은 비로소 노을이 있어야 완성되는 기막히고 놀라운 자연스러움과 신비로운 조화. 이 모든 것들이 인위적인 것이 하나도 없어서 그토록 매력적인 것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아빠나 다른 어른들 없이 아이들과 움직일 때에는 엄마의 취향이 9할, 10할 반영되는 여정에 아직은 엄마와 함께해 줘서 큰 아이가 5학년남자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 소중한 시간들이다.



조화






조화造化

1. 명사 만물을 창조하고 기르는 대자연의 이치. 또는 그런 이치에 따라 만들어진 우주 만물.

2. 명사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통하게 된 일. 또는 일을 꾸미는 재간.

조화調和

명사 서로 잘 어울림.

출처 : 네이버 사전 어학사전

매거진의 이전글신수도를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