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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07. 2023

옥스포드,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가르치다6-4

옥스포드에서의 공부는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다. 막연하게 알던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또 다른 배움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포드에서 처음 공부할 때 커리큘럼을 총괄하는 교수가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많이 배우게 될 것이라고. 그래서 매일 다른 동기들과 점심을 먹는 것을 추천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매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국적의 동기들과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70여개국 120명 정도로 많은 동기들이지만 전공과 관심사가 같으니 우리는 항상 만나면 자신의 나라의 이슈와 정치 그리고 정책 이야기를 주로 하였다. 누가 보면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친구들은 일종의 사명을 가지고 온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른 나라에 대해 배우고 도움이 되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보곤 했다.


옥스포드에서 몇 달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날 한가지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 당시 거의 모든 친구들과 한번씩은 자신의 국가 이슈와 자신이 왜 그리고 무엇을 얻으려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론은 이렇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사명을 가지고 온 옥스포드 학생들


우리 학과 2/3을 차지하는 동기들의 관심사는 경제개발과 민주주의로 나뉘어져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 출신과 중앙아시아, 동유럽 국가 출신 동기들은 경제발전에 특히 많은 관심이 있었다. 그들과 같이 대화를 할 때면 가장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한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들의 국가도 꼭 한국처럼 경제적 발전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출신 친구들은 영화 마블의 가상 국가인 '와칸다'를 자주 외치며 그런 국가를 모티브로 자신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했다. 와칸다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국가이며 어느 나라와 비교조차 불가한 최첨단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로 영화에서 소개되어 있다.


독재 정권인 마두로 대통령이 있는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등 남미 국가 출신 동기들은 항상 그들의 국가가 독재와 쿠데타로 얼만큼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이야기하였다. 특히 베네수엘라 친구 중 한명은 인권 변호사였는데 독재 마두로 정권에 맞서 싸우는 정치인들을 변호하다가 생명의 위협과 정치적 탄압을 받고 옥스포드에서 공부하면서 잠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남미 친구는 항상 체게바라처럼 수염을 기르고 머리를 하고, 가죽점퍼를 입고 다녔는데 남미에서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독재와 싸운 친구였다. 옥스포드를 졸업하고 그 얼마전 보니 그 친구는 자신의 나라에서 젊은 당대표가 되어 온두라스를 개혁하고 있었으며 체게바라처럼 위대한 열정을 가진 멋진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온두라스에서 정치인이 된 옥스포드 동기


옥스포드 정치 수업에서 우리나라의 사례가 소개되다


옥스퍼드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공부할 때 정치학 수업에서 민주주의란 수업이 있었다. 나는 교수님으로부터 한국 민주주의 수업의 패널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업의 패널로 참여하였다. 교수님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학생들의 눈동자가 커지며 질문이 쏟아졌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처절한 민주항쟁의 역사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학생들은 탱크와 온갖 무력 앞에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에게 감명을 받은 듯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 시민들은 정말 그 시대에 열심히 살아가던 평범한 소시민들이었다고 설명하였다.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시위에 나간 자녀들을 지키러 나온 어머니,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평범한 삼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사실은 기적이었다고. 그 기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보통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민주주의는 엄청난 담보를 요구한다. 마치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블랙 위도우가 소울스톤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던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수업 이후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더 공부하고 더 개선하고 지키고 싶어졌다. 내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보겠다고.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대해 큰 관심을 가진 학생들


옥스포드 정치학 수업에서 한국의 민주주에 대해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 과정에서도 다루었다. 그 이후에 내 동기들은 감동을 받은 눈빛으로 나에게 달려와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없냐고 물었다. 너무 진심어린 부탁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아마존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관한 책을 사서 선물로 주었고 매일 동기들의 궁금한 것들을 찾아서 해결해주었다. 당분간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컨설턴트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아쉽게도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책은 찾을 수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와 프로세스에 대한 자세히 소개한 책을 꼭 한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국가에 돌아가면 리더로서 그 나라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그들이 가진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라면 그들의 사명을 꼭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명을 고민하다


어느날 친구들에게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 대한 자료를 찾아주고 책을 사주고 설명을 열심히 하고 있을때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이루어야 하는 사명이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았고 옥스포드에 있었던 당시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계속해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다음의 우리가 이루어야 할 국민적 어젠다에 대해 찾고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선진국의 반열로 오르고 분열된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려면 시대적 사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현재 양분되어 서로 싸우는 것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다음 함께 이루어야 할 시대적 사명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이란 단순 기술과 자본에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사람들의 행복에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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