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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슬기 Jul 23. 2017

못 해도 괜찮아, 안 해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다 자연분만은커녕 유도분만 끝에 제왕절개로 출산한 엄마가 선물합니다.
출산 전, 이 책을 읽어봅시다!!



엄마가 엄마에게 선물하는 그림책 둘



<뭐 어때>의 주인공 적당씨는 띠리리리리리 울려대는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뜹니다. 한 쪽 눈을 비비며 시계를 확인한 적당 씨는 깜짝 놀라 소리칩니다. “큰일이다! 시간을 잘못 맞췄나 봐!” 10시가 되어서야 일어난 적당 씨. 이미 지각이 확실하지만 적당 씨는 생각해요. “뭐 어때!”

적당 씨는 느긋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잠옷을 벗고, 옷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아침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선 적당 씨. 서둘러 뛰어가도 천천히 걸어가도 어차피 지각이니 적당 씨는 천천히 천천히 경치도 보고 꽃도 보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요. 이게 바로 적당 씨의 사고방식!





버스에 탄 적당 씨는 신문을 보다가 내릴 곳을 놓치고 말아요. 하지만 또 이렇게 생각하지요. “뭐 어때!” 적당 씨는 점점 회사와 멀어지고, 해안 도로에 접어들고,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리지만 걱정 없어요. 어차피 지각이고 버스는 이미 떠났는걸요~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보고 달려가는 적당 씨. 그런데 너무 서두르다 넘어져 버린 적당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 옷을 버리고, 그 옷을 잃어버리고, 옷 속의 돈까지 사라져 버스를 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지만!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지요. “뭐 어때!”

이 대책 없는 긍정 사내 적당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과연 끝까지 “뭐 어때!”를 외칠 수 있었을까요? 적당 씨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개봉 박두~!

지각 권장, 결근 권유 그림책 <뭐 어때>를 번역한 오지은 작가는 말합니다. 
“어쩌면 진짜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뭐 어때! 따라 할 수만 있다면…… 따라 하고 싶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태교를 할 수 있다면, 저는 매일 이 말을 연습할 거예요.  


“뭐 어때!”

자연분만을 못 하면 어때요. 40주를 다 채우지 못 하면 어때요. 모유 수유를 못 하면 어때요, 천 기저귀를 쓰는 엄마가 아니면 어때요, 좋은 엄마가 아니면 어때요, 따뜻한 엄마가 아니면 어때요, 우리 엄마처럼 대단한 엄마가 아니면 어때요!

현실과 이상은 같을 수 없어요. 계획은 어긋날 수 있고, 실천은 의지의 영역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출산과 육아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요. 어떤 일이 찾아올지, 어떤 어려움이 생겨날지, 어떤 고비가 나를 기다릴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세상이요.






넘쳐나는 좋은 엄마의 조건들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요? 꼭 그 모든 걸 해야만 ‘좋은 엄마’가 되는 건가요? 어차피 우리 모두는 전부 다른 데, 우리가 키우는 우리 아이들도 모두 다른데, 왜 우리는 모두 똑같이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하나요?

‘나는 이렇게 할 거야’ 하는 다짐을 버리세요. ‘반드시’와 ‘해야 한다’를 지우세요. 지독한 산후 우울증의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야 알게 되었어요. 좋은 엄마의 수많은 조건들은 나를 옭아매고 괴롭히는 굴레일 뿐이라는 것을요.

지워버린 ‘해야 한다’가 많아질수록, 버려버린 ‘굳은 다짐’이 쌓여갈수록, 보다 더 편안한 엄마가 될 수 있어요. 보다 더 자유로운 엄마는 보다 더 행복한 엄마를 불러오고, 보다 더 행복한 엄마는 보다 더 행복한 아이를 만듭니다.

좋은 엄마 대신 편안한 엄마가 되세요. 수많은 ‘해야 한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엄마, 그래서 행복한 엄마가 좋은 엄마보다 더 좋은 엄마입니다.





그림책 활용 TIP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저를 똑닮은 우리집 꼬맹이는 작은 실수에도 크게 좌절하고 낙담해요. 손이 더러워지는 게 싫어 모래 만지기도 싫어했던 깔끔쟁이. 옷에 얼룩 하나만 묻어도, 밥을 먹다 반찬 하나만 떨어트려도 과민하게 반응하며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를 위해 저는 이 책을 수시로 읽어줬어요.

“괜찮아. 밥 먹다가 좀 흘릴 수도 있지~ 뭐 어때!!
우리도 적당 씨처럼 얘기하는 게 어때? 뭐 어때! 어차피 흘렸는데 뭘~ 치우면 되지~~!” 

한 권의 그림책은 백 마디의 말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엄마가 괜찮다 괜찮다 말해도 풀 죽어있던 아이가, 이제는 제가 먼저 당당하게 외친답니다.
 “뭐 어때~!!”






나를 위한 태교의 시간 



1. 내가 바라는 출산의 조건들을 적어 보세요. 


저는 아주 희미한 불빛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신랑과 오롯이 진통을 함께 하며 최소한의 의료 개입으로 3kg가 넘는 몸무게의 건강한 아이를 낳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여러분이 꿈꾸고 계획하는 출산의 순간은 무엇인가요?









2. 주사위를 굴리거나 제비 뽑기, 사다리 타기를 해서 6개 중 2개의 번호를 무작위로 골라보세요. 1번에 쓴 여섯 개의 답변 중 내가 고른 두 개의 번호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나요? 실제 출산의 현장에서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큰 충격에 휩싸여 당황하고 있을 나에게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써 주세요.


저는 제가 꿈꿨던 여섯 가지의 조건 중 5개를 이루지 못 했어요. 출산 직후 상태가 좋지 않아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들어갔지만 하루 만에 일반 신생아실로 내려올 수 있었으니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눈물 흘리며 감사할 수 있었건만. 당시에는 잃어버린 5가지의 소망 때문에 오랜 시간 깊은 우울에 빠져 있었습니다.

모두가 계획하고 소망한 모습 그대로 건강한 출산을 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를 미리 준비해 봐요. 인생은 희로애락의 종합선물세트,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생각지 못 했던 시련에 상처받고 괴로워할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세요.



3. 출산과 육아에 대해 내가 생각해왔던 ‘해야 한다’를 ‘하고 싶다’로 바꿔 써 보세요.


어렵지 않죠?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 → 모유 수유를 하고 싶다.’ 

단지 문장으로만 고쳐 쓰지 마시고 마음속의 해야 한다도 박박 지워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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