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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라는 것은.

운문사에서 참 자아를 발견하는 이 또한 모험.

by 슬기

대한민국 5천만 인구 중에 기도를 하는 사람보다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기도란 내게 무엇인가.

나는 기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기도를 하게 되면, 나의 게으름을 신께 받치며 나의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겠다는 태도로 내가 입혀진다.

4박 5일 동안 절에서 스님들과 함께 하는 수행 공간에서 최대한의 침묵을 지켰다.

늘 내던 목소리, 옷고름, 보폭의 거리, 손짓, 표정들 하나하나 의식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머리가 길지 않은 나도, 수행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사고를 일으킨 것만 같다.

그래서 얼른 머리를 묶고 비니 모자로 나의 정체를 약간 숨겼다.


19살 때 출가하신 나의 스님은 벌써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어른 스님이 되셨다.

된장도 찍어 먹어봐야 된장 맛을 아는 것과 같이, 스님의 일상을 직접 보고 함께 느끼고 생활했던 이 시간은 참으로 인간이 어리석은 관념속에 갇혀 살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많은 교육과 삶의 지혜는 실천이 먼저 이루어진 후에 알아지고 느껴진다.

앎이 먼저 가 아닌, 행이 먼저다.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한 생존을 한다.

사람의 뇌는 성장할수록 생존하기 위한 유리한 조건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는 내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이 잘 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나의 생존의 유리한 것이고, 나를 지키는 일종의 방편이다.

이 세상은 문제점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자세히 곰곰이 들여다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 투성이다.

그리고, 궁금함의 대상뿐이다.

절에 들어가면 한국불교의 모든 궁금증이 내 오감을 자극한다.

미술이며 건축이며 불상이며 불교 용어이며 이렇게 질서를 이루는 예술은 또 없다.

새벽 4시 30분에 하는 예불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목탁 소리는 왜 이렇게 청아하게 들리는 것이며..

절에 가면 흔히 듣는 이야기이다. "성불하십시오."

성불을 약속하는 건가, 내일 성불할 건가? 언제 자유로워지는가?

이 순간 내가 진실한 순간에 마음을 깊이 다하면 신의 은총은 반드시 물음에 답을 한다.


머리를 안 깎아도, 불당에 가지 않아도, 백팔배를 하지 않아도,

이 자리가 부처의 자리고, 이 자리가 기도장이고, 이 자리가 신명한 그곳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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