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사교육은 공부의 훼방꾼(4)

by 권승호

“왜 없겠습니까? 혹시 막고 품는다는 말 아시나요?”

“예, 알고 있습니다.”

“막고 품는 것이 그래도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기초가 없으면 없는 대로 교과서를 가지고 예습한 후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면 됩니다. 그러면 수업 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수업에 집중하였다면 공부가 재미있어질 것입니다. 해보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열에 아홉은 가능합니다. 기초가 없으니 기초를 닦아야 한다는 이유로 학원이나 과외를 기웃거려서 성공한 아이들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학원이나 과외선생도 뒤처진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가도록 만들어주지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수학은 기초가 필요하지만 다른 과목은 공부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기초 없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어요. 수업 시간에 공부하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겠다는 것인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수학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수학이 중요한 건 맞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 그러니까 국어 영어 사회 과학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수학이 중요하지만, 중상위권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수학이 그렇게 중요한 것 아니에요. 수학을 7, 8등급 받을지라도 국어 영어 탐구를 1, 2등급 받게 되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여주시는 부모님 반절, 갸우뚱하시는 부모님 반절이셨다.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는데, 학원에서 아무리 잘 배운다 한들 실력 얼마나 쌓을 수 있겠습니까? 기초가 없어 선생님의 설명 들어보았자 알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재미도 없게 될 것 불 보듯 분명하잖아요.”

잠깐 말을 끊자, 적막, 고요, 긴장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좋은 공부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말씀드렸잖아요.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예습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여 듣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요. 중요한 것은 예습하고 복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지요. 예습 복습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에 사교육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제가 사교육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고, 사교육을 받으면 예습 복습할 시간, 자기 공부할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원 선생님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고요?”

“학원 선생님의 실력이 떨어지다니요? 절대 아닙니다. 학원 선생님들의 실력은 정말 훌륭합니다. 수업 준비도 많이 하시고 열심히 가르치시기도 하지요. 학원 선생님들은 프로예요. 프로는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스템에서 생활하시잖아요? 학교 선생님 중에는 열심히 하지 않는 선생님이 있을지 몰라도 학원 선생님 중에는 열심히 하지 않는 선생님은 없다고 보는 게 맞아요. 모든 학원 선생님은 실력 있고 성실한 프로들입니다.”

“그런데 왜…….”

“말했잖아요. 공부는 선생이 잘 가르쳐준다고 해서 잘하게 되는 게 아니라고요. 운동에서도 감독 코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가 중요한 것처럼 공부에서도 선생이 아니라 학생이 중요하다고요.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지 선생이 잘 가르친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공부 역시 반복해야만 잘할 수 있는 것이에요. 반복하지 않으면 절대 실력을 쌓을 수 없어요.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졌을지라도 한 번 들음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까워요. 예습하고, 수업 듣고, 복습하고, 복습하고 또 복습하고…….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거예요. 공부뿐이겠습니까? 음악도 미술도 운동도, 기술도 다 마찬가지지요. 어떤 일이라도 여러 번 반복해야 잘할 수 있게 되잖아요.”

“그럼, 학원에서 학교 진도랑 맞추면 괜찮겠네요.”

화가 솟구쳤다. 생각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은지, 내 설득 능력의 한계인지 아리송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설득하고야 말겠다는 오기까지 생겼다.

“아니라니까요. 배우지 말고 익혀야 한다니까요. 익혀야만 실력 쌓을 수 있다고요. 세상에서 가장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워도 스스로 익히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절대로 성적 올라가지 않아요.”

내 목소리에 분노가 섞였는지 긴장된 표정으로 바뀌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왜 밥을 떠먹여 주려고만 하세요? 스스로 먹게 해야지요. 스스로 먹지 않는다면 스스로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왜 기다리지 못하십니까? 언제까지 떠먹여 주시렵니까? 배운다고 알게 되는 것 아니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익혀야 알 수 있어요. 음악도 미술도 체육도 요리도, 배운다고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 것처럼 공부도 배운다고 실력이 쌓이는 것 아니에요. 노래 경연대회 나온 사람들, 잘 배웠기에 노래 잘하게 되었다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던가요? 모두 연습 많이 해서 실력 키웠다고 이야기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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