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이유랄 게 있을까

꾸준히 생각하고 쓰는 글쓰기

by 슬슬

나는 언제나 쓰(긴 하)는 사람이다. 당당히 쓰는 사람이라 말하지 못하는 건 실제로 쓰는 시간보다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듬성듬성 쓰인 해마다의 일기장 속 빈 종이들이 나를 탓하는 것만 같아 날짜를 꾹꾹 눌러쓰며 죄책감을 숨길 수 있는 만년 다이어리를 쓰게 된 지가 몇 해다. 쓰지 않는 기간이 얼마가 되었든 그래도 쓰긴 쓰는데, 차마 쓰는 사람이라고는 하지 못하고 쓰긴 하는 사람 정도로 해두자.


나는 언제나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일기장에 받았던 검사 도장이나 백일장의 참가상 같은 것들이 속에 남아 아직도 나에게 숙제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쓰지 않을 땐 하지 않은 숙제가 있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운데 그래서 늘 몇 백 그램쯤 무겁게 산다. 이 무거움이 정말 마음의 무게인지는 모르겠지만. 써야 하는데 쓰질 않으니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것 마냥 글쓰기 모임에 달려들고 체중 감량에 실패한 채 쭉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왜 쓰는가. 써야 하니까 쓰고, 쓰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니 쓴다. 꼭 써야 하는 건 없지만 쓰고 싶은 일은 곧잘 생긴다. 쓰고 싶은 일을 모두 썼다면 당당히 쓰는 사람이라 자칭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천성이 게으름이라 써야지 하고 미룬 글로 전집도 만들었을 것이다.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데 그렇게나 쓰고 싶은 이유를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쓰는 일에 꾸준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도 알지 못한다. 꾸준히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만 확실히 아는데, 미련하게 또 확실한 어려움에 뛰어든다. 미련이 먼저 나면 슬기가 나중 난댔다. 쓰다 보면 대책이 생기겠지 하며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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