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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Jan 24. 2023

아프가니스탄 외교관과의 우정과 한반도 안보

나에게는 아프가니스탄 외교관 친구가 있다. 친구라기 보다는 아저씨 뻘의 어른이라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2015년 당시 공군장교 때 야간 학위로 KDI국제정책대학원을 다녔는데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사람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외교관이었다. 그는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의 참사관이었는데 나이 차이가 큼에 불구하고 우리는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나는 그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그의 집에도 초대를 받아 가기도 하였고 그 후 내가 옥스포드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자주 만나며 우정을 이어나갔다. 내가 중동에 관심을 갖고 후에 요르단에서 코이카 인턴을 하게된 계기 또한 그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그는 만날때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었고 그의 가족 이야기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프가니스탄 외교관 집에 초대받았을 때. 아프간 음식을 대접받다.


라마단이라는게 무엇인지도 그 때문에 알게 되었는데 어느날 학교 수업에 가니 그가 하루종일 굶고 있었는데 왜 식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라마단을 지키고 있다고 하였다. 해가 진 저녁 시간이 되고서야 함께 식사를 하였다. (라마단은 일년 중 한달 정도 해가 떠있을때 금식하는 의식을 말하며 무함마드가 신으로부터 코란을 받은 날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2021년 초 그는 거의 6년간의 한국에서의 외교관 활동을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태원의 아랍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때 당시에만 해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공세가 잠잠할 때였고 이후에 정권이 바뀔지는 꿈에도 생각 못할 때였다. 그 당시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 계속 주둔하며 현지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몇달 후 나는 뉴스에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탈레반이 총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 매우 당황하여 페이스북으로 그에게 안부 메세지를 보내었다. 안타깝게도 그 후 몇달간 회신이 없었다. 


'신이시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제 친구와 그의 가족을 지켜주소서' 


나는 매일 그 친구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기도했고 다행히 몇달 후, 그는 메세지 대신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보내왔다. 하지만 아직 어떠한 이유인지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는 듯 했다. 


2021년 8월의 아프가니스탄은 처참했다. 사람들이 탈출을 하려고 비행기 바퀴를 잡고 갔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영상도 보였다. 아프간의 인권과 자유가 사라졌다. 외국에 협조했던 공직자와 민간인들은 처형을 당했다. 여성들은 다시 전신을 가리는 히잡을 썼고 교육을 받을 자유가 사졌다. 2022년 말 탈레반은 여성의 대학 교육을 금지시켰다. 


이번의 사건을 보면서 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책임한 철수에 대해 큰 실망을 했다. 하지만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자 입장에서 모든 나라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편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동맹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우리의 강력한 동맹이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미군의 철군은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대외정책과 동맹가치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전쟁이 난다면 과연 미국은 우리나라를 끝까지 지켜줄 것으로 확신하는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마 지킬 수 없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처음에는 모르겠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미군에서도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면 미국의 국내 여론이 반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베트남 전쟁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이미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다. 미국 국민은 21세기에 자국의 군인들이 저멀리 동아시아에서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볼리 만무하다. 


또한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이 중동보다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과연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면 최후까지 우리나라를 지킬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고 최후의 방어선을 일본으로 결정하여 한반도 전쟁에서 미군의 희생이 많이 난다면 한국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방어선을 재집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전략에 대한 변화이다. 부시 정부 이후로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strategic flexibility)을 확대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해외 주둔 미군의 수를 줄이면서 여러 전쟁에 빠르게 투입할 수 있도록 군의 기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경우 이미 트럼프가 미군의 수를 줄이려고 한 경험이 있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군의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전략적 유연성으로 한국에 미군의 공백이 생긴다면 북한의 위협을 예상할 수도 있다.


또한 만약 주한 미군이 대만에 파병되어 중국과 전쟁을 한다면 한국의 미군기지들은 자동적으로 중국의 타겟이 되며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미군을 도울 수 밖에 없게 되어 중국과 적이 된다. 미중 패권 전쟁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양쪽 사이에 균형을 잡고 있었지만 그 균형이 깨지며 경제적, 안보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또한 미국의 국방비 지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며 이것은 미국의 부와 국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조심스럽게 고려해보아야 할 일은 어렵겠지만 차라리 미국을 설득하여 전략적 핵을 가지는 것이 힘의 균형을 이뤄 평화를 유지하고 주변국과 동맹국의 전략과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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