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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티에 May 02. 2016

성의 차이에 의문을 던지다

거꾸로 생각하는 육아



https://www.youtube.com/watch?v=XjJQBjWYDTs


미국의 한 여성용품 광고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뜬금없이 "계집애같이(like a girl)" 뛰어보라는 주문을 합니다.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뛰는 시늉을 합니다. 머리 모양을 신경쓰느라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연기 등을 선보이면서요.

 


다음에는 사춘기를 지나지 않은 열 살 정도 미만의 여자 아이들에게 같은 주문을 합니다. 놀랍게도 이 작은 아이들은 진지한 자세로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집애같이(like a girl)" 달리라는 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물으니 "있는 힘껏 달리라는 뜻" 아니냐는 순수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세상의 반은 여자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여자이고 아마도 이 글을 읽게 되는 독자분들의 반 정도도 여자일 겁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리고 왜, 세상의 반을 차지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girl)에 이렇듯 경멸적인 뜻이 스며든 걸까요? 왜 또 우리는 (심지어 '여자' 자신들까지도) 별 생각 없이 그런 뜻을 가진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게 된 걸까요? 별 생각 없이 우리가 내면화시킨 이런 고정관념들은 우리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특히 우리의 자녀들에게)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사회의 고정관념에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작은 여자아이들에겐 "계집애 같다(like a girl)"는 표현은 욕이 아닙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자신의 성별에 대해 전혀 다른 인식을 사회로부터 주입당하게 될 겁니다.


사실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면 참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 선택, 노력과는 전혀 무관하게도 그저 내가 태어나게 된 성별 그 자체에 이미 부정적인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이니까요. 누군가가 '나'라는 사람을 잘 알기도 전에 '넌 동양인이니 수학이나 잘 하고 창의력이나 리더쉽은 떨어질거야', 또는 '넌 흑인이니 공부는 못하고 운동, 노래엔 소질이 있겠지'라고 결론 짓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이미 너무도 많은 심리학 실험에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증명되었습니다. 아이에게 본인 스스로 어떠한 장점이 있다고 자연스럽게 믿게 해주면 정말로 그런 장점을 지닌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정적인 면을 주입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슬프게도 현실 속 인간은 보통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반응을 빨리 합니다. (좋은 소문 보다도 나쁜 소문이 더 많이 관심을 받고 더 빨리 퍼지지요.)


물론 세상의 부정적인 고정관념들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부터라도 우리는 사회가 "당연하다", "자연스럽다"고 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품어 볼 수는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 속 아무리 크고 거대한 사상이라 할 지라도 그 처음은 세상이 그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를 의심해보는 것에서 출발했으니까요.


앞으로 저는 제 딸아이가 자라나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여자"와 "여자다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당연하다", "자연스럽다"고 믿는 것들을 거꾸로 생각해 보며 차근차근 그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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