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게 용감하게 행복하게

by Seulgilawn



아이들을 수영장에 데려다줘야 하는 시간을 두어 시간 남기고 있었을 때였다.

테니스를 치는 아이친구 어머님께 두어 시간 뒤에 시간이 되면 같이 칠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고민하다 버스 타고 가 본 적도 있고, 버스 타고 가까운 거리는 다닐 수 있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설명하기 알겠다 했다. 수영 끝나는 시간이랑 비슷하게 시간이 맞춰지니 데리러는 가겠다고 그렇게 서로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며 잘 헤어지고 서로 잘 출발했다. 구면인 1분, 초면인 2분과 인사를 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30분쯤 흘렀을까 아이한테 버스를 잘 못 탄 것 같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길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우선 걱정하지 말고 아빠에게 전화해서 노선을 물어보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빠와 전화통화를 마친 아이는 타고 가던 버스에서 내려 아빠가 알려준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방향에서 갈아탔어야 하는데 내릴 자리 그대로 환승을 하는 바람에 집과 수영장과는 더욱더 멀어졌다.

혼자서 하는 일을 좋아하고, 변화된 상황에 또래보다 담담하게 대하는 아이라 그런지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우선 수영장에는 안 가도 되니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동생과 싸우지 말고 집으로 잘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도중에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 아빠는 엄마라면 당장 아이들을 데리러 갔어야 한다고, 동네에서 먼 심지어 가본 적도 없는 동네에 ( 그 동네가 도심지가 아니고 산동네 같은 인적도 드문 곳이긴 했다.) 그렇게 태연히 아이들끼리 집에 오라고 하는 아이엄마의 반응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화라고는 10년 넘게 살면서 두어 번 화를 낸 게 다였던 사람이 흥분해서 한참을 나에게 전화로 화를 냈다.

솔직히 남편이 정상적인 반응이다. 나는 나와 아이들을 그리고 아빠도 굳건히 믿는다. 소신 있는 사람이 제일 위험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다. 순간 의심을 했지만 크게 후회한 적은 없다. 오히려 굴곡 있었던 생활들이 나에게 힘을 주어 내 에너지의 근원이 됐고, 아이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키워내고 있다. 덕분에 대담하다, 나는 절대 그렇게 못 할 거 같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아이는 한 술 더 떴다. 산복빨래방이라는 책을 읽고 부산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는 않지만 유명한 산복도로라는 곳이 있다. 그곳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재밌게 본 책이라 5학년 아들한테도 쥐어줬더니 아이도 잘 읽었던 책이다. 하필 아이가 잘 못 탄 버스가 그 도로를 건너가고 있었나 보다.

" 엄마, 여기 산복빨래방 거기 같아 지금 지도로 찾아보니까 600m만 가면 그 빨래방이 있데. 나 거기 너무 가보고 싶어!!" 순간 나도 그 책을 읽고 그 동네가 너무 궁금해서 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굽이굽이 지번수를 찾아 미로 같은 산동네를 찾아다니느라 고생깨나 했던 기억이 있어서 안 된다고 거기 찾기 너무 어렵고 힘드니 다음에 엄마랑 가자고 설득했으나, 반가운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여 설레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또 아이를 믿으나 걱정은 됐으나 무식하게 용감한 엄마는 무식하게 용감한 자식의 요구를 허락했다.


무사히 귀가한 아이들과 만났다. 아이들은 걱정, 두려움, 설렘, 아름다움 무엇하나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함께 그 기억을 담고 와서 행복해했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고 또 행복한 순간을 얻어서 감사하고, 당사자인 아이 둘과 허락을 한 엄마는 서로 대단하고 대견하다며 무용담을 나누며 돼지국밥을 맛있게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는 아직도 우리셋의 상황, 특히 그 상황에 대처했던 아이엄마라는 사람의 행동에 화가 누그러뜨려지지 않았더라. 사건의 중심인 사람 셋이 행복하지만 다른 기분의 남편은 우리 집에서 나만 정상이라고 그래서 우리 집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푸념을 한다.

남편 퇴근 후 한참을 더 무용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웃고 화내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이 핸드폰에 남겨진 사진들이 너무 귀여워 꼭 기록해놓고 싶었다.


산복빨래방이 떠올라 내리고 찾아봤다는 12살 아들.














































노을 지고 있어서 너무 예뻤다고 찍어놓은 12살 아들.

그리고 잘 따라다녀 준 10살 남동생.





인적도 드물고 사람이나 교통수단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에서의 위험천만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었지만, 무식하게 용감한 나는 아이들과 나랑 서로 믿어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되었다고 여겨본다. 요즘 세상에 초등학생들이 보호자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평범한 가정에 비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을 주위에서 보면서 조금은 이상한 엄마로 비치고 있지만, 나는 나와 아이들을 믿고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아는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성장하길 바라지만 그렇게 따라줘서 감사한다. 엄마랑 날 따뜻해지면 저 산복도로를 구석구석 한 번 더 가보자고 우리 또 그때 가서 그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약속하고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즐거운 하루였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천장 열린 테니스장 하늘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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