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리산엘 갔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였다.
지리산 장터목(해발고도 약 1700m)에서 소지봉(1312)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조릿대가 지천이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같이 고사되어 있었다.
왜?
식물에 대하여 아는바가 없으나 궁금증이 일어났다.
제주조릿대가 세력을 확장하여 한라산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 이 지리산 조릿대의 죽은 원인을 밝혀서 이를 한라산에 적용하여 한라산의 생태계 단순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궁금증이 폭발하였다.
장터목에서 소지봉까지 조릿대 중에서는 살아있는 개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조릿대의 사인을 밝히려면 그래도 살아있는 개체가 있어야 서로 비교를 할 수 있을텐데 해발 1312m 소지봉까지는 살아있는 개체가 없었다.
참샘(약 1100m) 얼마 위서부터 살아있는 조릿대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그림 2). 하지만 전체 중에 살아있는 개체는 일부에 불과하였다. 살아있는 조릿대의 잎에서 곰팡이 병징들이 많이 관찰되었으나 그것이 고사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참샘에 쉬면서 고사해가고 있는 개체의 사진을 자세히 찍어 보았다(그림 3).
참샘에서 다시 내려오면서 조릿대는 점차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갔고 백무동 입구의 조릿대는 정상적인 숲으로 여겨졌다(그림 4).
고도에 따른 조릿대 숲의 고사는 아마추어에게도 매우 흥미롭게 보였다. 아무쪼록 전문기관에서 조릿대 고사의 원인을 잘 밝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원인을 활용하여 조릿대의 무분별한 번성에 의한 산림 식물의 다양성 감소 문제를 해결하였으면 좋겠다.
이것이 과제보고서를 쓰야 함에도 이 글을 포스팅하는 이유다.
P.S.)
집에 와서 조릿대에 보고된 병을 온라인한국식물병명목록에서 찾아보았다. 녹병, 깜부기병, 그을음병이 보고되어 있었다(그림 9).
녹병(그림 6)과 그을음병(그림 7)은 흔히 볼 수 있었고 깜부기병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대신에 특유의 마름모꼴 병반을 보이는 병이 있었는데(그림 8) 이는 직접 관찰한 바는 없지만 벼의 도열병과 매우 유사하다. 조릿대는 벼과 식물이다. 실험실 가서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것이 (도)열병이라면 아직 국내에서는 연구된 바가 없는 것 같다.
맞다면 아마추어 들에게도 쉽게 눈에 띄는 것들을 국내에서 왜 보고하지 않았을까? 거듭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늘 선배가 하는 연구만 이어서 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것 같다.
<2023. 10. 1. 지리산 등산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