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슬기 Aug 14. 2017

에너지 충전! 힘겨운 나를 위한 대안을 찾아요.

나의 기질과 한계 이해하고 대비하기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엄마가 엄마에게 선물하는 그림책 셋


완두콩처럼 생긴 귀여운 아나톨은 자그마한 냄비를 끌고 다녀요. 어느 날 갑자기 아나톨의 머리 위로 떨어진 이 냄비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아나톨을 평범하지 않은 아이, 이상한 아이, 무서운 아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냄비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은 아나톨은 냄비를 없애버리기 위해 노력해요.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냄비는 절대 떨어지지 않고, 절망한 아나톨은 냄비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꼭꼭 숨어버리기를 선택합니다.



사람들은 아나톨을 점점 잊어버리고, 아나톨은 조금씩 작아지며 가지만, 톡톡!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주머니가 찾아와 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냄비를 꺼내 보여주며 이야기해요. 네 것이 조금 더 크구나. 같이 가자!”
 
아줌마는 아나톨에게 냄비를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냄비에 걸리지 않고 나아가는 법, 냄비를 가지고 신나게 노는 법, 냄비를 이용해 내가 가진 재능을 뽐내는 법이요. 그리고 냄비를 넣을 수 있는 자그마한 가방을 선물합니다. 빨간색 가방을 건네받은 아나톨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떤 얼굴로,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되었을까요?





아나톨을 만나고 깨달았어요. 엄마가 된다는 것은 두 개의 냄비를 끌고 다니는 것. 엄마가 되는 순간, 나의 냄비뿐 아니라 아이의 냄비가 달그락달그락 나를 따라다닙니다.
 
‘예민함’이란 냄비를 끌고 다니던 저는 ‘예민함’이란 냄비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더도 말고 덜도 말도 딱! 너 같은 자식 낳아 키워보라’는 엄마들의 흔한 저주가 이루어진 것일까요?
 


아이의 작은 울음에도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엄마와 어느 것 하나 불편하지 않은 것이 없는 아기. 예민함과 예민함이 맞붙은 육아 전쟁의 승자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처절한 사투와 몸부림, 처참한 폐전의 잔해만이 나뒹굴 뿐.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은 축복 아닌 형벌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내가 가진 냄비를 책망했어요. ‘이게 바로 인과응보인가?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한 죗값을 이렇게 치르는구나! 나는 진짜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걸까?’ 그리고 아이가 가진 냄비를 원망했습니다. ‘왜 하필 나를 닮은 거야? 아빠를 닮아서 세상모르게 잘만 자고 순하면 얼마나 좋아? 왜 이렇게 예민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 거야?!’
 
아이를 낳기 전에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냄비를 자책하며 몰아세우는 대신 예민함을 가지고 사는 법을 배웠더라면…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요.



우리의 작디작은 아기는 우리가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감춰왔던 상처와 한계를 거실 한 복판에 펼쳐놓습니다. 나의 취약점을 끊임없이 들춰내고 부각하는 아이 앞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약점과 결함을 내가 먼저 알아야 해요. 그리고 준비해야 합니다. 부족함을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요.
 
우리 모두는 흠이 있고, 저마다의 냄비를 끌고 다녀요. 우리의 아이들 역시 냄비를 갖고 태어날 거예요. 기질일 수도, 성격일 수도, 신체적 장애나 질병, 특징일 수도 있겠지요. 그게 어떤 냄비 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매사에 내 발목을 잡아대는 취약점을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내가 가진 흠에 파묻혀 사라져 가는 아이로 자라게 둘 수는 없잖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가 필요하고, 그런 존재가 되어 주기 위해서는 엄마인 내가 먼저 나의 부족함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내가 가진 냄비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상태로 엄마가 되면, 냄비에 걸려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엄마는커녕 냄비를 뒤집어쓰고 모든 걸 포기하는 엄마가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 아이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 나의 단점과 한계, 흠과 부족함을 들여다보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림책 활용 TIP


<아나톨의 작은 냄비>는 글밥이 많지 않아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지만 유아보다도 초등학생과 사춘기 아이들, 성인들에게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하면 흔히 ‘혼자서 글을 읽을 수 없는 유아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랍니다. 


아이가 컸다고 해서, 혼자 글자를 읽을 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림책을 처분하거나 혼자 읽게 두지 마세요. 그림책은 내가 읽는 책이 아니라 누군가 읽어주는 책이에요.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상처 받은 마음을 도닥이고 치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저는 오늘도 아이가 거부하기 전까지는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그림책 읽어주기를 멈추지 않겠노라 다짐합니다.




나를 위한 태교의 시간


1. 나를 힘들게 하는 나의 단점, 결함, 흠이 있나요?
나에게 가장 힘겨운 일, 견디기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


시각과 청각, 특히 후각이 예민한 저는 옆에 앉은 친구의 샴푸 냄새도, 눈부신 조명도,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어요.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빨래를 널고 개는 작은 행동에도 정확한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강박증, 개수대에 쌓인 설거지거리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견디지 못하는 결벽증은 나를 힘들게 하는 흠이자 벗어날 수 없는 덫이었어요.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나의 기질과 성향. 아나톨의 냄비처럼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여러분의 냄비는 무엇인가요?



2.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에서 직면할 어려움을 예측해봐요.
어떤 부분이 나를 힘들게 할까요? 그럴 때 나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건 혼자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내향적인 사람인지라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24시간 내 옆에 붙어 있는 아이와 함께하다 보니 그런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지요. 특히나 예민한 사람들은 모든 자극과 타인에게 벗어나 곤두선 신경과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데, 그런 틈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심각한 우울증을 겪을 수밖에 없었어요.


18개월간 치열한 시간을 보낸 끝에 선택한 해답은 어린이집이에요. 저보다는 저를 옆에서 지켜본 신랑의 강력한 권고로 이뤄진 결정이었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뒤부터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맞벌이도 아니면서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기관에 맡길 수 있냐 비난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육아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나와 아이의 개별성이에요. 엄마라고 다 같은 엄마, 아기라고 다 같은 아기는 아니지요. 백이면 백이 다른 상황에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 아이와 나의 관계는 오롯이 나만이 알 수 있어요. 그 어떤 누구도 내 사정과 상황을 100% 이해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세상의 평가와 기준에 맞춰 따라가는 것은 불행의 시작일 뿐이에요. 그 어떤 방법이어도 좋아요. 나를 힘들게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망설임 없이 실행하세요.


지금은 그저 막연하게 느껴지겠지만, 막연한 그대로 한 번 상상해보세요. 위에서 돌아본 나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유난히 어렵고 힘들 게 느껴질 일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런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 두 가지 질문은 아이를 만나는 그 날부터 언제나 세트로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힘들어→끝]이 아니라는 것!

[힘들어→ 어떻게 해야 어려움을 덜 수 있을까? 강도를 낮춰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정답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라는 두 글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