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갈까, 가지 말까.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속에서 '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운동을 하면 지나가는 저 여자들처럼 몸매가 좋아질까. 덜렁거리는 허벅지살이 말 근육처럼 쩍쩍 갈라지면 얼마나 탄력 있을까. 종아리가 일자로 쩍 갈라지는 근육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면 사람 자체가 활기차고 건강해 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나이가 들수록 단순히 마른 몸매가 아닌 근육을 겸비한 밸런스 있는 몸매가 더 좋다. 운동이 주는 이점을 나열하자면 입 아프고 손 아프다. 건강한 육체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스스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 단순 정제당보단 복합 탄수화물을 선택하고 바닐라라떼보다는 아메리카노를 선택해 건강한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렇게 좋은 효과를 알고 매번 "운동해야지"란 말을 지겹도록 입에 달고 사는데 왜 그토록 실천이 어려울까. 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격렬한 마음이 오늘도 격돌한다.
어떻게 살고 있나, 오랜만에 연락을 해볼까.
정말 궁금하다. 문득문득 생각도 나고 전화하기 싫은 상대도 아니다. 분명 통화를 하면 우리는 1시간을 훌쩍 넘기며 시시콜콜한 얘기들에 공감하고 위로할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연락해야겠다는 마음이 통화 버튼까지 닿지 않는다. '잘 있겠지, 바쁘겠지. 내가 방해하는 걸 수도 있고.'라며 핑계 아닌 핑계를 찾아 연락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별일 없으니 연락 없는 거겠지'라며.
만나고 싶고 연락이 왔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먼저 연락을 하지는 않는 이 심리. 대체 나란 사람은 왜 이럴까.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지만 꼭 연락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 사람이 궁금하고 만나고 싶지만, 반드시 만나야 하는 건 아니다. 그 정도의 간절함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만났을 때 '한 시간의 기쁨',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이젠 '글쓰기의 압박'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는 걸까.
글을 쓰지 않고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숙제를 미루고 놀고 있는 학생의 기분이 된다. 누구 하나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고 내 글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불안하다. 주기가 5일 이상 벌어질수록 빨리 발행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싶고, 자꾸 늘어질수록 써야 하지만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한다. "왜 글을 써야 하지?" "누가 나에게 독촉하지?" "내 글을 기다리는 독자와 출판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불안하고 허투루 보내고 있다 생각하지?" 요 며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링거 맞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머릿속은 불안함의 시계가 재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시계를 멈추려고 전원 버튼을 찾고, 저 멀리 내다 버려봐도 돌아가는 시곗바늘의 허상을 쫓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글을 안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 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고, 쓰고 싶지 않고, 어려워서 멈추고 곁눈질만 하게 되면 어쩌지. 다시 쓸 수 있을까?"
글을 쓰면 쓸수록 글쓰기의 압박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잘 쓰고 싶다. 잘 쓰고 자주 쓰고 싶다. 잘 쓰고 자주 쓰는데 읽어 주는 사람도 많았으면 좋겠다. 독자가 없는 글을 쓴다면 관객 없이 노래 부르는 가수와 무엇이 다를까. 가수든 작가든 내가 만든 창작물이 공감하고 위로되며 소비되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자기 치유적 글쓰기가 있지만 단지 나만 치유되는 글을 쓴다면, 긴 시간 지속할 수 있을까. 빈 여백에 타다다다 뱉어내다 노트북을 닫으면 그만인 글쓰기 말고, 너와 내가 연결되는 글쓰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할 말이 없는 지금도 '글쓰기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하기 싫다.'라는 딱 한 줄의 생각을 적어 놓을 심산으로 노트북을 켰다가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일단 '운동복 갈아입고 나가기'와 같은 이치랄까. 일단 앉아서 노트북을 켜면 별다른 생각 없이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전원 버튼 켜기가 왜 그렇게 힘든 것인지. 악마가 달라붙어 100만 가지 이유를 속삭인다. 하지만 결국 전원 버튼을 눌렀고, 제목을 썼고, 빈 여백에 드는 생각을 자유로이 기고하며 오늘의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단지 하는 것' 모 스포츠 회사의 슬로건처럼, 그리고 김연아 선수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것"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준다.
실행한다는 것.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여 바로 행해버리는 것. 그렇게 몸이 익숙해지면 정체성이 심어지고 나는 운동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겠지.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채우고 심도 있게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겠지. 2023년이 며칠 안 남은 시점, 글쓰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스스로 최면을 거는 글을 남겨 성장하는 내일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래, 나는 글 쓰고 운동하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