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관계
저번 화를 마지막으로 수술실간호사로써 4여 년간 일했던 첫 번째 직장을 떠나보내고, 이번화부턴 현재진행형인 PA로서의 날들을 기록하려 한다.
호기롭게 입사한 첫날,
“네? 저희가 처방을 낸다고요?”
처방은 의사의 권한인데, 입원환자들의 오더를 교수님과 회진 후 지시에 따라 우리가 처방을 내야 한다.
이 부분은 불법이다 아니다로 정말 많은 이슈들이 있던터라 심적으로 많은 부담과 더불어 불법행위를 하는듯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외과는 특히, 의사수가 많이 부족하여 PA간호사가 많고 그 업무량 또한 광범위하다.
결국 현재는 현행법상 ‘직무기술서를 통한 한정된 위임으로 그 범위 안에서 처방가능하며 책임 또한 의사에게 있다’로 의료법이 규정되었지만 말이다.
우리의 하루는 이렇다.
7AM 출근 및 프리회진
8AM 수술 혹은 교수님과 회진
9-11AM 오더 정리 및 인계
1PM-3PM 입원환자 피검사 결과 등 확인 후, 이상시 노티 / 각종 시술과 검사
4PM 오후 이벤트 정리 및 교수님과 파이널 회진 후 정리
일주일에 3일, 수술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보통 수술실에서 어시스트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PA간호사는 병동에 있는 일반 간호사와 1부터 10까지 다른 업무를 맡게 된다.
교수님과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물론 교수님의 지시지만 내가 처방을 내면 그것이 바로 환자에게 행해진다는 두려움, 그리고 각종 시술과검사 그리고 결과를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기에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우리 과는 2명의 병동전담 PA와 2명의 수술방전담 PA로 나뉘고, 나는 수술방전담 PA로서 수술이 없는 날은 병동 PA선생님들의 어시스트를 한다.
그러니, 나도 물론 수련이 많이 필요했고, 아직도 부족하고 또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수술방에선 수술방간호사로 근무했을 때 지켜봤던 레지던트선생님들의 업무를 대신한다.
first 어시스트로써 물론 봉합 같은 걸 직접 하진 않지만 배를 여는 등 모든 수술의 시작부터 끝까지 교수님과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추가로 2화에서 언급했던 1년 365일 24시간 대기하는 뇌사기증자분의 신장이식 수술까지, 이것이 나의 업무이다.
이쯤 되면 어떻게 저 일들을 다하냐는 의문이 드는 독자분들이 생길 것이다.
네 맞아요, 저 밥 벌어먹기 힘듭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지만 밥 거르는 일이 일수라 이게 맞나 싶을 때들도 사실 흔하게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사명감, 책임감, 자기 만족감 없인 절대 이일을 할 수 없다고.
나의 일은 아침부터 출근하여 밤새 꼬박 수술하고도 모자라 새벽 4-5시가 되어야 끝나지만, 신장이 기능을 잘해 소변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시간에도 눈이 번쩍 뜨이고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환자분에 대한 안도감과 물론 내가 집도의는 아니지만 ,밤새 고생한 게 보람된 일이었단 자기 만족감에 퇴근 후 5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다시 출근해도 어떻게든 눈을 뜨고 로봇처럼 또 수술을 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네, 저희 주사 놓는 일도 아니고, 처치나 검사를 하는 직업은 아닙니다.
간호사는 간호만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간호사들, 그 뒤엔 PA라는 간호사라는 직업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일을 겪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공유하고 싶어 오늘도 글을 적어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