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박 Mar 02. 2019

곰팡이 괘씸죄

곰팡이 이야기 9, 곰팡이의 안전성


곰팡이는 억울하다. 


곰팡이는 죽은 식물과 동물을 분해하여 다시 흙으로 돌리는 지구의 환경미화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곰팡이를 무조건 미워한다. 18세기 프랑스 식물학자 S. 베이야르는 ‘곰팡이는 저주받은 종족이며, 악마가 고안해낸 발명품이다’라고까지 혹평했다. 


왜! 곰팡이가 인간에게 무얼 잘 못 했길래? 


오늘은 곰팡이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경우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보고 쓸 때 없는 오해를 풀고자 한다. 

곰팡이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경우는 다음 3가지다. 1)곰팡이가 사람의 몸에 자라면서 피해를 입히는 곰팡이병(眞菌症, mycoses), 2)곰팡이가 만든 독소를 섭취하여 사람이 피해를 입는 곰팡이독소증(mycotoxicoses), 그리고 3)곰팡이 포자에 사람이 과민하게 반응하여 발생하는 알레르기, 곰팡이과민증(Mycotic hypersensitivity)이다. 이 세 가지가 사람이 곰팡이로부터 입는 직접적 피해이고 나머지는 근거 없는 곰팡이에 대한 모략이다(임상진균학, 2012; 균류학, 2017).



1) 곰팡이병(眞菌症, mycoses)


곰팡이병이란? 곰팡이가 사람의 피부 또는 몸속에 들어와 자라면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피부라는 훌륭한 성벽이 있고 면역이라 훌륭한 병사가 있어 곰팡이는 침입도 어렵거니와 침입하드라도 면역체계에 의하여 죽거나 쫓겨난다. 하지만 곰팡이가 정상적인 면역 병사의 공격을 교묘히 피하거나 면역 병사가 제 역할을 못하여 곰팡이가 사람의 몸에 들어와 자라면 병이 된다.


곰팡이 병은 세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면역 병사를 교묘하게 속이고 피부 주변에 살며서 인간을 해하는 피부진균증(superficial mycoses)이다. 피부, 모발, 각질, 손발톱 등의 인체의 표피에 발생하며 무좀과 비듬이 대표적인 예이다. 무좀의 원인균은 트리코피톤(Trichophyton rubrum, KACC 45654) (KACC = 농업미생물은행)이고 비듬의 원인균은 말라쎄지아(Malassezia furfur)이다. 별로 병 같지도 않은 병이지만 너무 흔해서(우리 국민의 30-40% 무좀 발병; 2017년 무좀 진료환자 118만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곰팡이병 중에서 사람에게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주는 병이다.


<손톱무좀과 그 원인균 Trichophyton rubrum. 무좀의 90% 이상이 T. rubrum 한종에 의하여 발생된다. 좌측 사진 Adobe stock, 우측사진 Wikipedia 인용>



두 번째는 흡입을 통하여 폐(lung)에 정착한 후에 전신으로 번지거나, 상처난 피부를 뚫고 들어간 후에 혈관을 따라 이동하여 전신을 침범하는 곰팡이 병이다. 전신성진균증(systemic mycoses)이라고 하는데 분아균증(blastomycosis), 콕시디오이데스증(coccidioidomycosis), 크립토코쿠스증(cryptococcosis), 히스토플라즈마증(histoplasmosis),  파라콕시디오이데스증(paracoccidioidomcosis) 등이 있다. 이름이 어려운 것처럼 일반적이지 않고 풍토병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나 발생 시에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세 번째 곰팡이 병은 부실한 면역 병사 때문에 온다. 연기아스페르길루스( Aspergillus fumigatus, KACC 41388)는 포자 크기가 3um로 매우 작고(초미세먼지가 2.5um 이하), 공기 중에도 흔하며 또한 37도씨(인체온도)에도 잘 자란다. 따라서 쉽게 사람의 폐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면역 병사에게 죽거나 쫓겨나지만 면역 병사가 게으르고 무능하면 폐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폐에서 자리를 잡으면 혈관을 침입하고 다른 장기로 이동하여 심각한 병이 된다. 

<Aspergillus fumigatus KACC 41388, 연기아스페르길루스. 사람에게 기회감염진균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곰팡이, 저자 사진>


이러한 곰팡이 병을 항상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 기회적으로 발병한다고 하여 기회감염진균증(opportunistic mycoses)이라고 한다. 위에서 예를 든 아스페르길루스증(aspergillosis)이 대표적이고 효모 칸디다(Candida)에 의한 칸디다증, 접합균 곰팡이에 의한 접합균증(zygomycosis) 등이 있다.  이 병은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나는 A. fumigatus로 학위를 하면서 10여년간 세계 곳곳의 이 곰팡이에 노출되었지만 아직 쌩쌩하다 ^-^) AIDS,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 체계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병이 될 수 있다.  


이상 인체의 곰팡이병(mycoses)에 대하여 알아보았는데 흔한 병은 증상이 약하고, 증상이 심한 병은 일부지역에 한정되거나 또는 면역이 손상된 일부 사람에게만 해당되어 실상 인간에게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곰팡이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야 괴롭겠지만(나도 무좀으로 발가락 양말을 신고 있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세균이 일으키는 탄저병, 콜레라 그리고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호환마마에 비하면 곰팡이병은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다.



2) 곰팡이독소증(mycotoxicoses)


곰팡이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핵산, 효소와 같은 1차 대사물질을 만든다. 이 외에도 세균 등의 주변 생물과 먹이 경쟁을 위하여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를 만드는데 이를 2차 대사산물이라 한다. 2차 대사산물 중에서 인간이나 척추동물에게 저농도로도 독성을 나타내는 저분자 물질을 곰팡이독소(mycotoxin)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버섯독도 곰팡이독소의 일종이다. 현재 300여 곰팡이독소가 알려져 있고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20여 종이다. 


가장 악명높은 곰팡이독소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인데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강력한 천연발암물질이다. 플라부스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flavus)에 의하여 주로 생산되며 메주, 누룩에도 간혹 검출되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외에도 커피콩에서 분리되는 신장, 간 독성이 있는 오클라톡신(ochratoxin), 보리의 붉은곰팡이병원균(Fusarium)에 의하여 생성되는 제랄레논(zearalenone), 푸른곰팡이(Penicillium), 홍국균(Monascus)의 일부가 생성한다는 신장독성이 있는 시트리닌(citrinin) 등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곰팡이독소다.



3) 곰팡이과민증(Mycotic hypersensitivity)


기회감염진균증이 부실한 면역병사에 의하여 발병한다면 곰팡이과민증은 지나치게 충성스런 면역병사에 의하여 발병한다. 실제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곰팡이 포자가 들어 왔음에도 과도하게 비상을 걸어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병이다. 이 때에 곰팡이 포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인 알러지항원(Allergen)이 된다. 곰팡이에 대한 과민반응은 비염, 천식, 기관지‧폐진균증, 폐렴, 부비동염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실외 공기 중에는 1입방미터당 200-1,000,000개의 곰팡이 포자가 있고 계절과 지역에 따라 농도가 다르다. 실내 공기는 실외공기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온도, 습도, 환기, 카펫, 애완동물, 식물 등에 좌우된다. 여름철의 누수나 겨울철의 결로 등으로 실내에 곰팡이가 발생하면 특정 곰팡이 농도가 높아져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내공기가 실외 공기에 비하여 곰팡이 포자수가 많거나 특정 곰팡이의 비율이 높아질 경우에 실내 공기의 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알레르기 유발은 곰팡이 종류, 농도 그리고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데 일반적으로 알테르나리아(Alternaria),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가지곰팡이(Cladosporim), 에피콕쿰(Epicoccum), 푸른곰팡이(Penicillium) 같은 자낭균과 느타리(Pleurotus), 표고(Lentinula), 영지(Ganoderma) 버섯과 같은 담자균이 대표적인 곰팡이다. 당신이 어떤 곰팡이에 대하여 과민하게 반응하는지는 병원에서 곰팡이 알러젠(allergen) 검사를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상으로 곰팡이가 직접적으로 인간을 해치는 경우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곰팡이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제기되었던 특정곰팡이의 안전성 문제에 대하여 논해 보자



4) 좁쌀곰팡이가 핀 오징어채는 먹어도 될까요?


먼저 좁쌀곰팡이(Aspergillus proliferans, KACC 48500)가 핀 오징어채는? (곰팡이 이야기3-곰팡이가 핀 오징어채 먹어도 될까요)



위에서 언급한 곰팡이 안전성에 관한 3가지 요인을 고려해보자. 첫 번째 곰팡이병은 문제없다. 좁쌀곰팡이가 사람의 병으로 보고된 예 자체가 없다. 두 번째 곰팡이독소 역시 문제없다. 좁쌀곰팡이는 어떤 유해한 곰팡이독소를 만든다는 보고가 없었다. 세 번째 알레르기 문제는, 앞에 두 문제와는 달리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답을 할 수는 없다. Aspergillus 포자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고 좁쌀곰팡이는 Aspergillus의 일종이므로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좁쌀곰팡이 포자가 알레르기로 사람을 괴롭혔다는 바를 듣지는 못했다. 문제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따라서 진미채의 오징어는 곰팡이를 틀어내고 그냥 먹어도 문제는 없다. 당시의 문제로 하면 1번 틀어내고 그냥 먹는다가 답이다. 오히려 진미채에 좁쌀곰팡이를 키워서 딱딱한 오징어를 부드럽게 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것 같다.


(진미채에 피는 곰팡이가 모두 좁쌀곰팡이는 아니다. 따라서 진미채에 곰팡이가 피었다고 해서 모두 좁쌀곰팡이고 이를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5) 누룩의 황색곰팡이는?


그 다음 황국균과 플라부스 아스페르길루스의 구분(곰팡이 이야기 6-황국균과 그의 나쁜형 풀라부스와의 수상한 동거)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에 독자분이 누룩에 발생한 황색곰팡이의 안전성에 대하여 문의하였다.


역시 위에서 이야기한 곰팡이 안전성의 3가지 측면에서 논해보자. 우리 누룩에 발생한 황색곰팡이에 대하여 다른 조사가 없었다면 이를 Aspergillus oryzae/flavus 복합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후에 황국균(A. oryzae)으로 동정될 지라도 황국균과 플라부스균(A. flavus) 모두를 고려해야 마땅할 것이다.


첫 번째 곰팡이병. 황국균과 플라부스균 모두가 피부진균증이나 전신성진균증에 해당되지는 않으나 플라부스균이 기회감염진균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있다. 하지만 A. flavus는 포자크기가 A. fumigatus에 비하여 훨씬 크고 이에 비하면 기회감염진균증 유발은 극소수이다. 일본에서 코오지(koji)를 만드는 사람을 토지(toji)라고 하는데 건강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피부가 좋아 젊어보인다고 한다. 문제없다.


두 번째 곰팡이독소증. 우리나라 메주에서 분리한 황색곰팡이(Asp. oryzae/flavus 복합종)는 대부분 아플라톡신을 생성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아플라톡신을 생성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장醬은 메주를 먹지 않고 메주를 발효 숙성 시킨 후에 먹기 때문에 아플라톡신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누룩의 황색곰팡이 역시 자연 발생의 경우에는 모두가 아플라톡신을 생성하지 않는다고 자신 할 수는 없다. 


세 번째 알레르기. 일부의 사람이 아스페르길루스에 대하여 과민반응을 보일 수가 있다. 마치 일부 사람이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하지만 소수다. 혹 이 부분이 석연치 않은 사람은 병원에서 알레르기항원(allergen)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별 문제없다.



이상으로 곰팡이가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경우에 대하여 이론을 공부하고 예시 문제도 풀어보았다. 결론적으로 곰팡이는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는 저주받은 종족이고 악마가 고안한 발명품이 아니다. 물론 일부가 인간에게 병을 내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10만 종(種, species)의 곰팡이 중에 많이 잡아도 수백 종에 불과하다. 사람도 대부분 선하지만 1000명이 모이면 몇 명 정도는 꼭 사고를 친다.


부언하여, 버섯은 여름한철 자실체로 모양을 뽐내지만 실상 많은 기간을 흙이나 나무에서 균사로 보내는 곰팡이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 1900여종의 버섯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 26%인 517종이 식용이다(숲속의 식용버섯, 2014). 이는 4개의 곰팡이 중에 하나는 먹을 수 있다라고 유추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곰팡이를 싫어할까?

이는 곰팡이에 대한 사실(fact)을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곰팡이의 부정적인 일부분만을 머릿속에 기억한 감정적인 측면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상에서 곰팡이의 임무는 식물과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여 다시 흙으로 돌려 흙이 새로운 생물을 잉태하게 하는 것이다. 곰팡이는 이 일을 열심히 수행할 뿐이다. 


하지만 곰팡이는 불행하게도 볼 수 있는 눈이 없고 인간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지구상의 식물과 동물의 사체를 청소하는 중에 인간이 애지중지 물건도 함께 분해한다. 인간이 아끼는 목조건물, 종이, 옷감, 음식 등의 식물 사체, 가죽, 고기 등의 동물 사체를 눈치 없이 함께 정리하는 바람에 인간으로부터 괘씸죄를 받지  않았을까? 괘씸죄는 공소시효도 없고,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없고, 시범케이스로 찍혀 고생한다는데......,


<곰팡이의 목재 분해. 곰팡이에게는 똑 같은 목재의 분해이나 사람에게는 좌측은 죽은 나무를 분해하여 자연스럽게 유기물이 순환되는 과정이나 우측은 아직도 인간이 사용하는 나무기둥에 발생하여 골칫거리 곰팡이가 된다. 좌측 사진은 Wikipedia, 우측 사진은 '지리산아이의 한옥짓기 - 담양향교' 블로그 인용>


지구를 위하여 열심히 일 하였으나 인간의 기분을 잘 못 맞춘 곰팡이! 밤늦게까지 일하고도 상사의 기분을 잘 못 맞쳐 다음날 아침이면 꾸중 듣는 평범한 직장인의 비애가 생각난다. 부하의 몇 가지 나쁜 점을 확대하여 비난만 하고 있으면 그 회사의 장래가 밝을까? 비록 부하 직원이 다소 부족할 지라도 잘 하는 일을 칭찬하여 더욱 열심히 하게 하고 나쁜 일은 협력하여 미연에 방지하여야 회사가 번창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도 곰팡이에 대하여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곰팡이가 잘 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문제가 될 부분은 사전에 방지하여 지속가능한 멋진 지구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김영권 등. 2012. 임상진균학 3판. 고려의학.

신현동 등. 2017. 균류학 제3판. 월드사이언스.

농촌진층청. 2014. 숲속의 식용버섯.


※ 이글은 저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성한 글이며 저자가 소속된 기관의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과학적으로 작성하고자 노력하나 저자의 한계로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누룩을 띄우면 왜 뜨끈해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