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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하기는 공부하기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데

by 권승호

영어 단어를 반복해서 종이에 쓰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지금 쓰고 있는 단어가 무슨 의미냐?”라고 물으니

대답 못한 채 머리만 긁적였고

뭐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과제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선생님은 공부시키려는 목적으로 과제 내준 것이겠지만

아이는 실력 쌓기 아닌 과제를 위한 과제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제하기는 공부하기가 아님에도

과제하기를 공부하기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제하기가 공부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고생들에게 과제하기가 공부하기가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베껴 쓰기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제를 위한 과제,

검사받기 위한 과제,

점수받기 위한 과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제를 하긴 하였는데 끝낸 뒤 1분이 지나지 않아

자신이 한 과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참고서나 인터넷을 베끼고 친구 것을 옮겨 적는 일은

시간과 에너지 낭비일 뿐 실력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했다’는 착각을 한다.

시간에 쫓기면서 여유 없이 하는 일이

완성을 가져오기 어려운 것처럼

쫓기면서 하는 과제 역시

지식이나 지혜 키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쫓기면서 하는 과제는 과제를 위한 과제일 뿐이고

시간 낭비일 뿐이며

거짓 지식만 쌓게 만들 뿐이다.

과제하는 모습을 보고 미소 짓지 않으면 좋겠다.

노트나 책에 적는다고 자신의 지식이 되는 것 아니기 때문이다.

보지 않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만을

자신의 지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님께서는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과제라도 하는 것이 노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차라리 놀게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노는 시간이 있어야만 공부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고

많이 놀았으니 이제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제가 없어야, 여유 가지고 깊이 생각할 수 있고

과제가 없어야 독서도 할 수 있으며

예습도 할 수 있고 복습도 할 수 있다.

과제할 시간에 예습해야 수업에 흥미 가지고 집중할 수 있고

과제할 시간에 복습해야 완전한 앎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제하기가 공부하기인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적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머리에 저장된 것만 진정한 지식인데

종이에 적어서 검사받는 과제 대부분은

머리가 아닌 종이에 적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베껴 쓰는 과제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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