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다. 유치원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통 공부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대한민국은 공부로 물들어 있다.
인사말에도 공부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기, 승, 전, 공부인 세상에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공부가 고통이 된 지 오래다.
행복 만들겠다는 공부가 고통을 만들어내는 이 슬픈 아이러니.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공부 못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고
영어 수학 못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며
공부 늦게 시작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공자가 15살을 지학(志學)이라 말하였음을 근거로 내세워
공자도 15살에 공부 시작하였음을 이유 삼아
중학교 입학 후 공부해도 늦지 않은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는 놀아도 된다고
중학교 입학 후 공부해도 늦지 않으니 조기교육에 목매지 말라고
고등학교 입학 이후 공부 시작하였음에도
멋지고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 많다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억지로 되는 것 아니라고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말을 물가에 끌고 가는 것이 목적인 게 아니라
물 먹이는 것이 목적인 게 아니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도와준다고 하는 일이 소망과는 반대로
싫어하도록 만들고 짜증 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고
공부 싫어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짓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자기주도학습이 최고의 공부방법임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사교육은 실력 향상에 도움 주지 못하고
오히려 공부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사교육을 받게 되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어
오히려 공부를 못하게 된다는 분명한 진실을
확실하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부모는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자녀와 행복 만들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공부일진데
오히려 행복을 망가뜨리고 있는 현실.
이건 아니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불행의 길 가고 있는 학생 학부모 모두를
고민의 마당에 초대하고 싶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가장 높은 시·도는?”
한국경제신문 2020년 12월 25일 자 기사를 인용한다.
『국어 11년 만에 서울에 1위 내줬지만, 수학은 11년 연속 1위.
제주는 그동안 매년 수능 학력 평균성적이 전국 최상위로 정평이 났다.
지난해 수능에서 근소한 차이로 11년 만에 국어 1위를 서울에 내줬지만,
수학에서는 11년 연속 1위로 '학력 강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동아일보 2019년 12월 16일 자 기사도 옮겨본다.
『표준점수 평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에 사는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제일 좋았다는 뜻이다.
절대평가라 등급만 표기하는 영어를 제외하고 국어와 수학 가·나형 모두에서
표준점수 평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금은 서울이 1등이다.
그런데 서울 학생들의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출신 고등학교가 있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제도가
희망 지역에서 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
공부 잘하는 재수생 N수생들이 서울 평균 점수를 올려주었기 때문이다.
서울 학생들의 재수 삼수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고3생만의 수능평균 점수는 아직도 서울이 중간 정도일 것이다.
나는 지금 사교육 많이 한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사교육이 성적을 향상해 주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제주도 학생들의 성적이 좋을까?
진짜 공부하는 시간인 자기주도학습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을 한 아이들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만
사교육이나 인터넷 강의만 의지하는 아이는 좋지 않은 결과 얻게 됨을
오랜 시간 학교 현장에서 너무 많이 확인하였다.
사교육 받아서 성적 올린 아이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에 사교육 않은 아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
사교육 많이 해서 공부 망한 아이들이 엄청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찌든 때처럼 씻기지 않는 단단해진 생각들이 안타까웠고
남들 다 시키는데 나만 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나를 슬프게 한다.
자기주도학습이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외침에 고개 끄덕이면서도
불안하다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학부모들이 안쓰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