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010-000-1234

by 슬기롭게

차 빼달라는 전화인가.

받았더니.


**디자인회사대표인데요.

오** 대표님 소개로 전화드렸어요.

디자인회사를 운영 중인 선배가 나를 소개해주었단다. 내 번호가 왜 거기로? 암튼,

나는 구인중이 아닌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제 회사는 아니고요. 수출회사인데요.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해서 소개해도 되나 해서요.

아. 그래요? 저는 구인중은 아닌데. 일단 알겠습니다. 생각 좀 해볼게요.

회사이름이 뭐예요? 오후에 연락드릴게요.

통화종료 후 수업준비를 마치고 가는 길.


이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방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받고 끝났다는 스토리!


a라는 기업의 고용지원센터리뷰에서 여성분과 면접을 보았고 잘 진행되었으나 사장님께서 갑자기 직원을 뽑는다고 해놓고 알바를 알아보는 중이었다고 대표님의 전달로 황당했다는 긴 글을 보았었다.

뭐지? 이런 곳에 내 연락처를? 2018년에 생긴 수출기업이네.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전담디자이너를 뽑는 거는 맞았다.

고용지원센터내용에 따르면 학원만 나와도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더욱 황당했다.

연차가 있는 디자이너를 뽑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왜 나에게 까지 연락이 온 거지? 요즘 구직준비를 안 하나?...


대표님 번호를 전송해 주시고 학교방과 후 미술수업이 끝나고 3시 반이나 통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4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자분이었다. 분명 대표가 남자라고 했는데. 40대 초반 같았는데.

누구지? 구인구직글에 있었던 여자직원분 그분이구나 싶었다.

아까 그 글이 생각나서 저는 급여 안 맞으면 안 갈듯해요.라고 짧게 내용을 전달했다. 맞춰줄 수 있다며 사장도 아닌데 권한이 있으신가 보다? 일단 면접을 보기로 했다.


네이버에 나온 위치에 도착하고 주차를 마쳤는데. 없다!

회사가 없다! 2층 이랬는데?

담당자와 통화. 문자로 장소 보내주셨는데.

요즘 학교도 공고가 뜨는 기간이라 이력서를 내느라 한해중 가장 바쁜 한 주였다.

다시 15분 정도 늦을듯하다고 양해를 구한 뒤 안내해 주신 건물 3층으로 이동하였다.

검은색 철문. 앞에는 회사이름이 없다.

이거 장난치나?


보통 작게라도 회사이름을 적어두는데. 뭐지? 싶었다. 또 전화를 걸었다.

맞아요! 문여시면 되어요~!

응? 뭐지.. 문을 열었는데 스튜디오느낌의 공간들이 칸칸이 어떤 문으로 가야 하나 4-5개의 문..

보통 이쯤 되면 관계자가 나오는데 1-2분가량 흘렀다.

유리문 사이로 발이 보인다.


여성 두 분이 나오셨다.

사장님이 안 계셔서 저희랑 면접을 봐야 한단다.

이 얘기를 왜 지금 하지? 싶었다.

별 수없으니. 면접시작.


인쇄쪽일을 많이 하셨네요? 그럼 그걸 맡아주면 좋겠다고 한다.

뒤로 보이는 자연풍경도 좋고 직원분들 미소를 보니 괜찮은 곳일까 싶었다.

연봉얘기는 왜 이분들과 해야 하나 싶었지만 전화를 주신다고 하였다.

통화가능한 시간까지 세세히 물어보셨다. 월요일오전면접을 보고 연락이 없다.

사장님이 많이 바쁘신가? 보통은 면접이 잘되지 않으면 회사와는 맞지 않다고 잘 이야기하고 마무리를 짓는다.


급여조건이 좋았고 월차도 2일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솔깃한 제안이었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마무리짓지 못한 채 며칠을 보내고


기존에 일을 하던 학교가 이관되어 일정이 변경되었다.

이관된 업체에서 금요일 점심에 연락이 왔다.

내년 수업에 대해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내년계획이 바쁘게 돌아가는 12월.


멀리 수업을 다녀오는 길 혹시 몰라 전화를 넣었다.

목소리가 젊고 짓궂다. "안녕하세요. 월요일에 면접 보았는데 연락이 없으셔서요.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 주셔야 저도 내년을 계획해서요. "


아. 죄송해요. 저희는 웹 디자이너를 뽑고 있는데 인쇄 쪽이라고 포트폴리오를 보니,

그래서 연락을 안 드렸었어요.


그럼 나. 한없이 기다리라고?

뭐냐 너. 커브를 돌며 이런 통화를 하고 있는데 옆에 절벽에서 돌이 떨어져도 당황하지 않을 만큼 눈이 크게 떠졌다. 목소리 왜 놀리는 것 같지?


음. 연락처를 전달해 준 선배의 지인의지인이면 남편과 나이대가 같을 것이고 2 다리 건너면 아는 존재.

대략 감이 오는데, 암튼 디자인회사가 아닌 곳에서 디자인을 팔아서 사업을 한다는 대화내용도 이해가 안 갔는데, 말 바꾸기와 면접날 약속불이행에 더욱 황당했던 상황.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그래. 귀찮게 시간만 썼네 싶었다.

내년에 2026년에 얼마나 잘되려고. 이런 일이.


아 그래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확실히 해둬서 다행이긴 한데.

너만 바쁜 거 아니거든?

여러 디자인회사를 다녀보았기에 너무 황당한 경우였다.


일단 그렇게 금요일 면접본곳의 공고도 뜨고 회사도 정리하게 된 날.

나의 길은 정해졌다.


다음 주 방과 후 미술 면접이다!

기존선생님이 계신 곳일 거 같아, 형식상의 면접일수도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

점수에 따라 사람을 뽑는다. 경력, 상장, 등...

디자인회사를 먼저 다니고 야근과 여러 상황들 속에서 선택하게 된 방과 후 미술이라는 직업.

아이들과의 소통이 즐거운 이 자리가 나의 자리구나 싶다.

대표와의 통화를 마치고 뒤집어진 월수학교의 일정을 채워야 하는데, 다행히 월금학교로 정해졌다!

미술수업~! 어떤 아이들을 만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월요일오전 화목학교 면접을 보러 간다. 기존에 다니던 화목학교에서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셨는데 월금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애매한 상황이다.


나에겐 화목학교로 가는 것이 더욱 유리한 상황이다.

이렇게 매해, 2년마다 고민하게 된다.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기에.

계획대로만 되는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선택권을 나에게 두지 않고 흘러가는 데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기우는 나를 발견한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잠언 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 시니라"

결혼 전, 신혼 초까지만 해도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나였다.

계획한 대로 안 되는 결혼과 육아를 지나오며 계획의 J를 버리고 살았던 13년의 세월을 흘러 보내고,

다시 J를 꿈꾸며 하나님의 계획하심대로 2026년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고난도 있겠고 감사도 있겠고 성취도 있을 2026년.

2025년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도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었고, 누워서 쉬고 있는 시간에도 우리는 충전하고 있었다고 위로해 주길 바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사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게

존재만으로도 빛이난 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아! 그 사장님께는 당신 시간만 귀한 게 아니라 남의 시간도 귀해요라고 이 얘기도 더하고 싶다.'


뒤끝 있죠?

ㅋㅋㅋㅋㅋㅋㅋ


뭐. 날 놓친 건 당신의 손해이니.


아, 그리고 저는 다음 주 월부터 10일간 다른 분의 책을 맡아서 작업합니다.

결혼 전 다녔던 회사의 대표님께서 갑작스럽게 연락이 오셔서 맡게 된 작업,

이사 온 아파트 옆동에 살고 계셨다.


육아하며 간간히 프리랜서로 일을 도왔었다. 이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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