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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풀고 필유린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by 슬기

부처님은 항상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노려보고 있는 게 확실하다.

무지無知에 쌓인 어리석은 이 중생들을 어찌하리오 하고 쳐다보는 그 눈빛은 광명光明을 띈다.

부처님은 외롭지 않았을까?

왜 인간은 외로운가?

왜 인간은 기도를 하고 복을 지어야 하는가.

왜 새벽부터 나와서 부처님 앞에서 백팔배를 하고 있는가.

나도 한번 예를 갖추고 따라 해봤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대웅전에 있는 부처님 앞에서 백팔배를 해봤다.

사실 아무런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나의 감흥은 황당한 일상에서 일어난다.

오늘 아침 눈을 떴는데, 분명 1초라는 시간임을 확인했는데, 그 순간 내 뇌 속에는 짧은 깨달음을 보여주었다.

모든 것이 잠깐 있다 가는 먼지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분명 길어봤자 2초 정도 됐을 텐데, 그 짧은 시간에 깊이 담겨있는 울림이 어떻게 나한테 전해졌을까? 의문이다.

내가 아무리 그것이 좋고, 싫고, 행복했고, 불행했든, 대우주에서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가유假有의 형태로 잠시 있다가 가는 인연因緣일뿐이다.

아침에 눈 뜨는 그 순간 시간은 동등하게 각자의 품에 주어지고, 내가 스스로 눈 감고 잠을 청할 때 하루를 마감한다.

모두 다 내 의지로 하는 활동이다.


희한하게도,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스스로 향수에 젖는다.

홀로 고독과 외로움의 경계선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나고,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이 현상은 아마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습관일 수도 있고, 내 스스로의 동굴 속에서 일부러 헤어 나오고 싶지 않은 일종의 반항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얻는 소득은 내 덕德이 튼튼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난 절대 외롭지 않다.

덕이 이렇게나 튼튼한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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