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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여자1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은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다.

by 슬기

홀로 산에 가고 싶다.

그러한 날이 오늘이다.

뭔지 모르지만, 나를 부르는 소리는 며칠 전부터 시작되었다.

간만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집을 일찍 나섰다.


내가 주차한 이곳이 나의 산행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미쳐 하지 못했다.

어김없이 난 스틱 없이 가벼운 몸을 이끌고 산행을 올랐다.

대충 거리를 재본 결과 왕복 3시간 30분 후에 나는 뚝배기 청국장을 먹을 때 비가 올 것임을 확신하고, 이유 모를 미소를 띠었다.


도시에서 보이는 안개와 산에서 보이는 안개는 천상계와 지상계의 극과 극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것이 산의 고유한 매력이 아니겠는가.

앞에 보이는 희미한 청연은 나를 숨죽이게 한다.

보이는 건 또렷하고 앙상한 나뭇가지.

그리고, 건장한 남자 셋의 조잘거림.

나의 주파수는 이들을 향했다.

나의 고독을 들킬세라 적정한 거리를 두었다.


희한하게 산에 오면, 타인과 쉽게 가까워진다.

도시에서의 "안녕하세요"는 제정신에서 많이 빗나간 인간이고,

산에서의 "안녕하세요"는 사뿐한 인삿말로 마음이 경쾌해진다.



문제의 시작은 내려오는 하산길이다.

모든 걸 정리하게 된...

그리고 혼자 있는 나의 엄마, 오로지 살고 싶은 갈망과 가장 그립도록 그리운 한 사람이 떠오르는 죽음의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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