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싸느라고 가 아닌 내 일,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이삿짐정리도 못한 채 이사를 한 나는 이사 후 버리기를 시작했다. 남편의 계산 착오로 가구 하나 제대로 못 샀다.'맙소사. 이게 말이야 방귀야.' 이제 하나씩 사들여오기 시작. 우린 얇은 매트 위에서 한 달을 생활했다. 이제야 침대가 들어오고 아이들 방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간다. 아직 안방에 침대가 없다. 나는 전에 사시던 분이 나를 위해 버리고 간 소파가 가장 좋다. 좋은 게 아니라고 미안해하셨지만 나는 이 소파에서 너무도 푹 잘 자고 있다.
새벽 6시 기상이라는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게 한 메이드인차이나 내겐 소중한 잠자리가 되었다.
저번주 월요일, 문자가 '띡~!' 왔었다. 11월 영상 편집 수업 선생님을 찾는 문자였다. 좋은 기회가 되겠구나 싶었다. 담당 학교선생님 전화가 왔고 다음달 수업 일정을 전화상으로 확정을 지었었다. 그런데 1시간 뒤, 교장선생님께서 공고문을 올려 사람을 뽑자고 하셨단다. 서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래요. "선생님 절차대로 해야지요."라고 웃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업체를 통한 거라 확정인 줄 알았는데 교장선생님의 의견도 중요하니 일단 되는대로 하자는 마음이었다.
목요일, 잊고 있었던 메일을 보내고자 파일을 열었는데 작성할게 꽤 많았다. 금요일 아침, 이제는 보내야겠다. 싶어서 서둘러 작성 후 이제 보내려 봤더니, 동영상도 첨부해 달라는 것을 너무 늦게 봤다. 공고문이 올라온 후 곧 내려갔기에 확인 못했던 부분이었다. 앗. 아이들 등교시간인데, 서둘러 노트북을 챙기곤 서둘러 나왔다. 전학거부로 20분 거리 등교라 12월까지는 등하교 기사가 되어야 한다. 3년 된 스마트폰은 오늘따라 왜 이리 느린지, 동영상 첨부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3번 정도 해도 안 되는 것이다. 아침에 엄마와 외숙모 픽업 후 모셔다 드려야 하는 과정도 있었고 아이들 화상수업 후 노트북을 충전을 안 해놔서 키느라 고생한 이슈도 있었던 아침, 할 수 없이 동영상과 편집물은 문자로 따로 보내게 되었다.
'메일 보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누구세요? 잘못 보내신 것 같아요.'라는 답문이 오는 게 아닌가.
'땡땡초 선생님 아니신가요?" 주말 내내 답이 없어서 금요일 아침의 정신없음에 이삿짐 정리에 지쳐 정신까지 무너지는 저녁이었다. 6시 숙제제출도 있었기에 일 끝난 후 언니의 집에서 노트북을 켜야 하는 순간, 이제 집에 가신단다. 그렇지. 일어나야지.
모두 모셔다 드리고 김치픽업도 완료 후 아이들과 집에 오자마자 "엄마 숙제완료를 위해 6시까지 말 안 걸어주기로 약속해 줘~" "엄마, 알았어 파이팅! " 다행히 1시간 만에 숙제완료! 발로 쓴 건지 손으로 쓴 건지..
"5시 56분 제출! 엄마 했다!!" 숙제제출 후 거실을 돌아보는데, 이건 집인가 쓰레기장인가. 아이들 방에서 꺼내온 짐들이... 나를 반겼다. 쏟아지는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또 잠이 들었다. 한주 그리고 이사 후 한 달을 바쁘게 지냈지만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한 달이었다.
'오늘 수업은 즐겁게 하고 오자~!' 마음먹으며 아이들을 마주했다.
오늘은 아이들 수업이다! 아이들 기분은 날씨가 알려준다. 날이 좋으니 아이들 기분도 좋다.
수업 후 돌아오는 길, 11월 일정이 궁금해서 직접 전화를 걸었다.
"어머 선생님 다음 달, 함께해요. 지원자가 1명이에요. 다행이에요~."
들었다 놨다의 짜릿함을 맛본 과정이었다. 요즘 P인 내가 J가 되어가는 건가.
디자인과 편집물 제작은 나의 본업이었다.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 풍경들을 예쁘게 담아 영상을 잘 만들 수 있기를 아이들과 함께할 수업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집에 와서 다른 일정 확인 후 브런치 작가가 4시간 전 되었다는 알림을 보게 되었다. 이게 맞는 것인가?
내가 광고글을 잘못 본 것인 걸까. 나처럼 맞춤법 잘 틀리고 문과 쪽으로는 재능이 없는 나를 뽑아주다니,
아니 이거 완전 러키 비키잖아. 신이 난다. 참 감사하다 싶다.
내가 작가가 되었다니, "할렐루야!"감격의 순간! 혼잣말 시작이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따뜻함 공감이 될 수 있는 글이기를 기도한다.
20대 때인가 생각대로 T라는 SK 티브이광고를 했었다.
나는 이 말을 늘 되뇌었었다. '생각하는 대로 된다. 말한 대로 된다.' 나의 20대는 감사하게도 생각대로 이루어졌었다.
나의 30대는 육아와 결혼생활, 일로 지쳐서 생각조차 하면 안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삶에 맞춰서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것 같다.
나의 40대, 생각대로 J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체력적으로 빨리 지쳐하는 나는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데 왜 이리 힘들지. 이겨내 보자.' 되뇐다. 하다 하다 안 되는 날도 있다. 쉼의 시간을 갖고 2-3일이 지나면 곧 잘 페이스를 찾는다.
이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그 과정 속에 위로도 있었고 쉼도 있었기에 다시 돌아온듯하다.
'화려함에 대한 감사가 아닌 평범함에 참 감사하다. 내 다리가 있고 걸을 수 있고 먹고 살아갈 수 있으며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음에 일을 할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