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 두 번, 출산 후 세 번
부지런히 챙겨갔던 육아용품 • 유아교육 박람회
갈 때마다 휘둥그레지는 육아용품의 세계여~
출산 준비를 위한 필수 코스로 꼽히는 육아용품 박람회. 다녀오셨나요? 저는 배가 부르기 전에 한 번, 출산용품 준비를 위해 한 번. 일산과 코엑스로 사이좋게 방문을 했는데 갈 때마다 띠용띠용 튀어나오는 눈을 어쩌지 못하고 연신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어떤 물건이 있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입장을 했는데, 출산용품과 육아용품은 물론이오 태아보험 상담과 제대혈, 아기 성장앨범 스튜디오에 영어교육 • 영재교육 도서들까지 얼마나 다양한 업체들이 즐비해있는지 '이곳이야말로 별천지구나' 싶었어요.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어쩌지 못하고 어리바리한 얼굴로 쓸려 다니기 바빴던 것도 잠시! 여기저기 발도장을 찍다 보니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게 생기기 시작했는데, 산더미 같은 물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우와. 나도 뭐든 사고 싶다!’는 지름신까지 강림했어요.
젖병과 손수건, 내복, 속싸개 같은 물품 구입은 그야말로 워밍업~ 가볍게 쓰는 푼돈일 뿐! 본격적인 지출은 유모차와 카시트, 아기 전집과 같은 아이템에서 빛을 발하는 데, 백만 원이 십만 원처럼 여겨지는 가격표에 둘러싸여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턱이 자꾸 아래로 떨어졌어요.
유모차는 30만 원 대의 합리적인 상품으로, 카시트는 태아 보험의 사은품으로, 바운서는 3만 원짜리 저렴이로 장만을 했는데, 진정한 화수분은 책과 교구에 있었으니 한 번 구입하면 더는 살 필요가 없는 물건과 달리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라 들여줘야 하는 전집과 교구는 제대로 된 무궁의 세계였어요.
20-30만 원대 아기 전집은 귀여운 애교! 돌이라고 인지 통합 전집을 하나 사주면 금방 두 돌이 되고, 두 돌이라고 자연관찰 전집을 골라주니 금방 세 살. 세 살이라고 창작 전집 하나 들이니 이제 또 7세 전까지 생활창작, 세계 창작, 국내 창작 고루고루 300권쯤은 읽혀야 한다며 이것도 사라, 저것도 사라, 이것도 있어야 한다, 저것도 있어야 한다. 블라블라 블라블라~
그렇게 고루고루 수많은 창작을 들이면 이제 또 전래동화가 기다리고, 그다음은 위인전이고, 수학동화이고, 과학동화를 거쳐 한국사에 세계사, 명화 전집에 예술 동화까지!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춰 끝도 없이 대기하고 있는 전집의 세계는 꺼내도 꺼내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랍니다.
이것뿐인가요? 영어로 고개를 돌리면 또 거기서 새롭게 시작되는 책, 책, 책들의 코스! 영어전집은 가격부터 어찌나 화려한지 0세 아기를 위한 전집이 백 만원에서 시작하니 이것은 진정한 금단의 영역!! 웰컴 투 더 월드~~~ 한 번 발을 들인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이 바로 육아/교육 시장입니다.
엄마가 엄마에게 선물하는 그림책 다섯
<엄마의 의자>에는 까만색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곱게 땋은 소녀가 등장해요. 학교 수업을 마친 소녀는 엄마가 일하시는 블루 타일 식당에서 찾아가 일을 돕고, 소녀와 엄마, 할머니는 매일 밤 부엌 식탁에 앉아 그 날 받은 팁을 세어 유리병에 집어 넣습니다. 커다란 유리병이 가득 차면 푹신푹신한 의자를 사러 갈 거예요. 소녀의 집에는 아늑한 안락 의자가 없거든요. 일 년 전 큰 불이 나서 집과 살림살이 모두가 불에 타버렸기 때문이에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무거운 발을 올려놓고 쉴 수 있는 푹신한 소파, 할머니가 기대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감자를 깎을 수 있는 편안한 소파를 사기 위해 세 여자는 매일 매일 유리병에 동전을 넣어요. 그리고 마침내 가득 찬 유리병을 들고 은행으로, 시내로, 네 군데의 가구점으로 향한 그들은 큰 의자, 작은 의자, 높은 의자와 낮은 의자, 온갖 종류의 의자에 앉아본 끝에 가족 모두가 그리던 꿈의 의자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의자가 배달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트럭에 의자를 싣고 집으로 돌아와요.
빨간 무늬의 새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 바로 옆에 놓인 푹신한 소파. 낮에는 할머니가, 저녁에는 엄마가, 밤에는 엄마의 무릎에 안긴 소녀가 잠이 드는 꽃무늬 소파. 가족들은 빨간색 소파에 함께 앉아 사진을 찍어요. 활짝 웃고 있는 세 여자의 사진을 바라보며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과연 아이에게 어떤 물건을 사주고 있을까?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