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연구를 위해 싱가포르로
2018년 옥스포드 공공정책 대학원에서의 1년을 마무리할 시점이었다. 정책 대학원답게 졸업을 하려면 세계 여러나라의 정책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세계 여러나라로 흩어져야 했다. 나는 정책 리포트를 한가지 주제만을 정해서 하면 되었지만 혹시 도중에 연구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어서 두개의 주제와 두 나라를 고르기로 하였다.
내 동기들은 이미 자신의 연구 주제와 일할 장소를 구했다고 들려왔다. 동기 중 유럽 쪽 출신 친구가 있었는데 전쟁을 연구하기 위해 여자이면서도 전쟁 용병으로 스스로 지원하여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그 용기와 뜻에 정말 많은 감명과 자극을 받았다.
나는 처음에는 마두로 정권으로 인해 경제가 무너져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로 가려고 했지만 베네수엘라 동기 인권변호사인 헥토르가 현재 베네수엘라는 너무 위험하다고 뜯어말렸기 때문에 다른 주제와 장소를 고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평소 관심있었던 북한 이슈와 미얀마의 민주주의 이슈에 대해 주제를 정하였다 [1편 : 아웅산, 영국, 일본 그리고 미얀마의 민주주의 (brunch.co.kr)]
먼저 북한관련 주제를 정했지만 북한 갈 수가 없기때문에 하버드 석사를 졸업하고 옥스포드 박사를 하면서 북한 인권 운동를 10년동안 해왔던 백지은씨에게 북한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을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하였다. 현재 백지은씨는 미국 유명 대학출판사에서 북한 관련 책을 내고 옥스포드 박사 졸업 후 하버드 벨퍼 연구소에서 북한연구를 하는 북한 연구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싱가포르에 북한에 전 세계의 자원봉사 교수들을 모아서 북한에 보내 북한 주민에게 서구식 경제와 경영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며 그 담당자를 소개시켜준다고 하였다 (참고로 이곳의 이름은 Choson Exchange로 싱가포르 청년들이 지난 14년동안 운영하면서 북한 주민 3000명에게 미니 MBA를 가르친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매우 유명한 곳이며 내가 잠시 방문 연구원으로 있을 때 박원순 시장이 Choson Exchange와 협력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였다)
싱가포르 청년들이 세운 대북 NGO
나는 연락을 통해 일단 두달간 싱가포르에서 머물면서 Choson Exchange의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기로 하였다. 일단 나는 그들의 연구를 도우면서 내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받는걸로 일을 시작하였다. 내 연구 주제는 는 시장경제 확산을 통한 북한의 경제 개혁과 개방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가 향후 어떤 정책과 전략을 짜야하는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연구하고 고민하였다.
일단 Choson Exchange에서는 지난 14년동안 전 세계의 변호사, 대학교수, 국제기구 컨설턴트 등과 함께 북한에 들어가 젊은 기업인과 예비창업자 그리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단기 MBA 프로그램을 교육하였다. 한가지 신기한 점은 생각보다 북한 사람들이 비지니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한 북한 여대생은 자신의 꿈이 "비지니스 지도자"라고 하면서 다음에 북한에 다시 올때 경제서적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한다.
경제 경영 교육을 받은 북한 젊은이들은 실제로 소규모 상점 및 중소규모의 기업까지 창업을 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배운 서구식 마케팅, 홍보 기법을 북한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북한의 기업가 중에는 여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장마당의 발달로 북한 여성들의 경제력이 커진 이유였다. 북한은 남성은 대부분 국가에서 직업을 정해주고 여성들은 장마당에서 나가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모델을 가져와야
이곳에서 잠시 연구와 관찰을 하면서 느낀 점은 북한이 생각 이상으로 서구식 경제와 경영기법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한에 시장경제를 뿌리내리고 개혁과 개방의 경제 모델을 통해 세계와 정상적으로 교류하는 정상국가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생기고 돈이 돌고 사유재산이 인정되고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과 제도 또한 시장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 맞게 재정비 될 것이다.
북한과 합작으로 창업인큐베이팅 센터를 개성이나 평양에 세워 북한 내 창업가들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북한에 남북 합작으로 MBA를 가르치는 경영대학의 개설도 고려할 수 있다. 비슷한 모델에는 우리나라가 평양에 세운 평양과기대가 있다. 평양과기대는 우리나라 교수들을 파견하지 못하지만 외국인 교수들을 초빙해 북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개성공단에 남북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그곳에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 남북 합작 경영대학을 짓는다면 의미있을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위해 꼭 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통일 #북한 #남북한경제협력 #조선교류 #Choson Exchange #경제 #경영 #경제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