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너, 오버타임 좀 해야겠다”
그렇다, 당시 신경외과를 돌고 있던 내게 오버타임(초과근무)은 밥 먹듯 당연한 것이었다.
응급수술이 터지면 절반은 우리 과 이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뇌압상승으로,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신호등을 건너다 차에 치인다던지, 두개 내 출혈 등등... 그래도 교통사고가 아닌 이상 연세가 있는 환자분이 많은데, 이번 수술은 내 또래의 여성분이었다.
‘간호사’라고 한다... 나이트 근무(보통 22시~8시)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수술.
*지주막하 출혈 : 뇌졸중의 일종이며 뇌 동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 뇌척수액과 혼합되어 뇌 주위 압력을 증가시킨다.*
평소 운동을 너무 좋아하던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해졌다. 순간적으로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공존했고 동종업계의 사람이라는 점, 나이트 근무 후 운동은 나 또한 자주 하는 패턴이기에 혼란스러웠다.
수술실에 들어선 그 예쁘장한 젊은 환자분의 긴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다 밀리고, 이제 수술시작이다.
뇌는 여는 순간부터 피가 말도 못 하게 쏟아지기 때문에 침대 머리 밑에 큰 대접을 받쳐놓고 수술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턴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얇은 두피를 칼로 가르고 나면 뼈가 드러나는데, 드릴로 구멍을 뚫고 톱으로 반듯하게 썰어서 뼈를 분리한다. 그 후,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을 열면 바로 우리가 아는 brain, 뇌가 나오는 것이다.
블리딩... 피가 쉴 새 없이 후두두두둑 떨어진다...
블로킹하고 있던 뼈가 제거되니, 기다렸다는 듯이 뇌가 풍선 불듯 부풀기 시작했다.
어디인가, 터진 포커스를 찾아야 한다.
수술시간이 길어진다, 더불어 생명도 점점 꺼져간다.
‘이분은 뚜껑을 못 닫고 나가겠다’
속으로 생각한다.
뇌수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수술 후, 두개골을 다시 붙이느냐(craniotomy)
2. 수술 후, 두개골을 다시 붙이지 못하고 두피만 봉합하고 나가느냐(craniectomy)
3. 2번의 경우 떼어뒀던 두개골을 추후 뇌가 안정화되어, 다시 붙이러 들어오느냐(cranioplasty)
심한 교통사고나 뇌압상승의 경우, 블리딩을 잡고 배액을 해도 부종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머리뼈를 다시 붙이지 못하고 두피만 봉합하고 나가는데, 이번 케이스가 바로 그랬다.
Q, 그럼 두개골 뼈는 어디로 가느냐?
머리뼈만 모아두는 냉장고가 수술방에 있어 그곳에 보관해 뒀다, 추후 수술 시 자신의 머리뼈를 다시 붙이는 3번 수술과 같은 경우가 된다.
“뇌 위에 뼈가 없이 나간다고?그렇게 살 수가 있어?? “
라고 물어보는 독자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대답은
실제로 뼈를 드러낸 부위만 푹 파인채 병원을 돌아다니는 환자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단 두피만 봉합하고 수술방을 나가 치료 후, 부종이 완화되면 3번처럼 plasty(재접합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 바가지의 피와 3시간의 사투 끝에 두피를 봉합하며 수술은 완료됐고, 운이 좋다면 다시 수술방에 들어올 것이다, 뚜껑을 붙이러.
어린 나이와 건강했을 체력에 모든 기대를 거는 수밖에, 그리고 꼭 다시 들어오시길 지인 같은 마음에 진심으로 기도했다.
10년 차 간호사로써 제일 가늠이 안 되는 병이 뭐냐고 하면, 솔직히 ‘뇌출혈’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흡연이나 고혈압 또는 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을 시 발병률은 올라가겠지만, 급작스런 뇌압 상승과 교통사고 같은 악운을 피할 방법은 없을 테니 말이다.
오늘도 매일처럼 아침에 눈을 뜨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보다 나은 생각은 없는 것 같아서, 오늘이 네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