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미생물을 중심으로
최근에 미생물에 대하여 대중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를 위하여 미생물, 특히 농업미생물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였기에 여기에 기록해 두고자 한다.
미생물이란? - 농업미생물을 중심으로-
1) 지구의 생물은 식물, 동물, 곰팡이, 원생생물, 세균으로 구성이 되는데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곰팡이, 원생생물, 세균을 미생물이라 한다.
2) 식물은 광합성을 통하여 무기물인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유기물인 포도당을 생산하는 지구의 생산자이다. 동물은 식물이 생산해 놓은 포도당을 이용하며 살아가는 소비자이다. 미생물은 식물과 동물이 만들어 놓은 유기물을 다시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분해자이다. 그 결과 식물이 무기물을 이용하여 다시 유기물을 만들 수 있고 지구는 지속 가능해진다.
3) 미생물 중에서 곰팡이는 주로 식물의 분해를 세균은 주로 동물의 분해를 담당한다.
4) 농업은 식물을 이용하여 식량을 생산하는 것임으로 식물과 관련성이 높은 곰팡이를 예로하여 미생물과 식물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 대부분의 곰팡이는 죽은 식물을 분해하며 살아간다. 셀룰로오스나 리그린으로 구성된 단단한 나무도 곰팡이에 의하여 분해된다. 곰팡이는 다량의 효소를 식물에 분비하여 녹인 후에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발효는 곰팡이의 이런 특성을 이용한다.
- 곰팡이는 살아있는 식물과도 영양분을 교류하는데 균근을 통하여 포도당을 공급받고 물과 비료를 식물에 제공한다. 균근 곰팡이는 농업, 임업뿐만이 아니라 탄소 중립에 매우 중요한 미생물이다.
- 곰팡이 중에 일부는 식물에게 영양분을 주지는 않고 일방적으로 먹이를 빼앗아 오거나 피해를 준다. 이를 식물병원성곰팡이라고 하는데 식량생산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농업에 매우 중요하다.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
일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버섯이 미생물인가에 대하여 논쟁하는 것을 보았다. EBS의 취미는 과학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성균관대학교의 이대한 교수님은 버섯은 미생물이 아니라는 주장이었고 연세대학교 김응빈 교수님은 버섯은 미생물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버섯은 미생물일까? 아닐까?
먼저 네이버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네이버 사전은 “미생물(微生物):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 보통 세균, 효모, 원생동물 따위를 이르는데,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되어 있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도 똑같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버섯은 맨눈으로도 보이기에 미생물이 아니다.
이번에는 한국미생물학회에서 2017년도에 출간한 ‘미생물학(범문에듀케이션)’ 책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맨눈으로 보기 어렵고 현미경을 써야 보이는 모든 생물을 작은생물, 즉 미생물(microorganism, 微生物)이라 부른다.”라고 네이버 아저씨와 같은 주장을 하는 부분과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가 미생물의 범주에 속한다.”라는 또 하나의 주장이 있었다. 책의 두 번째 주장, 미생물이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버섯은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기에 미생물이다.
상반된 두 견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하여 버섯의 일생을 살펴보자. 버섯은 씨앗, 즉 포자로 한살이를 시작한다. 포자가 먹이를 만나면 곰팡이실이라는 균사로 자라고, 이 균사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자실체라는 버섯을 만든다. 그리고 이 자실체에서 다시 포자를 만들어서 배출하면 한살이가 완성된다.
버섯의 포자는 그 크기가 일반적으로 10 um 내외로 미세먼지 수준이라서 맨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균사 역시 직경이 포자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라 맨눈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자실체는 큰 것은 아이들 손바닥만할 정도로 맨눈으로 명확하게 식별할 수가 있다. 버섯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포자와 균사, 특히 균사의 형태로 대부분의 생을 보내고, 자실체 형태로는 여름 한철 잠깐을 보낸다. 그렇다면 네이버 아저씨의 주장대로라면 버섯은 대부분의 시간을 미생물로 보내다가 여름 한철에는 미생물이 아닌 셈이 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용어야 대충 의사만 전달이 되면 되지만 과학적인 용어는 해당 여부, 즉 선이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 아저씨의 주장은 의미적인 측면에서 이해는 가나 과학적인 용어로는 불충분하다. 대신에 미생물 책의 두 번째의 주장은 그 경계가 명확하여 학계에서 통용된다. 즉 미생물은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다. 그렇다면 미생물이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라는데 그게 무엇일까?
1969년 미국인 과학자 Whitaker는 지구의 생물을 5개 그룹(계: 界, Kingdom)으로 나누었다. 먼저 염색체가 핵막에 둘러싸여 있지 않은 원시핵을 가지는 원핵생물과 염색체가 핵막에 싸여 진짜핵을 가지는 진핵생물로 나뉘었다.
진핵생물은 다시 구분이 명확한 고등 생물인 식물, 동물, 곰팡이로 나누고 이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를 뭉뚱그려 원생생물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지구상의 생물은 원핵생물(세균), 원생생물, 곰팡이, 식물, 동물의 5계로 구성된다.
2015년에 Ruggiero는 이 5개 그룹에서 원핵생물을 세균(Bacteria)과 고균(Archaea)으로 그리고 원생생물을 유색조류(Chromista)와 원생동물(Protozoa)로 나누어 지구상의 생물을 7계로 나뉘었다. 현재 학생들은 Ruggiero의 7계설을 공부하고 있지만 Whitaker의 5계설은 단순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 지금도 널리 이용된다. 여기에서는 편의상 5계설에 입각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자! 그러면 미생물에 대한 답이 나왔다. 미생물이란?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 보충하면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로써 세균, 원생생물, 곰팡이를 말한다.”이다. 물론 Ruggiero의 7계설에 입각하여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로써 원핵생물(세균, 고균), 원생생물(원생동물, 유색조류), 곰팡이다”라고 할 수도 있다.
*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미생물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 보통 세균, 효모, 원생동물 따위를 이르는데,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로 되어 있는데 먼저 원생동물(Protozoa)은 원생생물(Protista)로 수정되는게 맞다. 그리고 추가로 요구한다면 효모 대신에 곰팡이(진균)가 더 좋다. 결국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 보통 세균, 곰팡이, 원생생물 따위를 이르는데,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로 사용되면 더 좋겠다는 제안을 드린다.
미생물이 무엇인지는 정의가 되었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어떤 일을 할까? 앞에서 지구상의 생물을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고 나누었는데 이들의 역할에 대하여 알아보자.
세 그룹의 생물은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그룹을 들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식물을 들 것이다. 왜냐면 식물은 광합성(光合成, photosynthesis)을 하기 때문이다.
광합성이란 흙속의 물과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하고 햇빛을 이용하여 포도당과 산소를 만드는 반응이다. 재료가 되는 물과 이산화탄소는 무기물이고 만들어진 포도당은 유기물이므로 말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유기물인 포도당의 생성이다. 포도당은 단순화합물이 아니라 태양에서 온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 포도당이 다시 산소를 만나서 타면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반응을 우리는 호흡이라고 한다. 정확히 광합성의 역반응이다.
호흡이 중요한 것은 지구상에 대부분의 생명체는 이 호흡을 통하여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광합성으로 포도당에 저장되어 있던 태양에너지다.
내가 지금 자판을 두드리는 이 운동에너지도 결국 태양에너지로부터 왔다. 더운 여름 벼가 광합성을 통하여 포도당을 합성하였고 이것이 쌀에 저장되어 있었다. 내가 오늘 그 쌀로 한 밥을 먹으면서 포도당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고, 손가락 세포로 이동하여 산소를 만나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면서 거기서 나오는 태양에너지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하여 만든 포도당은 장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환된다. 잎에서 만들어진 포도당은 휴면기의 양분으로 쓰이거나 자식의 먹이를 위하여 뿌리와 열매로 이동하여 저장된다. 이때에 낱개의 포도당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다루기가 불편함으로 염주와 같이 서로 연결되는데 이를 녹말(綠末), 또는 전분(澱粉)이라고 한다.
전분은 쌀과 보리와 같은 곡류와 고구마, 감자와 같은 서류의 주성분이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을 짧게 정의하면 이와같이 식물이 광합성을 통하여 포도당을 합성한 후에 이들을 뿌리와 열매에 저장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포도당은 단맛을 띄고 있다. 따라서 포도당이 주성분인 포도는 달다. 하지만 포도당이 염주알처럼 연결된 녹말로 구성된 쌀은 달지 않다.
맛은 혀의 표면에 있는 미뢰에서 감지된다. 미뢰는 혀 표면 돌기인 설유두의 측면에 위치하는데 단맛을 가진 포도당이 감지가 되려면 우선 물에 녹아 설유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미뢰에 도착하여야 한다. 그런데 녹말처럼 큰 분자는 설유두 사이를 통과할 수 없어 미뢰에 닿을 수가 없다. 단당, 이당, 올리고당 정도가 미뢰에 닿을 수가 있는데 이들이 단맛을 내는 이유이다.
과일과 곡물의 차이도 과일은 올리고당 이하의 작은 크기의 당들로 구성되어 미뢰까지 닿을 수 있고 그래서 단맛을 내는 것이고, 곡물은 같은 당이지만 너무 길게 연결되어 설유두를 통과할 수 없어 미뢰에 도착할 수가 없어 단맛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쌀도 오래 씹어 올리고당 이하로 분해되면 단맛을 느낄 수 있다.
한편 광합성으로 생성된 포도당은 식물의 몸을 구성하는데도 사용된다. 식물의 잎이나 풀은 전분보다 더 치밀한 조직인 셀룰로오스로 구성이 된다. 그리고 수 미터 때로는 수십미터에 이르는 나무의 줄기는 강한 바람에도 꺽이지 않는 견고함을 가져야 하기에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으로 더욱 치밀하게 구성된다. 나무 줄기에서 셀룰로오스를 철근에, 리그닌을 시멘트에 비교하여 나무줄기가 철근콘크리트와 같이 튼튼한 구조를 가지게 한다.
이와 같이 식물은 무기물인 물과 이산화탄소를 바탕으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포도당과 산소를 만든다. 이 포도당은 열매와 뿌리에서 전분의 형태로 저장되기도 하고 잎에서 셀룰로오스 그리고 나무에서 리그닌 형태로 전환되어 식물의 몸체를 이룬다.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지구상의 생물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포도당으로부터 얻는다. 그리고 식물은 포도당을 직접 만든다. 그렇다면 포도당을 직접 만들 수 없는 동물은 어디서, 어떻게 포도당을 구할까?
동물(動物)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생물이다. 움직일 수 있으니 포도당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로 가서 뜯어먹으면 된다. 다만 식물에는 포도당이 녹말, 셀룰로오스, 리그닌 등과 같은 복잡한 형태로 저장되어 있어서, 먹은 후에 이를 포도당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녹말은 포도당이 염주처럼 단순하게 연결되어 쉽게 분해될 수 있지만,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은 구조가 복잡하여 동물은 스스로 분해하지 못하고 미생물이 이를 분해할 수가 있다. 특히 리그린은 조직이 매우 치밀하여 미생물 중에서도 일부의 목재부후균만이 분해할 수 있다.
초식동물은 말 그대로 풀과 나뭇잎을 주로 먹는데 여기에서 포도당의 저장형태는 셀룰로오스이다. 그런데 동물은 스스로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없고 미생물만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다. 따라서 초식동물이 풀을 뜯어 먹고 살려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몸속에 키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식동물은 4개의 위로 가지고 이 중의 반추위에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키우며 미생물이 분해한 포도당을 이용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동물은 직접 포도당을 만들지는 못하고 식물이 만들어 놓은 것을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지구의 소비자이다.
미생물 역시 살아가는 데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생물은 다양성이 매우 커서 특이하게도 포도당을 먹지 않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금속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그룹도 있고, 남세균이나 조류와 같이 포도당을 직접 생산하는 그룹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생물은 동물처럼 포도당을 직접 생산하지 못하고 살아가기 위하여 다른 생명체로부터 포도당을 얻어와야만 한다.
동물은 이동성이 있어서 식물의 맛있는 부위를 선점하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미생물은 발도, 손도, 입도 없기에 다른 생물들이 먼저 먹고 남은 것들, 식물의 줄기나 사체, 그리고 동물의 사체 등을 먹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생물은 식물이나 동물을 분해하는 분해자가 된다.
결국 지구는 식물은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생산하고, 동물은 이를 소비하고, 미생물은 식물, 동물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다시 무기물을 생산함으로써 지속가능하게 된다.
미생물은 크게 세균, 곰팡이, 원생생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원생생물은 숫자도 많지 않고 그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하여 세균, 곰팡이에 대하여 주로 언급하고자 한다.
세균은 단세포로 편모나 섬모를 이용하여 헤엄쳐서 이동한다. 따라서 액체상태의 먹이에서 자라고 식물보다는 동물과 상호작용이 많다. 반면에 곰팡이는 세포가 일렬로 늘어서서 연결되어 있어 가늘고 긴 바늘같은 형태를 띠어 먹이에 침투하기 쉽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동물보다는 식물과 상호작용을 한다.
세균과 동물이 주로 상호작용을 하다보니 사람은 동물의 일종인지라 세균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인체에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주로 세균이다 보니 미생물에 대한 발전은 의학분야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의 미생물학과는 곰팡이 보다는 세균 위주로 과목이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곰팡이는 식물과 상호작용을 많이 한다. 식물은 사람에게는 식량을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있으므로 농업분야에서 곰팡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농과대학에서 곰팡이를 주로 강의한다. 따라서 농업미생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곰팡이가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곰팡이는 지금까지 15만종이 보고되었고 세균은 아직 보고된 종이 15,000여에 불과하다. 게다가 곰팡이는 유전체 크기가 약 4천만 베이스인데 세균은 이의 10%에 해당하는 4백만 베이스로 이루어져 있다. 농업은 식물을 재배하여 광합성을 통하여 곡물을 생산하는 산업이므로 식물과 연관성이 높은 곰팡이와 식물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곰팡이는 죽은 식물을 분해하면서 포도당을 얻어 살아가는 분해자이다. 하지만 곰팡이는 때로는 살아있는 식물과 협력하기도 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곰팡이의 죽은 식물의 분해, 살아있는 식물과의 균근을 통한 협력, 그리도 살아있는 식물을 공격하는 식물병원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모든 곰팡이는 포도당을 먹고 살고 그 포도당은 주로 식물로부터 온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쉽게 포도당으로 분해될 수 있는 녹말을 가진 열매와, 상대적으로 쉽게 포도당으로 변환되는 셀룰로오스를 가진 잎은, 동물이 우선적으로 먹어 치운다.
그래서 곰팡이에게 돌아오는 것은 동물은 먹기 어려운 나무와 죽은 식물이다. 나무는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으로 구성되어 곰팡이 중에서도 일부의 곰팡이만 분해할수 있을 뿐 어떤 생물도 이를 분해할 수가 없다.
곰팡이가 나무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균사를 이용하여 나무에 침투한다. 그리고는 다량의 효소를 분비하고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등의 나무의 주성분들이 효소에 의하여 분해되기를 기다린다. 이들이 분해가 되어 포도당과 같은 크기가 되면 이들은 곰팡이의 세포벽을 통하여 곰팡이 내로 자연스럽게 흡수가 된다. 곰팡이는 이를 영양분으로 성장하여 나무속으로 더 깊이 침투하고,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면 수개월이 흘러 단단한 나무에서 버섯이 나오게 된다.
효소를 다량 생산하여 생물체를 녹이는 곰팡이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 발효이다.
장류 발효의 경우에 먹이가 되는 콩은 평소에는 성벽과 같은 두터운 막을 가지고 있고 건조한 상태라서 미생물이 접근할 수 없다. 콩은 40%의 단백질과 20%의 탄수화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거대 분자이기에 그 상태로는 맛이 없다. 그런데 메주를 만들기 위하여 이를 삶은 후에 절구로 찧어 놓으면 이들은 미생물에게는 잘 차려 놓은 밥상이다.
곰팡이는 콩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먹기 위하여 다량의 효소를 방출하고는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아미노산과 탄수화물로 분해되기를 기다린다. 이때에 사람은 메주를 소금물에 담구어 곰팡이는 더 이상 못자라게 하고, 곰팡이가 만든 효소에 의하여 콩은 결국 감칠맛이 나는 아미노산과 단맛이 나는 포도당으로 변한다.
결국 발효라는 것은 식물(때로는 동물)의 열매나 사체를 미생물이 분해하게 하여 사람에게 유익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발효를 더 넓게 정의하면 죽은 식물, 동물과 미생물의 상호관계의 산물이다.
곰팡이 다수는 죽은 식물을 분해하며 살아간다. 위에서 언급한 나무에서 살아가는 버섯, 곡물의 가치를 높여주는 발효 곰팡이, 그리고 음식물을 부패하는 곰팡이 등이 모두 죽은 식물을 영양분으로 하여 살아가는 곰팡이의 한 형태이다.
하지만 곰팡이 중에서 사교성이 높은 그룹은 살아있는 식물과 협력하여 포도당을 얻는다. 이들은 뿌리에서 식물로부터 포도당을 공급받는 대신에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물과 비료를 제공한다. 이러한 그룹을 균근(菌根, Mycorrhiza) 곰팡이라고 하는데 균근은 곰팡이뿌리로 번역되며 식물 뿌리와 곰팡이가 함께 존재하며 영양분을 교환하는 장소를 말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바위틈 사이에서도 늠름하게 자라는 소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저 좁은 바위틈 사이에 아무런 물도 영양분도 없을텐데 소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면 경이감을 가지게 된다. 소나무의 이런 능력은 뿌리에 공생하는 균근곰팡이가 주변으로 널리 균사를 펼쳐서 영양분과 물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소나무 외에도 바위 틈사이에서 잘 자라는 진달래, 그리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난(蘭)도 균근이 잘 발달된 대표적인 식물이다.
균근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가 오래되었고 또한 널리 분포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물에서 자라던 식물이 육지로 올라오게 된 것도 균근의 덕으로 해석되고 있다. 육지로 처음 올라온 식물이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때에 곰팡이 균사가 땅속에 널리 퍼져서 식물에게 물을 구해주었을 것이다. 지금도 약 90%의 식물은 균근을 가진다. 다만 현대 농업에서는 비료와 관개시설의 발달로 균근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을 뿐이다.
근래에 와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로 균근이 재조명되고 있다. 균근이 지하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깊은 산속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 사는 수정란풀이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다른 식물과 달리 몸체가 흰색인데 그 의미는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가 없다는 의미이고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식물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식물의 뿌리를 자세히 관찰하였더니 균근이 형성되어 있었고 여기에 균사들이 발달하여 인접한 식물에 연결되어 있었다. 즉 수정란풀은 곰팡이 균사를 통하여 인접한 식물로부터 포도당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균근곰팡이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식물로부터 단순하게 포도당을 얻어먹는 존재가 아니라 식물들의 생장을 조절하는 지하 생태계의 지휘자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방사선 동위원소 표지를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균근곰팡이는 계절에 따른 침엽수와 활엽수의 포도당의 이동, 그리고 어미나무와 자식나무의 영양분의 이동을 중계하고 있었다. 영양분 뿐만이 아니라 균근곰팡이의 균사는 호르몬과 같은 신호전달 물질, 심지어는 세균의 이동까지 담당하여 지하세계의 케이블로 인식되었다.
이에 전산 분야의 World Wide Web에 비유하여 곰팡이에 의한 숲속 지하세계를 Wood Wide Web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
균근곰팡이가 재조명되면서 이들의 탄소포집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균근곰팡이가 지하에 포집하고 있는 탄소의 양이 131억톤에 해당되며 이는 일년에 지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탄소 배출양인 393억톤의 1/3에 해당되는 양이다. 대기에는 약 8,000억톤의 탄소가 존재하는데 지하에는 이보다 많은 23,000억톤의 탄소가 존재하고, 지하의 탄소 유지에는 균근곰팡이, 목재부후곰팡이 등의 다양한 곰팡이들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곰팡이는 한국의 2050년 탄소 넷제로에 대비하여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곰팡이와 식물과의 관계에서 곰팡이 측면에서 가장 공격적인 입장에 있는 것이 식물병원성 곰팡이이다.
다수의 곰팡이는 살아있는 식물에는 접근하지 못한다. 용기있는 일부 균근곰팡이가 식물과 협상하여 물과 무기영양분을 제공하는 대신에 포도당을 공급받는다. 그런데 식물병원성 곰팡이는 용기가 과해서 식물에게 아무것도 주지도 않으면서 식물로부터 포도당을 갈취해온다. 심지어 어떤 곰팡이는 아예 식물을 죽이고 식물이 가지고 있는 포도당을 모두 빼앗는다.
식물병원균의 대발생은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가 아일랜드의 대기근과 우리나라 통일벼의 도열병 대발생이다.
1800년대 중반 아일랜드에서 대발생한 감자 역병균은 당시 아일랜드 주곡인 감자 생산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고 결과로 800만이었던 아일랜드의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때에 다수가 굶어 죽었고 다수가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인들은 동부의 산업노동자로 서부의 개척자로 미국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는 아직 쌀이 자급자족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에 정부는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전국에 재배하게 하였고 1978년에 통일벼에 도열병이 대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식량생산이 급감하였고 이는 당시의 한국 경제뿐만이 아니라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은 미생물이 정의, 미생물의 역할, 세균과 곰팡이의 비교, 곰팡이와 식물까지만 이야기하고, 세균과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시간을 내어야 겠다(?).
2025. 8. 3. 곰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