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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용 Oct 07. 2021

헛소리 같겠지만, 헛소리 덕분에 책을 냈습니다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헛소리의 품격> 전자책 출간 비하인드 스토리

시작은 '2020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였다. 공지글을 보자마자 뭐라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는 나를 보며 법적 동거인 혜경은 말했다.


"넌.. 멋있는 것보다.. 이상한 게 더 어울려.."


그날부터 '헛소리'를 키워드로 잡고 목차를 썼다. 헛소리와 카피라이팅을 접목시킨 콘셉트로 2주 동안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대략 보름 만에 열 편이 넘는 글을 완성했다.  마감에 시달리는 카피라이터 일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짧은 시간 안에 후루룩 공모전을 준비하는 게 체질에 더 맞았다. 나는 <카피가 되는 고품격 헛소리>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으로 출판 프로젝트에 주저 없이 응모했고, 후회 없이 탈락했다. 아쉽긴 했지만, 뭐라도 썼다는 게 어딘가요..?


몇 달 뒤, 밀리의 서재와 브런치가 함께하는 전자책 프로젝트 공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 괜찮아 보이네. 한 번 지원해볼까? 큰 기대 없이 응모 버튼을 눌렀고, 별생각 없이 바쁘게 살았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도 올리고, 회사에서 카피도 쓰고,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 블로그에 에세이도 연재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메일로 당선 알림 메일이 왔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공모전에 대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니요? 운이 좋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부끄러웠다. 과거의 내가 썼던 글은, 보면 볼수록 부족한 점이 계속 보였으니까. 그래도 이 글을 보다 나은 버전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헛소리에만 그치는 글이 되지 않게 만들어야지.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당당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지. 그렇게 마음먹었다.


과분한 심사평 감사합니다..


몇 편의 글을 추가로 더 썼고, 기존에 작성했던 원고도 절반 이상 갈아엎었다. 수정을 거듭할수록 나는 나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 면 참 좋겠지만. 수정에 정들기 시작하면서 내가 쓴 모든 글이 덧정 없게 느껴졌다. 이렇게 부족한 원고를 어떤 아량 넓으신 관계자분이 뽑아주신 것입니까? 자책과 만족 사이에서 글을 고치고 또 고치다가, 결국엔 내려놓았다. 여기까지가 나의 최선. 그 이상은 나의 욕심. 마감의 미덕은 기꺼이 포기하는 데 있는 법이니까.


최종적으로 책의 제목은 <헛소리의 품격>으로 바꿨다. '카피'라는 단어가 일반 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하기도 했고, '고품격 헛소리'라는 기존의 제목은 다소 가벼운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찾는 카피라이터의 유쾌한 발상'이라는 부제를 더했다. 덕분에 책의 아이덴티티가 더욱 명확해졌다. 제목에 맞춰 표지 디자인도  넘어왔다. 짧은 시간 안에 밀리의 서재 측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셨다.


마침내, 나의 책을 포함한 스무 편의 수상작들이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전자책으로 최종 공개되었다. 근사한 작품들 사이에서 내 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어떤 리뷰가 달릴까. 조금은 설레고, 걱정도 되고, 그럼에도 마음은 꽤 편하다. 하는 데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나머지는 나의 몫이 아닌 것. 이쯤 되면 성실하게 포기하는 게 순리다. 어쨌든 뭐라도 썼다는 게 어딘가요..?


앞으로 이 책의 반응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쓰는 만큼 한 사람의 삶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자책을 준비하면서 재미난 제안도 받았다.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 측에서 나의 원고를 기반으로 클래스를 만들자고 한 것. 몇 번의 미팅을 거친 후에, 헛소리 같은 사례들을 기반으로 유쾌하게 카피라이팅을 배울 수 있는 강의를 준비했다. 짧은 기간 동안 세 시간 넘는 분량의 강의 스크립트를 준비했고, 촬영도 무사히 마쳤다. 쉽지는 않았지만, 재미없지도 않았다.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0월 중순에는 강의가 오픈될 예정이다.


인스턴트커피 브랜드 '맥심'의 예전 광고 중에는 이런 카피가 있었다. "한 잔의 커피는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요?" 커피뿐만이 아니다. 한 편의 글도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작년 초, 나는 '쓰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을 했다. 그즈음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렸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할 수 있는 만큼 썼다. <헛소리의 품격>은 종이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땐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지만, 나의 삶은 어떻게든 달라질 것이다. 내가 쓰는 만큼. 쓰려고 하는 만큼.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헛소리의 품격>을 읽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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