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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 해프닝.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by 슬기

삶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일들이 있다.

그것도 우연히.. 갑자기..

나는 그 우연히 일어난 일을 들여다본다.

들여다본 그 속에서는 사람의 인연 냄새가 풍긴다.

머리 긴 여자 냄새, 화장을 덧칠한 여성, 나보다 매력적인 여성, 나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남성,

똘똘한 지성인, 몸 좋고 자세 바른 청년, 교복 입은 학생, 털 모자를 단디 쓴 60대 노인, 웃음이 많은 여자.


어느 날 조용한 소품샵에 들어가 눈을 호강하며 구매한 만족보다 눈으로 감동했던 예술의 향연.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빠져있는 순간,

누가 봐도 나보다 이쁜 여자는 깨끗한 도브 향을 내뿜으면서 굽이 약간 있는 구두를 신고 카운터로 향한다.

내 눈과 귀의 카메라는 저절로 그 여자를 향한다.

어떻게 저렇게 매력적일까? 티를 내진 않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예쁜 여자들은 걸음걸이도 당당하게 걷는구나 하고 못 본 척 주시했다.

갑자기 직원한테 환불을 요청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자신 있고 당당한 목소리로..

직원은 환불을 해줄 수 없는 타당성을 논리 있게 설명했다.

나도 같은 고객으로서 여자 입장에 약간 기울어져 있으면서 티 나지 않은 감정을 이입했다.

나의 눈은 이미 귀와 합일되어 카운터를 더욱 거세게 바라봤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상황이 종결되었다.

이 여자는 이미 구매한 소품의 포장지를 뜯은 상태인데, 이 물건을 직접 한번 사용해 보니 맘에 들지 않는 이유로 포장지가 원래 뜯겨져 있는 상황으로 모면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원은 환불을 해줄 수 없었다.

그 상황을 지켜본 나는 뭔가 모를 안도와 느꼈다.

역시 완벽한 여자는 없구나.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도 지성을 겸비할 수는 없구나.

보이는 게 다가 아니구나.


나에게 다시 물었다.

똑똑한 여자가 되고 싶어? 아니면,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

외관으로 예쁘고 매력적이어도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똑똑함을 쌓아나갈래.

아닌 척, 무심한 척,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친 듯이 공부하고 지적인 여자로 승화할래.

그래야지 내가 가난을 등지고 부자로 되어가는 길이 펼쳐질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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