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에게 줄 수 있는 것...

11cm 콩팥, 그 작고 소중한 히어로에 대하여

by 고bee

국민 7명 중 1명이 앓는 '만성신부전증'


콩팥은 복부 뒤쪽에 위치한 11cm 정도의 크기지만, 하루 종일 노폐물을 걸러내고, 수분과 염분, 호르몬을 정화하는 몸속 '거름망'이라 불린다.

하지만,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고혈압, 당뇨 등 질환자가 늘며 투석환자 13만 명, 65세 이상의 절반은 만성신부전증을 앓기 시작했다.


2020.12.17 입사한 지 이틀 만에 아내가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시작한 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생체신장이식'수술에 참관하게 됐다.

너무나 금슬 좋던 그들은 수술 당일 아침까지 눈시울을 붉히며 남편은 미안함을, 아내는 괜찮다며 서로를 다독여줬다.


이식수술이란 자체가 면역력을 떨어트려 남의 장기가 내 몸속에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기에,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살아가야 한다.


7:30 AM 첫 면역억제제를 복용한 환자분의 안부와 새벽에 나간 피검사로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포타슘(K+) 수치를 확인하고, 다른 이벤트가 없는지 체크 후 두 분 모두 각자 다른 수술방으로 들어선다.

신장이식 수술은 비뇨기과와 이식혈관외과의 합작이다.

건강한 기증자분의 신장을 비뇨기과에서 떼어주면 이식혈관외과에서 신장상태를 확인 후, 수혜자에게 신장을 붙이는 수술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질문!

신장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등 뒤 양쪽에 두 개가 붙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식받은 신장은 어디에 들어갈까요?

등이 아닌, 배를 열고 복강 내의 다리로 가는 정맥과 동맥에 이어 붙여, 총 3개의 신장을 갖게 됩니다.


그럼 원래 신장은 어떻게 되냐?

저는 이게 너무 궁금했습니다.

기능을 못하는 원래의 신장은 혈류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며, 점점 사이즈가 줄어들고 퇴화하게 됩니다.

신장의 기본구조

8AM, 불이 켜지고 환자분은 잠이 든다.

자, 드디어 칼이 들어간다.

배를 여는 수술은 많이 봤지만, 직접 수술 필드에서 조직을 만져본 적은 없기에 심장이 두근거려 그 소리를 누가 들을까 두려울 정도였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 지방층과 근막을 열고 드디어 드러난 장기들, 그 장기들을 기구로 고정하고 본 수술은 시작이다.

지방층을 걷어내고, 동맥과 정맥을 찾아 이어 붙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 때쯤, 따르릉 수술방으로 전화가 온다.


신장이 나온다고 한다.

교수님과 비뇨기과 방으로 옮겨가 비뇨기과 교수님이 기증자분의 신장의 동맥, 정맥, 요관을 자른 후 주시면, 그 자리에서 막힌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다시 수혜자 방으로 신장을 들고 온다.


고 작고 뽀얀 것(원래 빨간색이나, 막힌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액체를 통과하면 뽀얀 색을 띤다) 이 거름망 역할을 하는구나, 이게 망가지면 투석을 시작하며 힘들어지는구나, 조그마한 그것을 보며 약간 허탈하기도 하고 내 신장은 어떤 색과 상태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가져오면 끝이 아니다, 그 수혜자 혈관에 붙이기 쉽게 소위, 다듬는 작업이 한 시간 정도 필요하다.

그 후, 수혜자의 다리로 가는 큰 혈관에 정맥, 동맥을 잇고, 방광에 요관까지 이으면 수술은 끝이 난다.


정말 신기한 건 동맥과 정맥을 이으면 신장이 바로 열일을 하며 하루 1방울도 나오지 않던 요관에서 소변이 바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제일 놀라웠다.

배를 닫는 중에 미리 넣은 소변줄로 소변이 후드득 떨어진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께서 저렇게 바로 소변이 나오면 수술이 잘 된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등 뒤의 본인 신장은 그림처럼 퇴화된다.....

수술이 끝!!! 났지만 우리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으니....

회복실에서 한 시간 동안 소변량을 체크하고 그 양에 맞춰 수액량을 따라서 준다.

결국 수술 후도 중요하단 이야기다. 여기까지가 신장이식 수술의 전반적인 흐름이다.


회복실로 나와, 정신도 채 차리지 못한 남편분은

"제 아내는 괜찮나요? 많이 아파하지 않나요?"

라고 물으시기에

“네, 수술 잘됐으니 걱정 마세요"

한마디에 한시름 놨다는 듯 다시 눈을 감는 그였다.


사람은 다 인연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신장이 망가질 걸 알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닐 텐데 아프기 시작한 남편을 위해서 본인의 몸에 칼집을 내고 신장을 기증한 아내분을 보며, 그 사랑의 위대함을 느꼈다.


이제 신장의 단단하고 탄탄한 촉감과 조심스레 포셉으로 집었던 혈관의 말캉함을 자주 느낄 텐데, 우리의 첫 만남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공여자분께 느꼈던 감사함과 그 작은 히어로의 위대함을 잊지 않고 항상 일에 임하겠다 다짐하며 잠드는 밤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