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기록 1. 보이차와의 첫 만남과 보이차 부작용

by 슬구리

2018년 9월에 시작한 보이차 생활이 벌써 5년이 되었다. 보이차를 마신다고 하면 '보이차를 어떻게 알게 됐어요?', '보이차 마시고 달라진 게 있어요?', '보이차가 진짜 다이어트에 좋아요?'라는 질문을 주로 받는다. 이번 기회에 나도 글로 정리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첫 회사 생활을 광고 대행사에서 했는데, 워낙 일이 많고 야근과 철야가 잦다 보니 서서히 몸이 망가졌다. 출근하자마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내려 퇴근할 때까지 리필해 마시고, 도시락으로 싸간 점심이 아니면 모든 음식을 사 먹는 상황이었다. 특히 저녁과 야식 메뉴는 늘 자극적인 엽떡, 불닭, 편의점 도시락 등이었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좋았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이 입사 후 10kg 이상 살이 찐 모습을 보며 나도 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최대 몸무게를 기록하고 5년 동안 겨우겨우 살을 뺐는데, 다시 예전 몸으로 돌아가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내적인 건강보다는 외적인 건강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었다.

그렇게 2년 반 정도 몸과 마음을 갈아 일하다 퇴사를 했다. 번아웃은 물론 환청과 이명도 종종 들렸고, 이석증까지 얻어 아침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채 눈을 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원하는 삶을 꾸릴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퇴사를 했다.

잠시 쉬며 이직할 회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왕 마케팅/홍보 쪽에서 일을 했으니,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루는 회사에서 일하 조금 덜 힘들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알고 싶은 것이 뭘까?' 고민해 보니 차 tea라는 결론이 나왔다. 나에게 있어 차는 힐링과 여유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차 회사에 입사하면 커피 대신 차를 마시고, 차에 대해 공부하면서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차 회사 입사 공고가 떴다. 그때까지만 해도 홍차, 우롱차, 녹차, 꽃 차, 허브차 정도만 알았지 보이차는 전혀 몰랐다. 면접 시에도 이 부분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입사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그러니 회사를 다 모르더라도 일단 문을 두드리세요, 취준생 여러분)

두근두근했던 첫 출근 날, 동료들은 아침부터 보이차를 우려 주었다. 처음 보는 돌 주전자에 정성스레 내리는 보이차. 모든 광경이 낯설고 신기했다. 보이차를 처음 마시고는 '이게 차야?' 싶었다. 색은 쌍화탕 같은데 찜질방 향이 나고, 입은 텁텁하지 않고, 슬슬 몸에 땀이 났다. '차 잘 마시네~' 소리를 들으며 첫날 거의 2L를 냅다 마셨다. 술도 커피도 아닌 데다가 몸에 좋다고 하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아침뿐 아니라 점심에도, 회의할 때도 언제나 차가 함께 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보이차를 가져와서 차호에 우려 마시며 품평도 하고, 안부도 묻고, 회의도 했다. 차가 함께 하는 일자리는 예민하지 않았고 무례한 사람도 없었다. (일반 회사에 비해!)


보이차와 더불어 우롱차를 마시다 보니, 매일 마시던 커피 섭취가 줄었다. 가끔 외식하는 날은 커피를 사 마시긴 했지만 '오늘을 버티기 위해 마시는' 가짜 커피 섭취가 아예 없어졌다. 아침을 편안하게 시작하기 위해 숙차를 우렸고, 힘든 일을 하기 전에는 기운이 좋은 생차를 우렸고, 일이 안 풀려 답답할 때는 향기로운 우롱차를 우려 마셨다. 환경이 바뀌니 생활습관을 바꾸는데 더 도움이 된 건 맞았다.


처음에는 보이차 부작용도 있었다. 바로 방광염! 사실 보이차 때문에 아니라 내 생활 습관 때문에 생긴 병이었다. 나는 원체 엉덩이 떼기를 귀찮아해서 웬만큼 소변이 마렵지 않고서는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새벽에도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참고 잤고, 장거리 이동 시에도 '화장실 안 가면 죽겠다!' 싶은 정도가 아니면 그냥 차에서 잠만 잤다.


그렇게 늘 참다가 소변을 보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방광염인가?' 하는 순간 바로 피가 나왔다. 1년에 3번 이상 방광염이 오면 만성이라는데 나는 2018~2019년 사이에 3번이 걸려 만성 판정을 받았고, 염증이 신장 바로 직전까지 올라가 있다고 했다. 어디서 하루에 화장실을 8번 이상 가는 것도 방광염이라고 했는데, 나는 마시는 액체 대비 화장실을 너무 안 가서 방광염에 걸린 거였다.


방광염에 걸렸기 때문에 보이차를 덜 마시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항생제를 먹을 바엔 보이차를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장 절박뇨와 혈뇨를 멈추기 위해 하루 이틀 정도는 항생제를 먹어야만 했다. 그리고 증상이 멈추면 보이차를 더욱 열심히 마셨다. 항생제도 염증도 다 몰아낸다는 생각으로! 더불어 화장실 습관도 같이 고쳐야 함을 몸소 느끼고 생각이 날 때마다 소변을 보러 갔다.


생활 습관을 함께 바꾸고 나서는 방광염이 재발하지 않았다. 이후로 보이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생활 습관도 같이 바꿔야 보이차의 효과를 더 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나는 차 회사에서 보이차와 처음 만났고, 지금까지 차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차 회사는 3년 전에 퇴사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광고 회사에 취업해 2년 정도 일하다, 현재는 백수 생활 3달 째다. 그리고 찻집을 운영하는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1달 뒤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보이차를 만나고 내 인생이 달라진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글로 남기면 나중에 나이 들어 다시 봤을 때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와 함께 하는 내 생활을 잘 기록해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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