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읽고 탐구함으로써 내용에 대해 이해하려 하기보다
선생님에게 배우려고만 한다.
스스로 글을 읽고 자료를 분석하여 자기 생각으로 정리하기보다
멍하니 앉아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받아쓰기에 바쁘고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무조건 암기하겠다고 덤빈다.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아이들조차도
시간을 투자하여 탐구함으로써 스스로 알아내려 하기보다
자습서나 해설집을 봄으로써 쉽게 얻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읽기는 읽어도
그 뜻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고
자기가 읽은 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설명 듣지 않고는 내용 요약도 못하고 주제 파악도 못하는,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다.
스스로 탐구해 보지 않고 스스로 낑낑대는 시간 갖지 못하고
강의 듣고 부리나케 자습서 들춰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공부 마무리하겠다는 자세로는 절대 실력 향상 할 수 없다.
자습서나 해설지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잘 가르치는 선생님께 배워야만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리게 되는 세상 이치를 알아야 하고
탐구하고 또 탐구하게 되면 알 수 있게 되는 이치 또한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마마보이에 이은 티쳐보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교육의 안타까운 현주소이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 하였고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라고도 하였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배운 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의미이고
‘배우긴 하지만 생각함이 없으면 곧 망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함에도 ‘배움(學)’에만 시간을 투자할 뿐
‘익힘(習)’ ‘물음(問)’ ‘생각하기(思)’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익히는 시간 없이는, 머리 쥐어짜는 수고로움 없이는,
생각하는 시간 투자 없이는 그 어떤 지식이나 지혜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어야 한다.
대한민국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모든 것을 팽개치고 공부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매번
상위 성취 기준을 보였다고 기뻐하는 사람 많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은
마라톤경기 5㎞ 지점에서 헉헉거리며 1등 하였노라 외친 후에
더 이상 뛸 힘없다며 주저앉아버리는 어리석음임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투자 대비 소득을 생각하면
결코 자랑할 만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중고생들은 정말 편하다.
앉아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앉아있고, 학원에 가서 앉아있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과외선생님 앞에 앉아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머리 써서 무엇인가를 집어넣거나 끄집어내지 않아도 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 쥐어짜지 않아도 되며,
생각 없이 받아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졸리면 졸고 잠이 오면 자도 되기 때문이고
과제도 참고서나 인터넷에서 베끼거나 짜깁기하면 되기 때문이며,
선생님이 질문해 오면 모른다고 대답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고,
발표하라 하면 나중에 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은 부모님 선생님이 해주기에
자신은 고민할 필요 없기 때문이고
주어진 시간표 따라 책을 펼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며
시키는 대로 왔다 갔다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책상 앞에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 대한민국의 중고생들,
얼마나 편안한가?
그런데, 그런데, 또 얼마나 불쌍하고 또 얼마나 안쓰러운가?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