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7월 13일 ‘다부처 국가 미생물은행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이 기회에 미생물은행의 역사에 대하여 정리해봄으로써 이 모임의 방향성 설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작은 미생물이 뭣인지부터 해야하나 너무 양이 많아질 것 같아 건너뛰고 미생물은행이 뭣인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요즈음은 ChatGPT한테 먼저 물어보고 하면 좋더라고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요! 마지막에는 이런 답변이 있네요. "미생물은행은 과학 연구 및 응용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생물다양성 보전과 인류의 복지 향상에 기여합니다". 네 그렇지요. 미생물은행은 연구와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요, 하지만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네요.
어떻게 쉽게 와 닿는 표현이 없을까요? 아니 어떻게 보면 은행이란 말이 어려울게 없으니까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겠네요. 미생물의 은행! 시중의 은행이 경제의 중심이잖아요. 국민들이 돈을 갖다 맡기고 기업들이 이 돈을 가져다 이윤을 창출하고.
미생물 은행도 그렇지요. 연구자들이 미생물을 맡기고 기업들이 가져다가 이익을 창출하고. 미생물 연구와 산업의 중심이지요!
세계의 첫 미생물은행은 1890년에 설립된 Kral Collection입니다. 파스퇴르(Pasteur)가 백조목 플라스크를 이용하여 미생물의 존재를 제대로 입증한 것이 1864년이고, 병원 미생물을 진단하는 기본이 된 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s)이 나온 것이 1884년입니다. 코흐의 가설 이후부터 미생물의 순수분리가 가능하게 된 것을 감안하면, 미생물의 은행은 미생물의 순수 분리와 시작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Kral Collection은 유리세공업자로 체코의 프라하대학의 위생연구소에 근무하였던 Frantisek Kral에 의하여 운영되었으며, 1900년도에 카탈로그를 발간하고 미생물 분양 서비스를 수행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후에 2차세계대전때에 파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자원센터는 벨기에의 MUCL (Mycothèque de l’Université catholique de Louvain)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1904년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최대 곰팡이 은행 Westerdijk Institute (WI)가 설립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ATCC 그리고 영국의 NCTC는 1920년대에 설립되었습니다.
기타 미생물은행의 출발은 위의 슬라이드를 참고하고요, 특이한 것은 일본입니다. 일본은 미생물은행 역사에 있어 세계의 중심 중의 하나입니다. 일본은 당시에 주요 세금원이었던 술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주류총합연구소를 1904년에 국세청 산하에 설립하게 되는데, 이 때에 사케를 만드는 효모와 곰팡이를 관리 통제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남만주철도회사, 사포르대학, 코마바대학 등의 다수 미생물은행이 설립 운영되었고 이미 1951년도에 일본미생물보존기관연맹(JFCC)이 만들어집니다.
이 연맹이 주축이 되어 세계미생물은행연맹 학술대회(ICCC, International Conference of Culture Collection) 1차 대회(1968년) 와 10차 대회(2004)를 개최합니다. 저는 쯔구바에서 개최된 10차 대회에 참석을 했드랬죠! 그리고 세계미생물은행연맹(WFCC, World Federation for Culture Collecition) 사무국도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에 유치합니다.
우리나라 미생물은행의 역사를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네요! 제가 미생물은행에 근무한 것이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나라 미생물은행 역사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 국가미생물은행 협력체가 우선 해야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우선 각 미생물은행 홈페이지의 연혁에 의지하여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미생물은행의 출발을 1967년 한국종균협회(KFCC) 창립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국종균협회 창립으로부터 한국미생물보존센터(KCCM) 창립(1989)까지의 상황을 연세대학교 교수이자 한국종균협회 이사였던 변유량 교수의 '한국종균협회의 현황과 발전방안(1997)'이라는 기고문의 내용으로 소개합니다. https://www.bioin.or.kr/board.do?num=116259&cmd=view&bid=industry
" 한국종균협회는 의학계, 생물학계 및 일부 산업계 저명인사들 구성되는 사단법인체로서 1967년 7월 21 일 정식으로 발족하고, 당년 12월 11일 과학기술처의 승인을 받았다.
설립목적은 정관에 밝혀져있는 것처럼 種菌의 연구 및 응용을 장려하고 그 수집, 보존, 교환 및 배포 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며 미생물공업의 발전과 유해 미생물의 방역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1969년부터 거의 활동은 정지되어 1972년 부터 연세대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실로 자리를 옮겨 정부의 지원 없이 유준교수와 연구원들의 개인적인 헌신적 노력으로 7년동안 종균협 회의 명맥을 유지하여 왔다.
미생물학교실에서 더 이상 출혈을 할 수 없게 되어 1978년 6월 연세대학교 식품공학과(현 생명공학과) 로 자리를 옮겨 유주현 교수의 헌신적 노력으로 산업체 단체회원의 협조로 활성화되기 시작하여 20여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특허균주의 기탁사업은 1978년부터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하였으며 1981년에 한국종균협회와 유전 자은행이 특허청으로부터 공식적인 특허균주 기탁기관으로 지정 받으면서 이에 대한 업무를 본격화하였다.
미생물 보존, 분양업무가 활성화됨에 따라 한국종균협회는 부설 한국미생물보존센터(Korea culture center of microorganisms, KCCM)를 1989년 8월에 설치하고 균주의 보존업무를 전문화하였다."
이하, 1985년의 유전자은행(KCTC)의 설립, 1995년의 농업미생물은행(KACC) 설립, 2005년도의 환경미생물은행(KEMB) 등의 설립과 발전에 대하여는 섣불리 기록하기 보다는, 우선은 위의 간단한 자료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이 부분의 역사에 대하여는 부처별 미생물은행 협력체가 구성된 후에 위원회를 만들어 객관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되면서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가 됩니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의 세번째 조항인 생물자원의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의 채택(2010), 발효(2014), 국내발효(2017)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도 생물자원 전쟁 시대로 빠져 듭니다. 이에 따라 국내의 정부 부처와 대학에 많은 미생물은행이 설립됩니다.
미생물 자원을 확보하고 상호 발전하기 위하여는 미생물은행 간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국가 내의 미생물은행 간의 협력체는 한 나라의 미생물 연구와 산업 발전과 직결됩니다.
일본은 1951년에 일본미생물균주보존기관연맹(JFCC, Japanese Federation of Cultur Collection)을 만들고 1953년에 이미 일본균주 총목록을 발간한 바가 있습니다. 2006년 이후로는 온라인 카탈로그를 만들어서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25개 가맹 미생물은행 균주를 모두 검색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일본은 이러한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세계미생물은행연맹 학술대회 1차대회와 10차대회를 개최하고 세계미생물은행연맹 사무국을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유치합니다. 즉 이 기간 동안 일본은 미생물은행연맹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 미생물은행의 중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미생물균주보존기관연맹은 단순 연맹을 넘어 학술지를 발간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며, 매년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일본미생물자원학회(JSMRS, Japan Society for Microbial Resources and Systematics)로 발전합니다.
영국국가미생물은행공동체(UKNCC, UK National Culture Collection)는 일본미생물자원학회(JSCC)보다 좀더 긴밀한 협조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JSCC가 대학, 연구소, 국가기관를 망라한 협의체인 반면에 UKNCC는 영국에 있는 10개의 국가 미생물은행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JSCC의 온라인 미생물 목록 공유를 넘어 미생물의 기탁, 보존, 동정, 특성평가, 실험 등의 서비스를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공동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미생물은행 국가 공동체입니다.
일본, 영국 외에도 미국의 USCCN (United States Culture Collection Network), 중국의 国家微生物资源平台 (National Microbial Resources Platform in China) 등 대부분의 나라는 자국 내의 미생물 은행간의 협력체를 운영합니다.
국내 미생물은행 간의 협력은 물론이고 국가간 교류도 활발합니다. 실질적으로 1962년에 발족된 세계미생물은행연맹( WFCC, World Federation of Culture Collection)은 현재 78개국 836개의 은행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WFCC는 세계미생물정보센터(WDCM, World Data Center for Microorganisms)를 운영하며 세계미생물정보(GCM, Global Catalogue of Microorganisms) 프로젝트를 통하여 미생물은행이 보유한 정보를 공유하고(GCM 1.0), 또한 표준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유(GCM 2.0)합니다. 그 외에도 WFCC는 정기적으로 세계미생물은행 학술대회(ICCC, International Conference of Culture Colleciton)를 개최합니다.
세계미생물은행연맹 외에도 대륙별 미생물은행 연맹이 있는데 유럽의 ECCO, 아시아의 ACM, 라틴아메리카의 Felacc 등이 있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의정서를 거치면서 국내의 각 부처는 생물자원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고 미생물을 은행을 설립합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WFCC에 등록된 미생물은행이 27기관, 212,111균주로, 균주 숫자로 세계 6위 미생물 보유국입니다.
27개라는 다수의 미생물은행이 세계미생물은행 연맹에 가입되어 있지만, 정작 국내의 미생물은행간의 교류는 활발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정부는 제3차 국가생명연구자원 관리 활용 기본계획(2020)을 설립하고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선진화 사업(2021)을 추진하여 274개의 생물소재자원은행을 14개 분야의 소재클러스터로 조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클러스터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하여 거점은행과 협력기관으로 재편하여 클러스터 내의 협력을 강화하였습니다.
하지만 미생물의 경우에는 사용분야가 광범위하여, 미생물은행이 미생물 클러스터에 모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체, 해양생물, 수산생물, 야생생물 클러스터에 분산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14대 소재 분야 클러스터 구축으로는 국내 미생물은행의 협력체계 구축이 제한적입니다.
이 글은 '다부처 국가미생물은행 심포지엄' 행사 후에, 국가미생물은행간의 모임의 향후 방향성 설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세계와 국내의 미생물은행의 역사를 정리한 것입니다.
저자가 주말 시간을 이용하여, 집에서, 개인적인 역량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작성한 것이며, 특정 기관이나 모임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글이 아닙니다. 아울러 짧은 시간에 적은 글이라 완성도가 낮아 향후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글이니 활용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짧은 글에 일요일 하루가 다 가네요 ㅠㅠㅠ
<2023. 7. 16. 일요일 늦은 밤에 곰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