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부에서 벗어나다.

새로운 시작

by 김슬기





1차 테스트 이후, 시드전을 준비하는 동안 사실 나에겐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겼다.

오랜 시간 소속되어 있는 골프부 아카데미에서 나와, 완전히 아카데미로 옮기게 된 것이다.


새로운 곳에 정착한 이후 더 명확하게 느꼈던 사실이지만 그 선택은 진작에 내려졌어야 했다.

같은 곳에서 4년 차가 되면서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코치진도, 학생도 모두 권태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팀에서 새로운 방식의 훈련을 시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명의 코치가 한 선수를 관리하는 시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갇혀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시 내게 필요한 것이 환경적인 변화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순 없었다.

이는 엄격한 운동부 단체생활로 인해 굳어진 특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심각한 주체성 결여와, 동시에 매우 낮은 비판적 사고력이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하고, 결정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일어나라는 시간에 일어나, 건물 앞에 집합해서 줄을 지어 식당으로 이동하고, 들어간 순서대로 앉아 밥을 먹고, 줄을 지어 숙소로 돌아온다.

차를 타라고 하면 차에 타서 데려다주는 연습장에 도착하면 빽을 줄지어 내려놓고 옆에 모여 스트레칭을 한다. 마지막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있으면 팔 벌려 뛰기 개수는 배로 늘어나고, 소리가 모자라면 코치님의 성에 찰 때까지 반복한다.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고, 타석으로 들어가라고 하면 타석으로 들어간다.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땐 코치님께 찾아가 물어보고 다녀오고 물을 마시려고 해도 물어보고 다녀온다.

정해진 점심시간이 되어도 코치님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그러고 나면 다시 줄을 지어 식당으로 간다.

밥을 먹을 때도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내가 먹고 싶을 때까지 먹을 수 없다.

다리가 보이는 게 싫어서 긴바지를 입고 싶어도 여름에 덥게 입으면 체력이 더 떨어진다고 무조건 반바지를 입어야 했고, 옷도 주어진 것으로 입어야 했다. 우리는


"내일 옷 무슨 색이지?"


"내일 수요일이니까. 노란색에 흰 모자"


이런 대화를 나눴고, 덕분에 '내일은 뭐 입지?'란 고민을 할 시간에 골프에 대한 생각을 더 할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체력훈련을 포함한 모든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가도


"집합!!!"


"집합이요!!!"


여기저기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머리에 거품칠을 하다가도 수건으로 허겁지겁 닦고 회의실로 모여야 했다. 정말이다. 그 당시 집합은 시도 때도 없이 들렸다. 하물며 자다가도.

정해진 시간까지 그날의 일지를 제출해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취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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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프로 15년차. 타고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 치열한 스포츠 세계 속에서 버티고, 부서지고, 다시 회복해온 이야기를 씁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 다른 것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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