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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by 권승호

담배 피웠느냐는 물음에 담배 냄새를 풍기면서도 안 피웠다고 말한다. 몇 시에 잤기에 이렇게 조는 것이냐는 추궁에 12시를 이야기하다가 다시 물으면 1시를 이야기하고 다시 물으면 2시를 이야기하다가 2시 40분을 이야기한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았으면서도 일단은 보지 않았노라 발뺌한다. 적지 않은 아이들은 이 일 저 일로 거짓말을 자주 한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는데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거짓말을 많이 하였었다. 거짓말을 한 후 무의식적으로 합리화했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노라고 생각하였을 뿐이다.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말일진대 선의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변명하였고, 거짓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으니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거짓말의 결과가 좋았기에 잘못이 없고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한 거짓말이니 잘못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렸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임을 이제야 확인한다.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 연예인들이 일단 거짓말부터 하고 결정적 증거가 나오기까지 계속 거짓말을 하다가 증거가 나오면 그때야 잘못을 시인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정치인 연예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방어의 속성이 있고 특히 상황이 발생한 직후에는 본능적으로 거짓말이 튀어나오는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거짓말에 과거에는 화를 냈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화를 내지 않음은 물론 화나지조차 않는다. 알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고, 특히 청소년기에는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거짓말했다고 지나치게 야단치거나 면박을 주면 더 큰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 있고 관계가 악화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나의 거짓말에 눈감아 준 사람이 많았고, 그것에 감사하여 다시는 거짓말하지 말자고 다짐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짓말하는 행위가 인간의 본능임을 인정하고 가끔은 속아주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을 상기해 보고 거짓말을 하게 만든 나에게도 책임은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쥐를 쫓아도 도망갈 구멍을 두고서 쫓으라는 말을 되새김질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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