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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Jan 23. 2023

마음을 치료하는 빠리의 지하철 음악가들

전철 음악 오디션을 통해 데뷔하는 음악가들

예술과 낭만의 도시 빠리


빠리는 진정 예술의 도시이다. 어디를 가던 예술이 도시에 묻어있었다. 특히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예술을 보았을때 이곳은 역시나 파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파리의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깨져있는 보도에 아름다운 타일로 수리한 것을 보고 파리시 공무원이 한 것이 아니라 파리의 한 익살스러운 길거리 예술가의 게릴라 작품이라는 확신을 하였다.


'일상의 예술이란 바로 이런것이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깨진 보도위에 자신의 작품을 그려놓는 파리의 예술가들, 100  클라우드 모네, 피카소  당대의 예술가들이 모여든 파리의 혼이 현재까지 도시와 파리지앵들에게 깃들여져 있었다. 파리에는 유명한 미술관도 많았지만 이처럼 충분히 일상에서 예술과 낭만을 느낄  있었다.



파리정치대학에 다니는 나는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한정거장에서 갈아타야 했다. 전철을 갈아타려고 지하통로를 걷다 보면 항상 우렁찬 합창이 들려오곤 했다. 뭔가 나에게 힘을 주는 웅장한 합창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예전 소비에트 합창이었다. 가사는 알지 못했지만 우렁찬 남자들의 군가같은 곡에 공군 장교 출신인 나에게는 응원가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어느날 공부에 지쳐 집에 갈때 어느 한 예술가가 전철 안에서 검은 천막을 치고 인형극을 하고 있었다. 나는 불어는 잘 모르지만 이 인형극을 봤을 때 어린아이와 같이 마음이 순수해졌다. 또 다른 날은 역 의자에 앉은 한 예술가가 하프를 켜고 있었다. 그날따라 미래의 고민으로 심란했을 때 였는데 아름다운 하프 소리를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그 하프 소리를 더 듣고자 그의 근처에 앉아 눈을 감고 한참 듣곤 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듣는 것보다 그 순간이 소중했고 내 지친 영혼에 큰 위로가 되는 음악이었다. 한참 음악을 듣고 연주자 앞에 지폐를 살포시 놓고 왔다. 지금 이 순간은 그 연주자에게 억만금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파리는 이처럼 모든 사람들 곁에 음악이 있었다. 멋진 음악회에 가지 않아도 바로 내 앞에 그리고 옆에 멋진 연주자들이 연주하고 있었다.



출처 : 젊은여행사블


음악가 데뷔 무대가 되는 지하철 오디션


나중에 알아보니 이들은 단순히 연주를 하는 길거리 예술가들이 아니었다. 파리 지하철 공사에서 매년 일년에 몇번씩 지하철 역과 전철에서 연주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오디션을 통해 뽑고 있었다. 1년 중 봄과 가을에 두번 열리는 이 오디션을 통해 300명의 예술가들이 공연의 기회를 갖는다. 이들에게 하루에 500만명이 타는 파리의 지하철은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가 된다.


파리 지하철 공사의 오디션에 통과한 예술가들은 파리시 지하철 역과 전철에서 연주와 공연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부여 받고 더 나아가 파리 지하철 공사와 연결된 음악 관련 페스티벌과 유명 음반사에서 연주 및 정식 데뷔의 기회를 갖는다. 실제로 이 오디션을 통해 유명해진 아티스트들이 많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지하철 공사의 입장에서는 승객들에게 무료로 양질의 음악을 제공할 수 있어서 좋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정식 데뷔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지하철 승객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출처 : RATP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매일 파리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출퇴근의 힘든 몸을 이끌고 비좁은 지하철을 타고 있다. 직장인 뿐만 아니라 사연이 많은 사람들도 저마다 고민이 많은 표정으로 지하철의 의자에 기대어 하염없이 그리고 정처없이 내일을 기약하며 앉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파리에서 내 자신이 음악으로 위로 받았던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같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짧은 위로의 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일상에서 예술을 많이 접할 수가 없다. 진정한 예술이란 우리의 일상의 삶과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 꼭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예술의 도시를 만들어보고 싶다.



부록 : 파리 지하철 예술가들의 춤 영상

DANCERS SURPRISE MUSIC PERFORMERS IN PARIS SUBWAY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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