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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키는 일을 해.

남이 자극한 내가 시키는 일은 그만해.

by 슬기

점점 나의 동굴을 확보하고 싶다.

오랜만에 대기업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설 명절 휴일에 고향에 오면서 꽤 오랜 시간 쉴 예정이라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정말 이상하다.

친구는 나보다 돈도 더 잘 벌고, 여행도 잘 다니고, 워라벨을 잘 지키면서 정직하고 바른 청년으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대단한 친구를 보면서 너무 멋져 보였고 존경스러움을 많이 내비쳤다.


나는 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화두를 깊이 고심하고 있는 사람이라,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을 이제는 철저하게 존경을 작별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정말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시기 질투하게 되었다.

하루라도 나를 온전한 자기로 살아내는 사람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삶이다.

이 뜻은 불교에서 파생되어 나온 용어인데,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시기와 질투를 느끼는 순간 내가 나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 전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를 깨운다.

삶의 예민함이 가득한 나로서 느끼는 개인적인 본능 같은 것이다.


속도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각자 생긴 무늬부터 다르면 다양성이 존재하듯, 나는 나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꼴의 무늬가 있고, 엄마는 저런 꼴의 무늬가 있고, 친구는 다른 꼴의 무늬를 지니고 있다.

제발 남들이 다 좋다는 그 행복과 성취감을 나도 따라 해보겠다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들 제정신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으면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시비한다.

모든 예술가, 철학자, 사상가들은 과연 제정신이었을까?

행복했을까? 남들의 성공을 따라서 나도 해보겠다고 발버둥 쳤을까?

내 발버둥인지, 남들의 발버둥을 따라 하는 삶인지, 돌아봐야 한다.



"나는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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