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과 사명을 향한 여정
요르단에서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원한 옥스포드 대학교에서는 최종 합격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9월에 입학인데 거의 5월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매우 불안하고 매우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인턴이 끝나면 다음 계획을 세워야하는데 학교에서는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하니 어떤 결정을 내릴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그 와중에 이제 인턴이 끝나 한국에 돌아가기 1달 전이었기 때문에 기독교인 나는 개인적으로 성경의 무대가 되었던 요르단 성지순례를 한번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국경 넘어 이스라엘도 가보고 싶지만 그 당시 코이카 인턴은 국경을 넘을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요르단 안에만을 여행하기로 하였다.
요르단은 성경에서 구약의 무대였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어진다. 구약은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 이야기이고 신약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후의 이야기이다. 예수님이 태어나기 오래 전 200만명 정도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민족을 탈출 시킨 것이 그 유명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이집트 왕자 모세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자손으로서 이집트 파라오가 이스라엘 민족의 산아제한을 위해 신생아 중 남아들을 죽이라고 하자 그 어머니가 나일강에 아기를 바구니에 넣어 띄워보낸다. 그리고 그 바구니를 우연히 받은 것이 이집트의 공주였다.
모세는 공주의 손에 길러져 성인이 된 후 이집트에서 동족이 감독관에게 억울하게 매맞는 모습을 보고 감독관을 죽이고 광야로 도망간다. 그 후 40년간 광야에서 양을 치며 목자로 살아가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이집트로 돌아가 이스라엘 민족을 구해낸다. 모세의 인도 하에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간 광야를 떠돌다가 요르단을 통해 이스라엘로 들어간다. 이스라엘은 성경적으로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으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이었다. 이 이야기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로 재탄생되었다.
모세와 이스라엘의 민족의 이집트 탈출기는 기독교인들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들이 도착할 이스라엘땅은 즉 약속의 땅으로 우리에게는 삶에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까지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40년이 걸린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믿음이 약했고 하나님께서는 40년의 광야 생활에서 그들이 믿음으로 단련되기를 바라셨다.
나는 교회분과 함께 요르단의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하였다. 요르단 수도인 암만에만 있을때는 몰랐는데 진짜 요르단 광야에 나가자 풀 한포기 없는 곳이 많았다. 쏟아지는 태양아래 나무 한그루 물 한모금 없는 광야에서 정말 40년간 사람들이 떠돌았다니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과연 40년간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우리는 드디어 광야를 지나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과 지나갔다는 아르논 협곡에 도착했다. 아르논 협곡의 꼭대기에 있었는데 아래를 보니 400미터 쯤 낭떨어지가 보였고 그 아래 흡사 그랜드캐넌 같은 웅장한 협곡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보자 순간 전율이 일었고 나는 당분간 가만히 서서 아르논 협곡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풍경이었다.
아르논 협곡을 바라보면서 내가 든 생각은 두가지였다. 한가지는 모세가 이집트에서 억압받는 이스라엘 민족을 구하듯 나 또한 모세처럼 북한에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구하고 싶었다. 중국 두만강에서 북한을 바라본 후 나에게는 한가지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비전이었다.
다른 한가지 생각은 앞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이스라엘 민족이 40년간 단련시켰던 것처럼 오랜시간 나를 단련시킨다고 하실지라도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20살 이후 나의 삶은 단련과 인내의 연속이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삶은 분명 녹록치 않을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일을 하고 남북한 통일에 이바지하는 누가 보면 황당하고 가소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믿음으로 한단계씩 한 발자국씩 나아가다보면 내 뜻과 진심 그리고 노력이 하늘에 닿으면 기적도 일어날 것라고 믿는다.
나는 그런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내 수준에서는 말도 안되는 옥스포드라는 최고의 학교에 지원하였다. 호주 대학도 재수를 해서 들어갈 만큼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방황을 오래 했던 내가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첫 번째 목표였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종 추가 합격 할 수 있도록 오로지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하나님은 가장 낮은 자를 쓰신다고 하지 않으셨나.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고린도전서 1장 27-29절
나는 가장 미련한 사람이었고 육체적으로도 가장 약했다. 하지만 공군 장교가 되어 리더로서 군생활을 누구보다 오래 하였고 가장 미련했지만 세계 최고의 지성이 모이는 옥스포드의 입학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