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해 가장 관심이 있었던 베네수엘라 인권변호사 동기가 있었다. 이 친구는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 대해 정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나 또한 베네수엘라의 상황에 대해 무척 관심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포퓰리즘과 독재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정치에서 어떻게 그러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리더가 되고 국가를 장악해가는지 알고싶었다. 그래야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정치인과 그러한 정부가 나올때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쉬는 시간에나 밥을 먹을때나 자주 만나서 많은 대화를 하였다.
베네수엘라 동기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마두로 대통령의 반대파 야당에서 법 관련 자문역을 역임하였고 주로 마두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정치 운동을 하다가 잡힌 사람들을 위해 법적인 자문과 변호를 하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변호하다가 정부에 목숨을 위협받고 잠시 영국으로 도피 겸 유학을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다시 베네수엘라에 돌아가서 마두로 정권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그와 대화할때면 나는 그의 사명에서 숭고함과 비장함을 느끼곤 했다.
그 당시 마두로 대통령에 의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무너지고 슈퍼인플레이션이 생기고, 반대파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 세계의 뉴스에 계속 보도되고 있었다. 그 뉴스를 보고 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베네수엘라에 직접 가서 포퓰리즘에 대해 연구도 하고 제도적으로 민주주의를 어떻게 베네수엘라에 적용 시킬 것인가에 대해 한번 연구를 하고 싶어졌다. 옥스포드 공공정책을 졸업하면 한 국가를 골라서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정책 리포트를 써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며칠 후 나는 베네수엘라 인권 변호사 '헥토르'와 만나 그에게 말하였다.
"헥토르, 이번 졸업 정책 리포트도 써야 하고 포퓰리즘이나 독재에 대해 연구를 싶어. 베네수엘라로 가고 싶은데 혹시 너희 정당 연구소나 정치인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니?"
그는 많이 놀라면서 말했다.
"옥!, 베네수엘라는 지금 정말 위험해. 특히 네가 마두로 정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야당 정치인이나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그는 내 계획이 정말 위험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고 그는 자기가 속해있던 당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할 수 있는지 알아봐준다고 하였다.
몇달 후 시위가 격화되고 베네수엘라의 치안이 악화되자 그는 일단 지금 말고 나중을 기약하자고 하였다. 매우 아쉬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고 대신에 후에 상황이 진정된 후 연구를 하기 위해 그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터뷰를 하였다.
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70년대 오일쇼크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다. 한때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돈을 미래 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베네수엘라의 석유의존도는 95%이다) 모두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일하기를 멈췄으며 기업은 생산 의욕을 잃었다. 국가는 사기업들을 국유화시켰고 사람들에게 싼 가격에 식품과 생필품들을 공급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국내외 사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였다. 만약 민간기업이 정부에 반기를 든다면 정부는 그 기업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해당 민간 기업이 부도가 나면 그 기업을 싼 값이 인수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많은 기업들이 국유화되었다.
2014년 석유가격이 폭락하게 되고 국가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 더 이상 국민들에게 베풀지 못하였고 외환보유고와 국가 재정이 바닥이 났다. 이로인해 더이상 복지 지출을 할 수가 없게 되자 2017년 베네수엘라는 디폴트를 선언하였다. 국가가 파산한 것이다.
대부분의 민간기업과 산업이 사라졌기 때문에 경제를 회복될 수가 없었다. 또한 마두로 정권에서 기업이 30%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없게 만드는 이익상한제를 법으로 제정하였기 때문에 이로인해 시장에 공급이 줄어들고 남아있던 기업들마저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거나 주변 국가로 농산물 해외 밀수출을 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물가는 상상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돈으로 담배불을 붙이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로인해 국민의 20%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90%가 하루 세끼를 먹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마두로가 두번째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나는 이 친구에게 그 원인을 물어보았는데 그는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였고 특히 마두로 대통령이 사람들에게 한달에 몇번씩 빈곤층에게 식품박스를 가정에 주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식품박스 제공을 끊겠다는 협박을 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마두로는 선거위원회를 장악하고 정당의 이름와 투표지를 조작하는 등의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동시에 야당과 부정선거와 독재에 항거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독재 포퓰리즘으로 인해 경제와 민주주의는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다.
헥토르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자국의 상황을 보면서 만약 베네수엘라가 내 나라라면 나도 매일 우울해하며 울었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가 처해있는 가난과 인권침해 그리고 폭력 등에 결연히 맞서고 싶다며 정치인이 되어 민주주의 시스템을 다시 재건하고 베네수엘라를 경제적으로 재건하고 싶다고 하였다. 이미 우리나라 또한 독재와 가난을 겪어본 입장에서 그의 바램이 가슴으로 와닿았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 친구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부디 다치지 않고 민주주의를 이루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국가 정상화를 도울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복지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하자면
"복지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술과 자본이 고도화되는 이 세상에서 소득 불균형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복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처럼 석유로 인한 수입이 전체 산업에서 95%가 차지하는 이 기형적인 산업구조에서 석유 하나만을 믿고 복지를 무리하게 늘린 것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다. 리더가 이를 예상하면서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국고를 국민의 환심과 표를 사기 위해서 썼다면 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