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사교육은 공부의 훼방꾼(5. 끝)

by 권승호

흥분했었음을 확인하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차분해야 한다며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목소리의 톤을 낮췄다.

“생각하는 일, 스스로 하는 일은 대학입시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함에도 우리 학부모님들은 배우기만 강요할 뿐 생각할 기회, 스스로 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생각할 기회, 스스로 할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선생님 말씀이 옳은 것은 사실이고, 저 역시 사고력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말이 쉽지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렇지요. 학원 보내는 게 훨씬 쉬운 일이지요. 학원 보내놓고 ‘나는 있는 돈 없는 돈 몽땅 들여서 너를 가르치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다’라고 변명하고 방어하고 야단치시면서 책임을 아이들에게 전가하는 일이 훨씬 쉽지요.”

“……”

“압니다. 무슨 일에서든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를 기어 중립에 놓고 밀 때, 처음 움직이게 하는 건 어렵지만 일단 움직이도록 해놓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큰 힘 들이지 않아도 굴러갑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떤 일에서나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꾸준히 하게 되면 쉽고 재미있어지지요. 처음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도록 힘주고 격려해 주고 믿어주고 칭찬해 주면서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님들이 하실 일입니다. 학원 보내는 일이 부모님께서 하실 할 일 아니고요.

공부도 어느 정도 맛을 알게 되면 즐겁습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혼자 하는 것을 두려워할지라도 끝까지 혼자 하도록 격려하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즐거움을 경험시켜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그 이후에는 그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형석이 어머님이 시계를 보는 것 같았는데 정호 어머님도 시계를 훔쳐보고 있었다.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갔다 온 아이들은 놉니다. 그것도 당당하게요. 노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사실은 공부하지 않았으면서도 공부하였노라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교에서는 학원에 가서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충 공부하고, 학원에서는 학교에서 배웠으니 공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는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했다면서 아예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공부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합니다. 노는 것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지요.”

모두 크게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부모님들! 뭔가를 해주고 싶으시지요? 고3 학부모로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지요? 하고 싶으시지요? 하지 않으면 죄인 될 것 같고 후회하실 것 같지요?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리 찾아도 할 일이 없으셔서 당황스러우시죠? 그런데 고3 학부모라 해서 특별히 하셔야 할 일 없습니다. ‘고3 학부모’는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 자체가 웃기는 거예요. 고3 학부모라 해서 특별히 하실 일 없습니다. 도와준다고 하는 일이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니까요. 쓸데없는 참견으로 아이를 귀찮게 하고 짜증 나도록 하여 아이들 공부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잘하리라 믿고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시는 게 현명함입니다. 어머님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시어머니께서 오셔서 일 도와준다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참견하시면 기분이 좋던가요? 짜증 나던가요? 도와준다고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이 오히려 며느리를 힘들게 하고 짜증 나게 만드는 것처럼 도와준다고 하는 부모님의 말씀과 행동이 오히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짜증을 유발하여 공부를 방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님께서 해주실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믿어주는 일, 아침밥 먹도록 챙겨주는 일, 잠 일찍 자도록 도와주는 일이 그것이지요. 아이가 도와달라고 부탁할지라도 신중하게 판단하여 꼭 필요하다는 생각될 때만 도와주셔야 합니다.”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음이 바빠졌다. 짧게라도 개별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할 이야기가 아직도 많지만 간단하게나마 개별상담도 해야 할 것 같기에 오늘 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정리는 해야 하겠지요. 제가 하는 말, 따라 해보시겠습니까?”

“나는 사교육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교육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료 많이 주면 식물은 죽는다.”

“비료 많이 주면 식물은 죽는다.”

“많이 배우면 오히려 아는 것이 없다.”

“많이 배우면 오히려 아는 것이 없다.”

“사교육 하라는 말은 공부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사교육 하라는 말은 공부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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