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응급 의료 풀 패키지 1년권 VVIP 경매
“응급 의료 풀 패키지 1년권” 경매를 맡은 경매사 유서영입니다. NB나의은행 VVIP 300명을 모시고 진행하는 금일 경매에는 국내 최고 의료진 상시 이용권, 수술 프리패스권, 프라이빗 구급차 독점권으로 구성된 패키지 10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경매 시작가는 경매사가 정하되, 경합이 치열한 경우 경매사의 재량으로 호가 폭을 조정하겠습니다. 200세 시대, 응급의료 없이는 100살도 살기 어렵습니다. 금일 경매로 양질의 응급 의료 서비스를 독점하실 수 있습니다. 평생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힘쓰신 VVIP분들께 좋은 기회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아시겠지만, 경매에서 낙찰받으신 금액은 절대로 취소하실 수 없습니다. 신중히 응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응급 의료 풀 패키지 1년권”의 첫 번째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분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2024년 응급실 붕괴 때 의료 민영화를 주도하고 국내에 처음으로 유료 응급 서비스를 제공하신 분입니다. 덕분에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진료받을 수 있게 됐죠. 중증도에 따라 응급 진료를 받던 과거를 청산한 분이십니다. 생명에도 경중이 있지 않겠습니까. 유료 의료 서비스의 이해도가 높아 VVIP 이용자를 위해 상시 대기하며 체력을 관리하고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며 의학 지식수준 또한 출중하십니다. 또 입금과 동시에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프라이빗 구급 헬기에 직접 탑승해 출동하시는 분입니다. 지난 경매 때 이분의 풀 패키지를 구매한 168세의 여당 의원분은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지셨지만 후유증 없이 정계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50억 원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50억 나왔습니다. 55억 여쭤보겠습니다. 55억 나왔습니다. 60억 계십니까. 60억. 호가를 10억 원으로 조정하겠습니다. 70억 여쭤봅니다. 왼쪽 대각선에, 네. 제일건설 사장님 아니십니까, 말씀 전해주시면 호가 반영하겠습니다. 100억이요. 100억 나왔습니다. 더 있으십니까. 100억 다시 여쭤봅니다. 100억 최고가, 100억. 마무리합니다. 100억 원. 100억 원. 100억 원. 낙찰합니다. 제일건설 사장님께 ”응급 의료 풀 패키지-1번“ 100억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00억에 낙찰받으신 해당 경매품은 오늘부터 1년 동안 중증도와 무관하게 응급 진료를 받으실 수 있는 ‘풀 패키지’입니다. 이용 기간 연장을 원하시면 담당 의사와 상의 후 경매가의 최소 1.5배를 지불하시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1년 경과 후 해당 이용권은 자동 소멸하며, 응급 의료 지원 또한 중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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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쓰러진 장제일 제일건설 사장이 불과 이틀 차이로 응급 진료를 받지 못해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장 사장은 지난해 9월 “응급 의료 풀 패키지 1년권”을 구매했지만, 사고 당시 응급 진료 이용권의 기한이 이틀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급히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옮겼지만, 응급실 수용을 거부당했습니다. 응급실 의료진은 “이용권이 없는 환자까지 받을 여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본지 취재 결과, 병원은 수술 프리패스권을 도입한 사설 병원이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응급실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풀 패키지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보통 경매를 통해 거래하며, 중증도가 아닌 생명의 경중을 고려한 의료 서비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병원은 프리패스 수술 혹은 진료가 끝나면 대기 중인 일반 환자를 치료하는 유일한 병원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착한 병원’ 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해 응급실에서 무한 대기를 하는 서민들을 위해 병원마다 대기실을 마련하고 세안 도구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새벽 2시 무렵 응급실을 방문해 서민들과 함께 응급 진료를 기다리는 체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