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며.
그림 그리는 능력을 키워줄까?
창의력을 더 자라게 할까?
미술시간 하는 고민.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서 미술적 감각이 길러지고 창의력으로 발전해 나간다.
아이들은 내 그림 내구역에 터치가 가는 것을 싫어하는데 보통은 표현을 못하기도 한다.
비유를 해보자면 시어머님이 내 주방에 들어와서 내구역을 어머님스타일로 조금만 바꿔봤다고 생각해 보자.
조금인데도 신경 쓰이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분명 마음에 드는 곳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시어머님이시니까 말 못 할 때도 있지 않은가.
요즘 mz며느리에게 어떤 시어머님이 그러겠는가 싶지만.
예를 들면 이다.
가끔은 아이들 중에도 그런 아이도 있을 것이다.
1-2학년 중에는 터치를 싫어하는 아이가 분명히 있다.
선생님 제가 알아서 할게요.
분명하게 말한다. 도와줄까? 물으면 그림을 손보아주려는 내 손을 툭툭 치기도 한다.
3학년아이들은 멋지게도 보여야 하고 나는 아직 아이인데 두 가지 마음이 겹쳐 보인다.
오히려 4학년 친구들은 이제 고학년이다라는 생각 때문인지 사춘기 올까 말까 하는 그 중간에 있어서인지. 자신만의 그림방법이 있다.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아이를 적극 도와주고 있다.
미술에 재능이 전혀 안 보이는 아이가 매시간 하는 말.
선생님 제 거 좀 그려주세요.
아니 안 그려줄 거면서 뭘 도와준다는 거예요?
먼저 그리고 수정을 도와줄게.
어느 날은 남자아이를 때리고 어느 날은 남자애랑 싸우고 어느 날은 다른 학년이랑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 예쁜 아이인데, 외모칭찬을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늘 떼를 쓰는 게 안타깝다.
거의 1년을 떼를 쓰더니, 이번에 처음으로 80프로를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기특했다.
계단을 그려달라고 했었는데 먼저 그려보는 연습을 하길 바랐다.
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잘 해냈다. 각도가 맞지 않아도 괜찮다.
너의 그림의 화가는 너이니까.
잘했다고 해주니. 이게 뭐가 잘해요~라고 짜증을 냈다.
결국은 안 도와주네.라고 하면서 투덜거리면서도 80프로를 그린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같이 싸운 남자아이도 생각난다.
매시간 늦게 들어온다.
앞 수업이 체육시간이어서 늘 땀을 흘리고 들어온다. 11월에도 말이다.
종 치면 들어오고. 늘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거나, 물을 먹고 온다고 한다.
기분이 안 좋은 날은 낙서를 막 해대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가을쯤 되더니, 낙서에 관한 나이키운동화디자인영상을 보여줬더니 관심 있어한다.
이아이는 이날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
그림에도 때가 있나 보다.
3학년이지만 마냥 어려 보이지만은 않은 아이들.
저학년 중에 가장 선임인 3학년이고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가는 시기.
내년이 코앞이구나.
수업이 끝나갈 때쯤 선생님 더 있다가 가면 안 돼요? 하고 묻는 아이가 있다.
응? 왜? 오늘 학원가야 한단말이에요.
국어학원가는 날이에요.
가기 싫어요.
흠. 국어가 싫은 게 아니라 그냥 그림이 더 그리고 싶고, 쉬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셔틀버스가 있는 학교이기에 시간을 잘 맞춰서 끝내줘야 한다.
버스가 기다릴 수 있으니까 시간 잘 맞춰서 나가자.
그렇게 2-3분 더 있다가 간다.
2학년에서 막 올라와서 만났던 날이 생각난다.
방과 후 선생님이라 주 1회의 만남이지만 그 밝은 에너지를 잊을 수 없다.
이 시간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다.
편지로 감사한 마음을 전달해 줬던 친구도 생각난다.
어머님의 권유로 쓴 것일까도 싶었지만 밝고 따뜻하고 단단한 친구였다.
내년에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잘 성장하길.
더 다가가서 잘해주고 싶었지만 시샘받을까도 싶고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
모두에게 고르게 보여야 하니 한 아이에게만 더 다가갈 수가 없었다.
넌이미 너무 잘하고 있고 다방면에 뛰어난 아이인 것 같더라.
가장 튀고 보석 같아 보였다.
조용히 글로만 남겨본다.
미술적 재능도 창의력도 쑥쑥 성장하길 바라며.
곧 한 달 뒤 다가올 크리스마스도 미리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