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못한 세 통의 전화
그날은 정말 이상했다. 평상시엔 첫 번째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아빤 두 번 연속해하진 않으셨다.
하루종일이 연습시간이니 역시나 연습 중이려니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전화가 울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편지를 쓰고 있었다.
이 편지가 엄마나 아빠가 걸어 올 안부전화 전에 그들에게 닿길 바랐다.
전화가 오면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 일도 없는 척 받아야 되는데
그러기엔 이젠 너무 버거웠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끔찍이 두려웠다.
이 편지를 먼저 받고 부디 이 많은 생각과 상황과 마음들을 구구절절 내 입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길 바랐다.
끔찍한 내 존재. 난 부모님에게 짐일 뿐이다. 우리 가정에 해가 될 뿐이다.
엄마가 힘든 거, 아빠가 기분이 안 좋은 거, 그들의 목소리에 힘이 빠진 것, 그들이 웃지 않는 것 모두 나 때문이다.
내가 실패만 해서. 내가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해서. 그들의 노력에 보답하지 못해서.
분명히 내가 없어지면. 내가 없어지면 분명 그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조금 힘들겠지. 아무래도 있던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아니다. 많이 힘들겠지.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모두 알게 될 거야. 오히려 그렇게 됐기 때문에 비로소 그들이 더 행복해졌다는 것을.
내가 사라지면 이 모든 게 끝날까?
내 괴로움. 자책감. 계속해서 살아있다면 앞으로도 내 존재가 끼칠 해로움. 이런 것들이 모두 끝날까?
끝나겠지?
무서워졌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다.
숨은 건 난데.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용기가 안 났다. 난 그럴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남들은 잘만 이겨내는 거 유난 떨고 있는 거 아닌지. 별 것도 아닌 거에 호들갑 떨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누구에게도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나조차도 어디서부터 왜 내가 이렇게 됐는지 설명할 수가 없는 걸.
어차피 이해받을 수 없을 거다.
꾸역꾸역 용기를 내어 힘겹게 구석에 있던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도저히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야기를 할 자신이 없었고, 내 이야기에 타인의 반응이 두려웠다.
어떤 반응도 들을 자신이 없었다. 그게 위로던 격려던 이해든지 간에 난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나쁜 생각이 자꾸 들어. 무서워. 도와주세요.
내가 자꾸 왜 이러는 거예요?
글을 쓰는 데에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걸 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없었지만 우선 그것이 그 순간의 최선이었다.
그 순간
전화기 화면에 아빠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받지 않았다. 받을 수 없었다.
테스트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 몸은 어떤지,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실 텐데
테스트는 내 맘대로 취소해 버렸고, 모든 게 엉망진창인 걸.
안내음이 나갈 때까지 끊지 않으셨는지 전화는 한참을 울리다 마침내 끊어졌다.
전화가 울리는 동안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마치 내가 전화기 넘어 있는 것을 들키지 않고 싶었던 것 마냥.
전화가 끊기고 나서야 숨을 깊게 쉬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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