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소질이 없노라 말하고, 미술에 재주가 없다 이야기하며, 선천적으로 운동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노라 이야기하면서도 공부에 재주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정말 공부는 재주에 관계없이 노력하면 누구라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요? 음악, 미술, 체육을 잘하려면 노력과 함께 재주가 필요한 것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모님들은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공부에 재주가 없는 아이들을 많이 봅니다. 물론 공부 재주를 타고났다고 해도 노력 없이는 공부를 잘할 수는 없습니다. 재주보다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지요. 또 아무리 재주를 타고나지 못했다 해도 연습을 많이 하면 웬만큼 노래 부를 수 있고 그림 그릴 수 있으며 운동 실력도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있는 것처럼, 공부 재주를 타고나지 못했어도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을 쌓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예체능에서 타고난 재주 없이 노력만으로는 최상의 실력에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공부 역시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공부 재주를 타고나지 못하였다면 최상의 성적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공부 재주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됩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것도 타고난 재주라는 이야기이지요. 암기력, 이해력, 추리상상력, 논리적 사고력을 가지고 태어나야만, 확고한 삶의 목표가 있어야만, 고통을 참고 견딜 만한 능력이 있어야만 공부를 잘할 수 있답니다. 이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공
부를 잘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운동 못한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 아니고, 음악 못한다고 불행한 것 아니며, 미술에 소질 없다고 왕따 당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 못한다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고, 그 재주를 잘 살릴 수 있다면 공부와 관계없이 모두
모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 잘한 사람들일까요? 아닌 것 아시잖아요. 공부 잘하면 행복해질 확률이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모르지 않잖아요.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행복’ 임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고요. 영어·수학에 재주가 없고 음악에 재주가 있는 아이에게, 음악은 하지 말고 영어·수학만 하라는 것이 잘못인 것도 모르는 것 같고요. 거의 모든 학부모님들이 영어·수학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공부도 재주임을 인정한다면, 노력한다고 누구나 공부 잘할 수 있는 것 아님을 받아들인다면, 그래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성경도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직분을 가진 것이 아니니, (중략) 우리에게 받은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혹 위로하는 자면 위로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
그렇습니다. 타고난 재주 대로 사는 것이 가장 멋진 삶이고 행복에 다가가는 지름길입니다. 공부, 중요하지요. 안 하면 안 되지요. 그러나 잘해야만 하는 것도 분명 아니지요.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일등을 목표로 공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운동에 재주 없는 아이에게 운동선수 되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공부에 재주 없는 아이에게 공부 일등을 해서 명문대학교에 가야만 한다고 이야기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공부도 재주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만 어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