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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Jun 10. 2019

메주곰팡이도 소개합니다.

- 곰팡이 이야기 18

지난 화요일(6.4.) 과천과학관에서 메주곰팡이 대중강연이 있었습니다. 책자 자료는 사전 발간 때문에 이미 2월에 제출하였는데요, 그 때는 시간이 없어 대충 쓴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 보니 메주곰팡이의 개요 파악으로는 꽤 괜찮네요.

   

일전에 누룩곰팡이의 간단한 소개를 브런치 카페에 올린 적이 있는데 600여회의 공유가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메주곰팡이에 대하여는 예전부터 제대로 한번 써 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언제 제대로 쓸지도 모르겠고, 누룩곰팡이처럼 우선 간단한 소개만 올려놓고 후에 시간을 갖고 보완할렵니다.

   

과천과학관 청춘과학아카데미의 “발효과학: 메주곰팡이”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올립니다(정식 출판물이 아니기에 저작권 문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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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메뉴인 된장찌개, 그리고 어린 시절 밥상의 중앙을 차지했던 간장 종지. 이와 같이 우리나라 음식의 핵심 재료인 장(醬)과 이를 만드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곰팡이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장(醬)이란 무엇인가?   

 

 장이란? ‘콩의 영양성분을 미생물이 요리하여 맛있고, 소화하기 좋고, 몸에 좋은 물질로 만들어 놓은 조미료’라 할 수 있다.     

    

전통 된장과 간장은 콩과 물과 소금만으로 만들어진다. 콩은 단백질 40%, 탄수화물 30%, 지방 20%와 기타 영양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물과 소금만을 더한 된장과 간장은 단백질이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탄수화물이 올리고당, 이당과 단당류로 그리고 지방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변해져 있다(위 그림).  

   

콩을 이루는 단백질은 글라이시닌, 페오리닌, 레규멜린 등으로 특별한 맛이 없다. 또한 콩의 30%를 차지하는 탄수화물 역시 맛이 없다. 하지만 장에 있는 콩 단백질이 변한 류신, 아이소류신, 라이신, 글루탐산 등의 아미노산은 감칠맛, 단맛을 낸다. 특히 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인 아미노산이다. 또한 콩 탄수화물이 분해된 장의 올리고당, 이당, 단당 역시 단맛을 낸다. 즉 특별한 맛이 없던 콩이 감칠맛, 단맛을 내는 영양소로 바뀐 것이 장(醬)이다. 

   

우리가 고기(단백질)나 밥(탄수화물)을 먹으면, 입에서 부서지고, 입속의 침이나 위속의 위액 그리고 이자의 이자액 등으로 분비되는 효소에 의하여 아미노산과 단당으로 분해된 후에, 소장에서 모세혈관으로 흡수된다. 우리는 이 과정을 소화라고 한다. 그런데 장(醬)에 있는 영양소들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소화된 형태인 아미노산, 지방산과 글리세롤, 단당의 형태로 존재한다. 즉 장(醬)에는 입, 위, 장을 통하여 이미 소화된 형태의 영양소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장(醬)은 당연히 소화가 잘 되고 된장찌개는 밤늦게 먹더라도 부담되지 않는 메뉴이다. 

   

이 뿐 아니라 장에는 항암, 심혈관질환 예방, 항노화, 면역조절 효과 등의 다양한 기능성을 나타내는 물질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이소플라본이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로써 식물성에스트로겐으로 불리는데 갱년기의 여성흐로몬 부족으로 발생하는 홍조증, 골다공증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완화해 준다. 특히 장(醬)에 많이 존재하는 제니스테인은 여성의 유방암에 대하여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문헌).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장(醬)은 맛있고소화가 잘 되며몸에 좋은 물질로 구성된 조미료이다.        



2. 누가 장(醬)을 만들까?   

 

그렇다면 누가 장을 만들까?  우리는 좋은 장을 만들기 위하여 장에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고 온갖 정성을 쏟는다. 여기에 세월이 더해져서 좋은 장이 된다. 하지만 이들은 추상적인 관념이지 실체는 아니다. 누가 소화도 잘 안되고 특별한 맛이 없던 콩의 단백질을 소화도 잘되고 맛있는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바꾸었을까?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생물들이 열심히 요리하여 맛없는 콩을 맛있는 장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미생물은 세균, 효모, 곰팡이 등이 있는데 효모와 곰팡이는 세균(細菌)에 대비하여 진균(眞菌)이라고 한다. 세균, 효모, 곰팡이는 살아가는 곳과 장(醬)을 만드는 역할이 다르다. 먼저 산소 측면에서 볼 때에 곰팡이는 자라는데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효모와 세균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도 자랄 수 있다. 그리고 수분의 측면에서 볼 때에 세균은 더 많은 수분이 필요하고 곰팡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분에서도 자랄 수 있다.  

   

이러한 미생물들의 생장 특성을 장을 제조하는 과정과 연관시켜 보자. 장을 만들기 위해서 먼저 메주를 만들고, 다음에는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메주의 영양소가 소금물에 우러나오게 한다. 이 후에 장가르기를 하여 건더기와 국물로 나눈 다음에 숙성 과정을 거쳐서 각각 된장과 간장이 된다. 이때에 산소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메주는 산소가 공급이 되지만 소금물에 메주가 들어간 이 후 부터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생물 중에서 곰팡이는 메주 제조 과정에서만 관여하고 메주가 소금물에 들어간 이후에는 산소가 없는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효모와 세균이 장의 제조에 주로 관여한다.    


메주 발효 시에도 메주의 바깥 부분은 산소가 공급되지만 메주의 내부는 산소가 희박하다. 따라서 우리 전통 메주의 경우에는 외부는 곰팡이가, 내부는 세균(주로 고초균)이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수분과도 연관이 되는데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은 바깥과 중간은 곰팡이가, 수분이 많은 안쪽은 세균이 차지한다.  


      

3. 메주에는 어떤 곰팡이들이 필까?    


우리 전통메주에는 세균과 곰팡이가 함께 일을 하지만 여기에서는 필자의 전공분야인 곰팡이에 대하여만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는 2008년부터 전국의 농가, 장류업체, 맛집을 돌며 300여개의 메주를 수집하고 이로부터 1500여 균주의 곰팡이 분리하였다. 이들은 101종으로 동정되었다.

       

메주에는 이제까지 일본의 미소 곰팡이로 알려진 황국균(Aspergillus oryzae)이 주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저자의 연구결과 털곰팡이(Mucor), 솜사탕곰팡이(Lichtheimia), 푸른곰팡이(Penicillium), 좁쌀곰팡이(Eurotium), 분곰팡이(Scopulariopsis) 등이 함께 우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메주에는 흑국균(Aspergillus luchuensis, Aspergillus niger, Aspergillus tubingensis), 홍국균(Monascus), 로퀘포르티 푸른곰팡이(Penicillium roqueforti)와 같이 치즈를 만드는 균  등 발효능력이 우수한 균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또한 지역별로 보면 전라도와 제주도 지역은 털곰팡이류(Mucor)와 푸른곰팡이류(Penicillium), 경기도를 포함한 중부지역은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와 분곰팡이(Scopulariopsis)가 우점하고 있어 지역마다 다른 장맛을 내는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메주 구입처에 따라서도 곰팡이가 서로 달랐는데 재래시장 메주에서는 접합균류중 털곰팡이류(Mucor)가, 대형할인마트 메주에서는 접합균류중에서 솜사탕곰팡이(Lichtheimia)가 우세하였다.    

 

     

메주 제조 공정별로도 초기의 건조(저온발효) 시에는 저온성곰팡이인 털곰팡이(Mucor), 가지곰팡이(Cladosporium), 푸른곰팡이(Penicillium)가 주로 발생하였고 후기 발효(고온발효)시에는 솜사탕곰팡이(Lichtheimia),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가 우점하였고, 마지막 건조 및 보존 시에는 좁쌀곰팡이(Eurotium), 분곰팡이(Scopulariopsis)가 우점하였다.    

   

우리의 전통메주로 만든 장(醬)은 황국균(Aspergillus oryzae) 하나의 곰팡이만을 사용하여 콩알메주로 만드는 일본의 미소와는 달리, 메주 제조 시기에 따른 다양한 곰팡이와 세균이 함께 작용하여 일본 미소에 비하여 깊은 맛을 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4. 전통메주 곰팡이의 산업화    


메주에서 분리한 1,500여 균주 가운데에서 생물학적 종, 지역, 맛집을 대표하는 431균주를 선발하여 국가의 생명자원으로 등록하고, 농업미생물은행(KACC)에 장기 보존하였다. 이들 메주곰팡이는 -196℃의 액체질소, 동결건조앰플로 중복 보존되어 100년 후에도 활용이 가능하며, 보존된 메주곰팡이 자원은 장류 연구를 위한 생물자원으로써 산업체와 연구계에 공급되고 있다.    

   

또한 전통메주에서 분리한 곰팡이를 산업화 하고자 하였다. 분리한 1500여개의 곰팡이 중에서 콩의 단백질을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잘 분해하는 곰팡이를 분리하고 이들을 이용하여 장을 제조하였다. 그 결과 아미노태 질소함량이 높고 글루탐산 등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을 기존 사용 균주에 비하여 우수하게 생산하는 균주를 다수 선발하고 특허 등록하였다.   

 

이들 중에서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식품원재료로 등록된 곰팡이는 바로 산업화가 가능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곰팡이의 경우에는 실제 전통메주에 흔히 존재하며 전통 장류의 맛과 기능성에 큰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산업화가 가능하지 않다.

  

된장의 경우에는 기업에서 양산된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50%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기업 생산 된장이 아직 전통방식으로 사각 메주를 만들어 담는 된장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기업에서 양산 시에 사용하는 미생물이 전통적으로 만드는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산·학·관이 힘을 합쳐 전통된장의 깊은 맛을 내는 미생물을 찾고 있다. 이 미생물은 한 종류일 수도 있고 여러 종류일 수도 있다. 이 미생물(들)을 찾은 후에는 이 미생물(들)이 우리 몸에 안전하다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그런 후에 식약처에 원재료 등록을 마쳐야 기업에서 양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면 이제 집된장 맛나는 장을 슈퍼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집과 소규모 전통 장류업체에서 만드는 장은 프리미엄 장으로 유통되어야 하고, 또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잘 보존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장(醬)에 대해서 그리고 장을 만드는 미생물에 대하여, 특히 곰팡이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였다. 하지만 실제 메주에 발생하는 다양한 곰팡이에 대하여 그리고 그 들의 역할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지는 못하였다. 여러가지 바쁜일로 제대로 쓸 시간을 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어찌보면 아직 전통 장의 그 깊은 속내에 대하여 아는 바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알면 길게 쓸 필요도 없고 쓰기도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더 쉽게 쓸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 겠다.

  

<2019. 06.10., 곰박>    

※ 이 글은 저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성한 글로서 소속기관의 정책방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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