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가 나은데
“명문대를 졸업해야만
행복한 삶,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삶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너나없이
대학입시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것이지요.
명문대 입학을 위하여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누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고
대부분 사람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 역시 한때 이 말을 진리라고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명문대 입학하였지만
손가락질받으며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 적잖게 보았기 때문이고
명문 대학은커녕 고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하였음에도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억지 공부로,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담보로
오늘의 행복 내팽개치는 것은 어리석음 중의 어리석음이다.
공부 잘하는 것이 행복 만드는 일이라고 누가 말하는가?
주변을 반 바퀴만 둘러보아도 사실 아님이 분명한데
사람들은 왜 이 말을 사실이라 받아들여 불행의 길로 나아가는가?
봉건시대도 아니고 21세기에,
무슨 근거로 이런 황당한 거짓말을 하는가? 그리고 왜
이런 분명한 거짓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부화뇌동하는가?
생각해보지도 않고, 엉터리 사람들이 의견에 맞장구치면서
힘들고 괴로운 삶 살아가고 있는가?
왜 자기 생각 없이 남의 생각에 고개 끄덕이는가?
왜 자기 생각 죽이고 남의 생각 따라나서는가?
왜 가짜 뉴스에 속아 넘어가는가?
세상에는 가짜 뉴스가 참으로 많다.
주요 신문 방송의 뉴스나 정보에도 가짜 뉴스가 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정보에는 더더욱 많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말 무조건 믿지 말고
깊이 생각하여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자님께서
중호지필찰언(衆好之必察焉) 중오지필찰언(衆惡之必察焉)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고
많은 사람이 싫어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생각 없이 대중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않음이 현명함이다.
서울대생 절반 정도가 우울 증세를 보인다고 하고
47%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2%는 심각하다고 한다.
51% 학생이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한다.
과열된 학점 경쟁으로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한다.
서울대생인데, 부족함 하나 없을 것 같은 서울대학교 학생인데.
너무 슬픈 이야기 아닌가?
서울대 입학을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 엄청 힘들었을 터인데.
1, 2등을 지켜내기 위해 오랜 시간 아등바등하였을 것 분명한데.
삶의 목표를 자유 평화 행복이 아닌 명문대 입학에 두는 것이
어리석음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남들 생각대로 명문대 입학을 삶의 목표로 삼아버린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좌도 우도 보지 않고 앞도 뒤도 살피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다르게 하면 큰일 날 것으로 생각하면서.
더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명문대 입학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 바친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 또다시 안타까운 경주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명문대 입학을 위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기나 한 것처럼.
인생의 목표가 명문대 입학이기나 한 것처럼.
왜인가?
명문대가 행복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임에도
명문대가 행복을 만들어 줄 것이라 왜 착각하는가?
명문대 아니어도 행복이 가능하다는 사실,
명문대는커녕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도대체 왜 알지 못하는가?
눈도 있고 귀도 있고 머리도 있는데. 거기에다가
배울 만큼 배웠는데도.
성공이 곧 행복인 것도 아니지만
명문대 입학이 성공의 발판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고위 공무원들, 국회의원들, 의료인들, 법조인들, 교수님들, 대기업 임원들
명문대에 입학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명문대 갈 만큼 자질 있기 때문이고 노력하였기 때문이다.
명문대가 능력을 키워준 것 아니라
공부능력, 인내심, 지도력, 판단력, 추진력 등이 키워준 것이고
강한 정신력의 DNA가 키워준 것이다.
지방대에서 공부하였을지라도, 아니 대학을 다니지 않았을지라도
그 자리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서울대에 다니면서 5급 고시에 합격했다면
서울대에 입학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울대에 입학할 능력을 갖추고 노력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해야 옳다.
지방대에서 공부했어도, 아니, 대학을 다니지 않았을지라도
그 재주 가지고 태어났고 그 노력하였다면
5급 고시에 합격했을 것이라고 말해야 옳다.
그래도 이왕이면 명문대학교가 좋지 않겠느냐고,
환경이 인간을 한 단계 성숙시켜 주는 것 아니냐는 반론 있을 수 있다.
인정한다. 어찌 좋지 않겠는가?
어찌 좀 더 성숙시켜주지 않겠는가? 하지만
명문대 출신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
지방대 출신이나 고졸은 성공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목고 자사고 다녔다고 모두 명문대 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일반고 다녔다고 모두 명문대 가지 못하는 게 아닌 것처럼.
소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가 낫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명문대에 가서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면
명문대에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비명문대에 가서 상위권에 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인간은 칭찬과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성장하는 것인데
명문대에 입학하기는 하였는데, 상위권에 들지 못하여
관심받지 못하여 의욕 상실로 이어질 수 있음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현명함 아닌가?
자사고 특목고에 간 학생 중 최소 30%, 많게는 50%가
일반고에 진학하지 않았음을 후회할 것 같은데…
명문대 의대에서 공부해야 훌륭한 의사 되는 것 아니고
명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해야 훌륭한 법조인 되는 것 아니며
명문대 경영학과 졸업해야 훌륭한 경영인 되는 것도 아니다.
존경받는 의사 중에 명문대 의대 졸업하지 않는 분 많고
훌륭한 법조인 중 SKY 법대 나오지 않은 분도 많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존경받는 사람 중에
명문대 안 나온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는 학벌 중시의 못난 생각들은
생각 없이 따라 하는 습관에서 왔고
엉터리 소문을 진실로 믿어버리는 어리석음에서 왔으며
바보 같은 욕심에서 왔다.
“명문대 나온 교사이기에 역시 훌륭하고 존경할 만해.”
라는 이야기 들어본 적 없고
“지방대 나온 선생님이기에 역시 부족해.”
라는 이야기 역시 들어보지 못하였다.
좋은 교사와 명문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명문대 졸업하면 교사 임용이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 잘못된 판단이다.
공립학교 임용고시 합격률, 명문대가 높긴 하지만
유의미한 차이로 높은 것 결코 아니고, 그 차이 역시
명문대 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개개인이 가진 공부능력과 노력 때문이다.
명문대보다 더 커다란 슬픔을 주는 것은 ‘인(in) 서울’이다.
언제부터인가 학생도 학부모도 ‘인서울’을 외치고 있는데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가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명문대를 고집하는 것도 잘못인데 명문대도 아닌
서울에 있는 대학, 그것도 모자라 경기도에 있는 대학,
도대체 서울이 인간 능력 향상에
어떤 도움을 어떻게 준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음을 넘어 답답하고 울화통까지 터진다.
왜 사람들은 가짜 뉴스에 속아 넘어가고
가짜 뉴스의 희생양이 되지 못해 안달하는 것인가?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서울에는 뭔가가 있다.’
‘서울에서 공부하면 엄청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서울엔 정보가 많아 뭔가 많이 얻어낼 수 있다’라는 생각들
미련 없이 버려주시라고.
서울엔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환상 버려야 한다.
서울이 실력을 향상해 주지 못하고,
서울이 사람을 성숙하게 해주지 못하며,
서울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사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 나와야 취업이 잘 되고
승진도 잘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말하는 사람도 믿는 사람도 어리석기 때문이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고 책으로 하는 것이고
교수님 실력이 학생 실력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다.
실력은 스스로 탐구하고 노력함으로 키워가는 것이지
선생님이 키워줄 수 있는 것 결코 아니다.
명문대이어야 할 이유, 서울이어야 할 이유
정말로, 진짜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