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문제다. 정치도 문제고 경제도 문제지만 교육 또한 엉터리 방향으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도 잘못이지만 유치원 교육부터 잘못하고 있다. 영어 유치원이라니? 유치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강요하고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윽박지르다니? 그리고 이것을 사랑이라 포장하고 교육이라 이름 붙이다니?
가슴 답답하던 차에 교과서로 삼아야 할 책을 만났다. 『엄지 이리 와 봐!』. 전주코끼리유치원 원장님이 쓴 책인데 이론서가 아니라 유치원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하도록 도왔는지를 사실적으로 서술한 보고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는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의 사진이 글과 잘 버물어져서 더 큰 울림과 따뜻함, 그리고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우리의 잘못된 교육을 반성하게 해주고, 이제 막 엄마 아빠가 된 사람들에게, 앞으로 엄마 아빠가 될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책 속에 가득 들어차 있다. “평생 배우기 위해 지금 실컷 놀아야 한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아이들은 내버려 두어야 잘 자랍니다.” “옷이란 더 잘 놀기 위해 몸을 보호하는 도구일 뿐이다.”“어려서 마주하는 작은 위험은 아이들이 커나가며 맞닥뜨리게 될 더 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안 되는 것이 별로 없는 코끼리에는 ‘안 돼’ 대신 ‘허용’이 자리하고 있단다. 안전을 지키는 방법과 위험 요소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뒤 조심조심 톱질도 하고, 도끼로 장작도 패 보고, 망치질도 해 본단다. 어른들이 하는 건 다 해보고 싶은 나이이기에, 코끼리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단다. 책을 읽다가 문득 맹자의 말이 생각났다.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 살과 뼈를 고달프게 하며, 그 몸을 굶주리게 한다. 그가 하려는 일을 힘들게 하고 어지럽게 하는 것은 인내심을 키우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도 능히 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꼬마 마라톤도 하고, 야간 벚꽃놀이도 하고, 험한 산길도 걷도록 하고, 고드름을 입에 물기도 하고, 한여름 밤에는 곤충 강의도 듣고 별자리도 찾아본다고 한다. 코끼리 아이들은 “나는 할 수 있어요”를 자주 외친다고 한다. 얼마나 중요한 교육인가? 이보다 멋진 성장 촉진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마마보이가 많은 이 시대에, ‘엄마에게 물어보고요’가 일상이 된 슬픈 이 시대에. 어른들이 “안 돼”라고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얼마든지 스스로 커나갈 수 있다는 원장님의 교육 철학에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사랑하기에 가르쳐주지 않았고 사랑하기에 스스로 할 기회를 주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났고, 아이들에게 할 기회를 주어야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노는 것은 아이들의 가장 정당한 행동이며 장난감은 어린이들의 천사’라는 누군가의 말도 생각났다.
코끼리 아이들은 노는 것 뿐 아니라 농사도 짓는단다. 바른 먹을거리를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농사를 지어 건강한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경험한단다. 책 속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모심기하는 모습, 물주는 모습, 수확하는 모습, 운반하는 모습, 김장하는 모습, 연탄 나르는 모습 등등의 사진이 행복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먹을거리가 밥상에 올라오는지 경험한 아이들은 식탁 위의 밥 한 톨, 양파 한족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순간 슬픔이 몰려왔다. 이게 유치원 교육에서 끝낼 일인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직접 해보아야 하는 체험 교육 아닌가?
우리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가 궁금한 초보 엄마들, 유치원생 엄마 아빠, 초등학생 엄마 아빠도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해 본다. “엄지, 이리 와 봐!” 그동안 나는 교육은 믿음, 기다림, 용서라고 생각하였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가지가 더해졌다. 교육은 기회를 주는 것. 이 책으로 우리 교육이 바뀌게 된다면 참참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