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추가합격의 기다림
"리더란 우리에게 희망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 우리 스스로 길을 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 독일인이 가장 사랑하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코이카 인턴으로 요르단에 오기 전에 옥스포드 공공정책 석사에 지원을 하였다. 옥스포드에 입학할 생각은 제대를 1년 남긴 시점부터 하였다. 그 당시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었고 장교 생활도 그 중 하나였다.
군생활을 하면서 KDI국제정책대학원에 다닐 때 나는 동기들 중에 정치를 하고 정당생활을 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후에 당에서 청년 최고위원까지 한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와 같은 반이었고 과제를 같이 했기에 그 친구와 친해졌고 그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내 고민에 대해 털어놓았다.
"나라를 위해 일하려면 어떤 직업을 갖아야 하는지 고민중이에요. 정치인이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나요?"
그 친구가 답했다. "정치인은 세상을 바꾸고 진보시킬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의 정치인은 그러한 능력이 있으면서도 세상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권력만을 쫓고 있죠"
결국 정치인은 세상을 진일보 시킬 능력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되려면 제대로 된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권력만을 쫓는 정치꾼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용감하게도 정치를 모르면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정치를 해서 세상을 바꾸고 진보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정책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식이 있어야 이성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잘살게 할 것인가는 다양한 정책 지식이 없으면 알 수가 없다.
'알수 없는 길이지만 한번 걸어가보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정치인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이정표도 없지만 어찌되었든 한번 걸어가보기로 하였다.
고민을 하던 어느날 나는 옥스포드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옥스포드는 하버드 케니디스쿨처럼 정치인과 공무원 등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책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발표하는 법, 토론, 협상, 스피치와 언론 컬럼쓰는 법 등 정치인에게 필요한 스킬들도 가르쳤다. 옥스포드를 선택한 이유는 옥스포드가 좀더 철학과 인문을 바탕으로 정책을 가르치기 때문이었고 호주에서 공부했었기 때문에 같은 영연방식 교육이 나에게는 잘 맞을 것 같았다.
나는 군대에 있을때 이러한 생각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저 결정했어요. 제대하고 옥스포드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아버지는 내 말을 담담히 들으시더니 다 좋지만 정치인은 되지 말라고 하셨다. 인생과 가족이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굳이 그런 흙탕물에 들어가는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 20살 때부터 지난 10년간 나 또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치 바닥은 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옥스포드에 정말 합격할꺼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아 보이셨다. 워낙 합격하기 어려운 학교이니 그럴만 했다. 나 또한 내가 정말 합격할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옥스포드에 지원할 것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였다.
제대 직전 그렇게 옥스포드에 지원하였다. 하지만 요르단에서 일을 하는 동안 아쉽게도 정시 합격을 못하고 추가 합격 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소식을 받은 것은 요르단에서 일을 한지 3달 후 3월달이었고 학교에서는 최종 합격이 될지 안될지 자신들도 모르기 때문에 알려주지 못한다고 하였다. 내 순번이 몇번인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때부터 끝없이 피를 말리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6월달이 되었고 이제는 한국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옥스포드에서는 아직까지 기다리고만 하고 있었고 결국 아무것도 결정되지 못한 채 나는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계속 기다림은 지속되었다.
차라리 불합격이라는 소식이라도 들으면 취직이라도 빨리 할 참이었다. 마지막으로 학교 입학담당자에게 진심을 담아 꼭 합격을 해서 옥스포드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썼다. 그리고는 사실상 마음을 비우고 취직 준비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9월 의 어느날 정상적인 수업을 했다면 이제 일주일 정도 후부터 수업이었다. 그때쯤 나는 완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이메일이 한통이 왔다. 합격 메일이었다. 드디어 합격했구나...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나에게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만 주었다. 정해진 날짜 안에 학교에 오지 못하면 입학은 취소된다고 했다. 그 안에 비자를 받고 비행기표를 끊고 다 준비해서 수업에 오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영국 학생 비자를 신청하고 받으려면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일주일 안에 오라니... 이게 무슨 억지인가 싶기도 하였다. 그래서 다음 날 나는 영국 비자를 신청할때 편지를 하나 동봉했다. 편지 내용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옥스포드 대학에 가게 되었는데 지정 날짜 안에 학교를 못가면 입학 취소가 되니 죄송하게도 비자를 최대한 빨리 발급해줄 수 있는지 진심으로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3일 후 정도에 비자가 나왔다. 보통 일반 신청은 늦으면 한달 이상, 급행이라도 열흘 이상 걸리는 프로세스였다. 다행히 동봉된 이메일에 적힌 내 마음이 전달이 되었나보다.
이렇게 나는 옥스포드에 합격을 하여 무사히 비자를 받고 출국할 수 있었다. 다행히 머물 집 또한 빠르게 구할 수 있었다.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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