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간전증, 태아를 살려라.

어머니, 그 숭고한 희생에 대해

by 고bee

또 응급이구나! 수술실은 응급수술의 연속이다.


특히,‘산부인과’의 ’ 제왕절개수술은 수술이 생겼다고 말하자마자 밀고 들어오는 수술이다.

보통은 유도분만을 하다 실패했을 때, 제왕절개수술을 하러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케이스는 태아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간전증 : 임신중독증의 일종이며, 140/90 이상의 고혈압과 단백뇨를 동반하며 임신 후반에 급속한 체중증가, 부종,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태반조기박리 : 태아가 태어나기 전에 태반이 먼저 떨어져 나간 상태로, 태아에게 혈류와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태아의 사망률이 높아진다.


태반의 위치에 따라 태아의 목숨이 위험하다.


오늘 케이스는 자간전증을 방치하여 태반조기박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눈물범벅의 산모가 터질듯한 배를 손으로 부여잡으며 침대를 타고 수술실로 들어섰고, 내게도 죽었을지 모를 태아를 수술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마취제가 투여되고 배를 가른다.


자궁이 열리고 내게 익숙한 온몸이 새빨간 태아가 보여야 하는데,.,. 파란색이다. 산소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은 듯 보이는 태아의 상태에 혈관과 태반을 박리하는 교수님의 손은 더 빨라진다.

태반과 태아를 동시에 빼내고, 옆에서 기다리던 분만실 선생님이 태아를 받아, 조심히 발을 잡고 뒤집어 발바닥과 엉덩이를 때린다.

입에 있는 이물질까지 제거하면 ‘응애’하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들리지 않는다.

분만실 선생님의 생명을 살리고자 함이 느껴지는 다급한 석션과 손길에도 이미 파래질 대로 파래진 작은 아가의 색은 돌아오질 않는다.


사망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현실이 되고, 마취에서 깬 산모가 느낄 허망함과 슬픔이 내게도 전달된다.

태아는 숨을 쉬지 않지만, 이미 열었던 배는 일반 제왕 절개수술과 동일하게 칼로 가른 자궁과 근육층을 꿰매고 피부를 봉합하며 수술은 끝이 났다.


걱정되는 마음에 병동에 있는 친구들 통해 물어보니, 마취에서 깨어난 산모는 되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보다 아이를 살려주면 안 됐냐"는 자책 같은 혼잣말을 하며...


친구 중에 자간전증을 진단받고도 건강하게 출산한 케이스가 있어, '자간전증'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생각을 못했었고, 고혈압, 당뇨, 노산 등이 원인인 이 질환에 대해, 역시나 또 기저질환 관리의 중요성과 동시에 노산에 대한 무서움을 얻었다.

수많은 산모들의 제왕절개 수술을 겪으며, 매번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과 감사함을 느껴왔고, 또 오늘과 같은 경우도 그 누구보다 살리고 싶어 했을 어머니의 그 마음이 안쓰럽고 아쉬울 뿐이다...


이렇게 건강히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께 그리고 임산부들께 감히, 조금 더 경각심과 주의를 기울이길 부탁드린다, 오늘 같은 비극은 의도치 않아도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있으니 말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