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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Oct 09. 2019

조커를 지켜보며

레이는 별일 없이 산다.

WHY SO SERIOUS !


#코믹스가 더 이상 코믹스가 아닐 때

요즘 가장 뜨거운 영화라고 하면 단연코 조커일 것이다.

베니스 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사자상을 조커가 받음으로써 그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황금사자상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대중적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상이 었다.

조커가 탄생하기 전까지...

#다크 나이트 조커 그리고 히스 레인

조커는 D.C 코믹스에 등장하는 빌런이다. 배트맨의 숙적으로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의 정신세계는 배트맨이 가지고 있는 질서, 정의감과 대조적으로 혼돈, 카오스 자체이다. 그동안 조커는 코믹북이라는 종이 속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종이 속 캐릭터가 영화 속 스크린으로 재 탄생됨으로써 혼돈의 판도라 상자가 열려버렸다.


조커가 영화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화, 넷플렉스 쓰리즈 등 다양한 곳에서 등장했었다. 특히 그중 단연 최고는 다크 나이트 쓰리즈의 히스 레저 조커였을 것이다.

이 당시에도 다크 나이트는 많은 찬사와 비난을 받았다. 히어로 영화의 틀인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대결 구도에서 자신의 신념인 정의, 질서, 죽이지 않는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배트맨과 사회적 규범과 질서는 겉치레이며 양심적 안전장치 따윈 없는 진짜의 모습, 즉 본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조커를 대립시킴으로써 영화가 영화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스크린 밖으로 나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 역시 베트맨을 3부작으로 만들어가야 하므로 조커보단 베트맨에게 힘을 실어 줄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대결 구조에서 살짝 베트맨 쪽으로 힘을 실어 줌으로써 조커의 광기에서 관객들을 해방시켜 주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배트맨보다 조커가 우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았던 이유는 크게 2가지의 요인이 있다.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의 소름 끼치는 연기력

히스 레저는 조커 역을 소화하기 위해 자신을 외부로부터 고립시키고 조커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조커는 목소리에서부터 몸짓과 눈빛 표정까지 조커 그 자체였다.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한 게 아니라 조커가 조커를 했다 라고 느낄 정도로 배우에서 묻어 나오는 모든 모습들이 조커 그 자체였다.


#조커는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가진 미치광이다.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횡설수설을 한다면 우리는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분명 그는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걸 공감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달랐다. 그의 무자비한 행동은 미치광이가 분명했지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고 단순 광기 어린 미치광이의 헛소리가 아닌 논리적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야. 힘든 시기가 오면 소위 문명인이란 사람들이 더 추악해져"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의 문턱에선 숨겨진 본색을 드러내지"  

"무정부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혼란의 가장 큰 미덕이 뭔지 알아? '공평함'이지"  

"광기는 가속도랑 똑같아. 한번 속도가 붙으면 점점 더 빨라지거든"  

"WHY SO SERIOUS"

- 다크 나이트 조커 명대사 -

 

이렇게 영화는 우리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져주었고 코믹북은 그렇게 서서히 철학책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조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

2019년 아니 마블과 코믹북을 통틀어서 이렇게 호불호가 갈리고 이슈가 된 영화는 없었다.

특히 만화 원작 히어로물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탄 건 유래 없는 일이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마블이 정교하게 세계관을 쌓아 올려 엔드게임으로써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던 것만큼 D.C코믹스도 정교하게 정성을 들여 캐릭터의 세계관을 말아먹어 왔다. ( D.C코믹스 사랑해요 진짜로!@#!%$%!)

불행 중 다행인 건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세계관 주인공인 배트맨이 D.C코믹스에 있었고 그의 숙적 조커는 빌런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 그러던 중 크리스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쓰리지를 기획하며 다크나이트로 통해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신념과 신념의 대결로 웃자고 시작한 일을 죽자고 만들어버렸고 이때 히스 레저의 조커는 주인공인 배트맨을 압도해 버리는 캐릭터로써 조커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D.C코믹스가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잘 성장한??! 빌런 조커가 배트맨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구조의 틀을 벗어나 조커 자체로 단독 영화가 만들어 짐으로써 배트맨의 그림자가 아닌 순수 조커, 즉 혼돈의 조커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

사실 호아킨 피닉스를 잘 몰랐다. 유일하게 아는 작품이 바로 글레디에이터이다. 글레디에이터에서도 막시 묵스(럿셀크로우)의 대적자 빌런으로 등장했으니 빌런 전문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때 호아킨 피닉스(코모두스)는 막시 묵스(럿셀크로우)를 질투하며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받음을 갈구하다가 결국 점점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때도 상당히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었는데 약 19년이 지난 현재 조커로 그의 연기에 정점을 찍어버렸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와 히스 레저의 조커

많은 논란 중 하나가 과연 최고의 조커는 누구인가?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논란은 쉽게 정리가 되었다.

히스 레저의 조커가 완성된 조커를 보여줬다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완성되어가는 조커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 역시도 이 말에 매우 공감하고 있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이토록 찬사를 받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조커는 완성된 조커의 모습만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 정점에 있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행복을 꿈꾸며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코미디를 보며 웃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여자 친구 얼굴에 미소 가득한 행복을 만들고 싶어했던 아서가 어떻게 최악의 빌런 조커가 되어 배트맨의 숙적이 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아서가 있고 호아킨 피닉스의 전율이 느껴지는 연기력으로 통해 조커로 재탄생되어버렸다.


#조커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

조커를 보고 나면 호불호가 분명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과 그걸 관통하여 느껴지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분명한 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조커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우리들이 영화를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엔딩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인기 있는 마블 영화처럼 선과 악과 혹은 시작과 끝의 분명한 선이 조커에겐 없다. 분명 조커는 악이다. 혼돈이고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파괴자이다. 하지만 조커를 보며 2시간이 넘는 동안 아서에게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한다. 아서가 이해되기 시작하고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다. 그리고 때론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영화 조커는 나와 상관없을 것 같은 만화 속 악당을 현실 속으로 끄집어내어 만화의 캐릭터가 아닌 현실에 존재할 수도 있고 그 존재가 내 이웃 혹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실제로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만화(허구)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범죄들을 매일 보고 있으며 그 범죄가 우발적일 때도 있지만 매우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범인들은 멀리 있는게 아니고 우리의 이웃이고 어쩌면 내 주변에 항상 있는 존재해왔다.  


이렇듯 조커는 우리의 삶 속에 있는 다양한 고통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행복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가상현실(영화)에서 더큰 현실감을 부여함으로써 우리들이 기대했던 것에 충격을 주고 마음을 힘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 힘든 마음은 호아킨 피닉스의 소름 돋는 연기력이 절정에 치닫아 아서가 조커로 되어갈 때쯤 우리의 복잡한 마음도 절정으로 향하게 된다.

분명한 건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선 배트맨이 있음으로써 조커가 그 어떠한 주장을 한들 결국은 배트맨 쪽으로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커이다. 배트맨에서 조커를 혼돈 그 자체라고 표현했던 것만큼 이 영화는 혼돈 그 자체를 표현한 영화이다. 지금 이 영화가 논란이 많은 이유도 사실 너무 잘 만들어서 생긴 해프닝이다.

하필 감독이 토드 피립스였고,

(그동안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토드 필립스만의 느낌있는 영화. 소위 우린 병맛 영화라고 한다.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어가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을 거라 판단)

하필 주인공 역으로 글레디에이터에서 광기 어린 눈빛과 표정연기가 인상적이었던 호아킨 피닉스가 맡게 되었고

하필 D.C코믹스에서 영웅들에게만 관심 있어서 조커를 따로 건들지 않아 큰 성공을 거둔 다크 나이트 세계관의 조커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렇게 삼 하필이 조화를 이루어 현재 조커(관객이 숨거나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는) 영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WHY SO SERIOUS !

많은 논란이 있다. 미국에선 모방범죄를 막기 위해 위급상황 대처방법과 FBI의 경고로 테러방지를 위해 군대까지도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유튜버 분들이 조커를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 내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자.

이미 조커는 우리에게 왜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물어본 적이 있다.

영화는 영화 자체의 세계관에 놔둬야 한다. 영화를 현실로 가져오는 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아서가 우리도 겪을 수 있을 법한 환경에 있다 한들 아서가 우리가 아니듯 우리가 조커가 될 이유는 없다.

만약 정말 내가 영화 조커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영화를 비난하며 조커와 같은 행동을 하기 앞서 가까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나는 조커에서 표현된 암울한 고담시 보다 우리나라는 더욱 견고한 사회 안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조커를 기대하며

조커는 지독한 블랙코미디 영화이며 배트맨의 그림자 역할을 해오던 빌런의 화려한 부활이다.

이러한 현실은 1등만 기억되며 최고가 아니면 살아 남기 어려워지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좋은 것과 옳은 것은 다르다. 1등은 좋은 것이지만 항상 옳다고 할 순 없다.

마치 조커가 혼돈을 만드는 분야의 1위이지만 그게 옳다고 하는 사람이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우린 조커 영화를 꿈꿔야 한다. 영화 조커에서 담고 있는 심오한 메시지를 말하는게 아니다.

그동안 많은 흥행과 작품성을 가지고 있던 히어로물들이 다양한 선입견으로 통해 상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선입견을 뛰어넘기 위해 조커는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고 호아킨 피닉스의 소름돋는 연기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토드 필립스 감동의 연출은 그동안 불모지였던 히어로물의 영화시장에 황금사자상을 안겨 주었다.


이로써 만화와 현실, 히어로물 영화와 예술작품 영화의 경계는 서서히 무너저버렸고 아이러니하게 그 경계는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인 조커가 해냈다.

히스 레저의 조커 이후 새로운 조커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는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조커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우린 안다.

언제가 또 다른 조커가 나올 거라는 걸.

그리고 우리도 우리의 각자의 인생에서 불가능을 뛰어넘는 조커가 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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