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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05. 2023

양극단을 초월하는 옥스포드의 철학수업 6-3

정치인에게 왜 철학이 필요할까


옥스포드에서 일주일간의 시간이 흐르고 첫 수업을 시작하였다. 옥스포드 공공정책학과의 수업은 주중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거의 풀타임으로 있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2년 수업에 비교하여 옥스포드는 1년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커리큘럼을 압축을 해서 넣은 느낌이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수업을 듣고 숙제와 예습, 복습량이 너무 많아서 매일 저녁 10시까지는 거의 학교에 있었다. 흡사 고3때로 돌아온 듯 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는 고3때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 나에게는 고3때와도 같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옥스포드는 튜터 제도가 잘 되어있었다. 5시 수업이 끝나고 이후에 수업내용 중 잘 모르는 것들이 있으면 튜터에게 1:1로 모르는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정규 수업 외에도 스피치나 발표 스킬 같은 것들을 원하면 강사와 1:1로 시간을 잡아주어 트레이닝을 할 수도 있었다. 옥스포드의 교육은 상당히 체계적이었고 일반 대학 수업 느낌보다는 정말 한명의 공공정책 전문가, 그리고 정치인을 육성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


스스로 이념을 확립해가는 옥스퍼드의 철학수업


누군가 나에게 옥스포드에서 공부할 때 가장 인상이 깊었거나 얻은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정치철학 수업이라고 말을 하고 싶다. 실제로 옥스포드에서 배운 정치철학 수업 하나만으로 나는 지난 1년간의 수업 시간, 학비와 노력까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내가 미국의 케네디스쿨에 가지 않고 옥스포드에 지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옥스포드는 철학수업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에서 가장 먼저 배운 과목은 ‘Foundation(기초)’라는 과목이었다. 학교에 오기 전 커리큘럼을 보았는데 Foundation이라는 모호한 단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과목인지 몰랐는데 학교에 와서 첫 수업을 하니 철학과목이었다. 경제철학, 분배철학, 공리주의, 운평등주의, 민주주의, 자유 등등 정말 다양한 철학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배우다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좌우파 이념들은 전부 다 이 정치 철학에서 온 개념들이었다.


예를들어 복지 관련하여 어느정도 선까지 복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당위성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 다양한 철학적 개념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고민하며 정해나갔다. 그 과정속에서 나는 분배 문제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내 입장을 정할 수 있게 되면서 내가 이념적으로 좌파인지 우파인지 아니면 중도인지도 알게되었다.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개념과 깊은 고민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행위들도 무엇인지 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의 개념도 마찬가지로 자유에는 그 기준이 있고 자유가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방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옥스포드에서 공부할때 그 누구도 너는 좌파 너는 우파 같이 이념을 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물론 이념은 중요하지만 나는 옥스포드에서의 정치 철학 교육을 통해 내 스스로 자연스럽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 철학을 확립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누구한명 나에게 자신의 이념을 주입시키려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옥스포드의 시험에서조차 고정된 정답은 없었다. 예를 들어 어떠한 경제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좀 더 분배로 가느냐 아니면 효율로 가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었으며 우리는 그 정책에 대한 내 주장을 다양한 철학적 바탕으로 풀어갔다.


이러한 훈련을 거치고 나니 점점 우리나라의 정치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생기다보니 정치와 우리 사회를 바라보니 비합리적이고 비정상적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정치에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인은 별로 보이지 않고 정치꾼들만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그리고 이 사회의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모순들을 보는 순간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웠다. 우리사회에는 우리에게 기준이 될 만한 정의(justice)가 없었다. 그 기준을 제시할 정치인과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정치에 철학이 필요할까?


우리나라는 양 극단의 이념이 충돌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좌우파는 그냥 빨갱이와 친일파 논리로 정치를 하고 있고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민주주의에 대해 모르고, 자유를 외치지만 자유에 대해 모른다. 그러니 자유를 외치면서 자유를 억압하고 시장경제를 말하면서 자유와 방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정치보복, 삼권분립 침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이념과 갈등을 통한 대중동원 정치 그리고 이를 통한 법치주의를 침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정치에 나타난 이유는 정치 철학의 부재로 스스로 옳고 그름을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그리고 무엇이 정의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철학인데 그 배경적 지식과 생각의 훈련이 안되어있으니 우리 정치는 분열적이고 타협이 없고 서로 앵무새처럼 마치 수학 공식처럼 모든 상황에서 똑같은 것만 외친다.


철학은 또한 현실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칼 마르크스와 아담 스미스 또한 철학자였다. 후에 우리가 경제학자로 부르고 있을 뿐 그들의 정식 명칭은 철학자였는데 철학의 눈으로 사회를 관찰하여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다.


당연히 철학이 부재한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현실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현실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현상에 대해 고민하거나 사유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답이 나올리도 없다. 그러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줄을 대고 권모술수가 난립하고 폭력이 난무한다. 지도자는 비전으로 국민을 통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양 극단의 이념으로 국민을 양분한다. 선거에는 정책이 없고 대통령 후보들 조차도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계획과 비전이 부재하다. 그들에게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스포드 대학에서는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 토대인 철학을 가르친 것이다. 그래서 철학 과목의 제목이 'Foundation'이라는 것은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다 끝마칠 쯤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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